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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77세 은퇴 약사 권총자살

손경형 2012. 4. 5. 12:36

 

그리스 77세 은퇴 약사 권총자살…"긴축살인이다 " 군중 시위

뉴시스 | 차미례 | 입력 2012.04.05 11:38

 

【아테네(그리스)=AP/뉴시스】차의영 기자= 그리스의 은퇴한 77세 약사가 아테네시 한복판 광장에서 국가경제위기를 초래한 정치인들을 맹비난하는 유서를 남기고 권총자살, 군중 시위가 과격해지고 있다.

4일 광장으로 진격한 군중들은 돌과 화염병을 국회의사당을 향해 던졌으며 진압경찰은 최루탄과 조명탄으로 맞섰으나 희생자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노인은 같은 날 출근시간대 러시아워에 맞춰 시내 복판 신타그마 광장의 국회의사당 맞은 편 지하철 출구 앞에서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쏘아 자살했다. 노인의 곁에는 35년이나 연금을 불입하고도 받는 돈으로 호구조차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구하는 비참한 상황이 되기 전에 나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것 외에 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내용의 유서가 놓여 있었다.

목격자들은 노인이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기 전 "내 자식들에게 빚을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고 외쳤다고 전했다.

자살 광경을 목도한 출근 인파와 광장 부근의 흥분한 시위대는 즉각 그의 자살은 자살이 아니며 정부의 실책에 의한 '긴축 살인'이라며 맹렬한 시위에 나섰다. "나는 돈 안 낸다" 그룹의 대변인 바실리스 파파도풀로스는 "약사 정도라면 은퇴 후에 편안하게 살수 있어야 하는데 자살할 정도로 경제적 궁핍이 심했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사회안전망이 허물어지고 있는 증거다"라고 외쳤다.

2010년이래 국가 부채에 시달려온 그리스는 유로존에서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혹독한 긴축정책을 펴고 있으며, 세금은 올리면서 임금과 노인연금 등 모든 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해 왔다. 하지만 허리띠를 조일수록 불황도 깊어져 대량해고 사태가 반복되고 현재는 그리스인 5명 중 1명이 실직 상태다.

시위에 참가한 아테네시의 의사 디미트리스 지야노풀로스도 "정부가 우리의 존엄성을 짓밟고 있는데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오직 은행빚과 돈 밖에 모르는 정부다"라고 비난했다.

그리스는 최근 2년 간 국가 경제가 위기 속에 흔들리면서 생활고와 희망없는 장래를 비관한 자살자가 부쩍 증가하고 있다. 시위 군중들은 아테네시 국회의사당과 무명용사 묘지 밖에 집결해서 " 이건 자살이 아니다. 정부가 주도한 '긴축살인'이다"라는 구호를 반복 외치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자살한 노인의 운명은 단지 그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운명이 될 수 있다"며 "이제 국민들이 일어서야 할 때"라며 봉기를 부추기기도 했다.

대중의 극렬한 반응에 놀라고 긴장한 정치권에서는 루카스 파파데모스총리를 비롯한 여야가 유감과 애도의 뜻을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잇딴 자살 사건이 "그리스 국민이 더 이상 긴축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는 상징"이라고 주장하는 시위대와 성난 국민을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어서 시위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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