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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레이디, 진짜 내조 잘할까?
손경형
2012. 3. 16. 15:36
퍼스트레이디, 진짜 내조 잘할까?
리빙센스 입력 2012.03.16 09:10
세상에는 수많은 퍼스트레이디가 있지만 모두가 인지도가 높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라. 부시 대통령의 아내 로라 부시는 '부시'라는 성을 빼면 우리에게 너무나 낯선 이름이다. 내조 잘하는 퍼스트레이디에겐 저마다의 강점이 있다. 우리가 기억할 퍼스트레이디들의 남편 관리법.
"American Beauty!" -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준다

대중과 언론 매체들은 재키 룩을 유행시켜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재클린 케네디를 주요 퍼스트레이디 목록에 넣고 싶어 하겠지만, 이 칼럼에서는 아니다. 언론 마케팅을 통해 존 F. 케네디의 당선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 외교에도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나, 케네디의 바람기도 잡지 못했고, 사별 후 석유왕 오나시스와 결혼하는 바람에 '퍼스트레이디'의 개념이 무색해졌다.
우리가 첫 번째로 지목할 퍼스트레이디는 힐러리 클린턴이다. 우리네 영부인들이 남편 옆에서 그저 열심히 손만 흔드는 모습을 오랜 세월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들은 적극적으로 내조를 펼친다. 힐러리가 기조연설까지 자신 있게 도맡아 할 수 있었던 것은 예일대학교 법과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백악관으로 들어가기 직전인 1991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변호사 100인'으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능력을 크게 인정받은 커리어우먼이었다. '남편을 최대한 젊은 나이에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가 목표였던 전략가를 아내로 둔 덕에 빌 클린턴의 백악관 입성은 매우 순조로웠다.
1992년 백악관으로 들어가면서 그녀는 미국인이 바라는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미국인들에게 퍼스트레이디란 대통령을 넘어서는 사람이 아니라 대통령을 빛나게 하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보수적인 '현모양처'의 자리라고나 할까. 그런데 임기 후반 레임덕과 함께 남편 빌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이 터졌다. 사실 남편이 바람피우다가 나한데 들키는 것도 기막힌 일인데 미국을 넘어 전 세계가 내 남편이 날 두고 바람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다니, 보통 여자였다면 결코 견디지 못했을 일이다. 그런데 힐러리는 이혼 소송을 걸기는커녕 남편을 계속 보좌하는 인내심을 발휘했다. 물론 그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갔겠지만, 정말 한 방에 훅 갈 수 있는 거대한 스캔들이 후폭풍 없이 잠잠해졌다. 힐러리의 초인적인 인내로 클린턴 부부 둘 다 위기를 잘 넘겨 정치 이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째로 손꼽을 수 있는 퍼스트레이디는 미셸 오바마다. 180㎝에 가까운 키와 군살 없이 탄탄한 몸매로 어디서든 패션 피플의 비주얼을 선보인다. 빌 클린턴 시대까지만 해도 그리 심하지 않았던 이미지 메이킹 전쟁이 버락 오바마대에 이르러서는 과도해졌는데, 오바마는 아내 미셸의 영향으로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사실 힐러리에 비해 미셸이 더 젊고 트렌디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것처럼 보이는 데는 숨겨진 '설정'이 있다. 학생들이 입는 미국 브랜드(갭이나 바나나 리퍼블릭) 의상을 의도적으로 입고 TV에 출연하거나, SPA 브랜드 H & M 원피스를 입고 정계 만찬에 등장하고, 한국계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 등 미국 안 소수민족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바마가 보여주지 못하는 부분들을 '시각화'해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셈이다. 발 빠르게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다 보니 미셸의 몸(?) 바친 내조는 상당한 PR 효과를 누리고 있다.
"French Chic!" - 대통령이 아닌 내 남자를 사랑한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들이 개인적인 희생까지 해가며 남편 내조를 도모하는 스타일이라면, 프랑스의 영부인은 '프렌치 시크'다운 퍼스트레이디 캐릭터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대부분의 퍼스트레이디와 남편의 관계에서 '로맨스'는 그 옛날의 추억처럼 보이지만,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와 그의 아내 카를라 브루니는 프랑스라는 나라의 로맨틱한 이미지에 걸맞게 현재 진행 중인 느낌. 사실 그녀는 모델 출신 샹송 가수다. (사실 에릭 클랩튼, 믹 재거, 케빈 코스트너 등 유명 남자 연예인들과 스캔들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매력적인 여인이다.) 사르코지와 결혼해 퍼스트레이디가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돌변해 순종적인 여인상을 '연기'하는 것은 그녀의 성격에 맞지 않았다. 지성과 교양과 아름다움을 갖췄지만, 남편 뒤에 숨거나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진 않은 것이다.
대통령이 아니라 남자 사르코지는 이런 그녀의 쿨한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듯하다. 다른 퍼스트레이디들이 마치 선거운동본부의 마케팅 팀장인 듯 '대통령의 행복한 가정 보여주기'에 열중하고 있는 데 반해 카를라 브루니는 이런 '정치 쇼'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남편 관리 중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남편의 사랑 유지하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으니 진정 완벽한 퍼스트레이디는 바로 그녀일지도.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정치인의 아내들이 퍼스트레이디를 로망하지만, 그 위치에 섰던 영부인들이 과연 이들만큼의 내조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이 시대가 원하는 퍼스트레이디는 남편 때문에 자신을 버리거나 남편 뒤에 꽃처럼 서 있는 여인상이 아니다. 남편의 경쟁력에 무게를 실어주는 든든한 '철의 여인'이면서 대통령이 계급장 떼고 자신의 남자로 돌아왔을 때는 누구보다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주는 여인. 이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모든 남자가 원하며, 여자들이 꿈꾸는 내조의 여왕이다.
진행: 최진주 기자 | 사진: 김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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