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에 멋진 그림이
여러분은 혹시 평소에는 일반적인 도로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멋진 그림이 나타나는 거리 예술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분명 다른 도로와 다른 점은 없어 보이는데, 비가 온 후에 멋진 그림이 나타나게 되죠. 비밀은 바로 바닥에 원하는 디자인으로 ‘초소수성 코팅’을 하여 코팅한 부분만 빗물에 젖지 않게 만든 것인데요.오늘은 궂은 날씨에도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신기해하며 웃으면서 바라보게 되는 신기한 거리 미술,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화학 원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등학교 화학 내용 잠깐 확인! 물과 잘 섞이는 성질을 친수성, 반대로 물과 잘 섞이지 않는 성질을 소수성이라고 부릅니다. 흔히 표면에 물과 같은 극성분자와 친한 극성작용기가 많으면 대체로 친수성, 극성작용기가 적으면 대체로 소수성을 보입니다. 또한, 물과의 친화력을 접촉각의 개념을 이용하여 친수성, 소수성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보통 바닥 면 위에 물방울이 놓여있을 때 물방울의 측면과 바닥 면이 접촉하는 각도가 90도보다 크면 소수성, 30도 이하이면 친수성을 띤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초소수성은 바닥면이 물방울과 접촉하는 각도가 150도 이상으로 접촉면이 거의 없이 구형에 가깝게 뭉쳐있다고 볼 수 있죠.
소수성을 풀어 설명하면 ‘잘 젖지 않는 성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자연 속에서 잘 젖지 않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자연계에서 소수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바로 연잎입니다. 연잎 표면은 자연계 어떤 물질보다 소수성이 강하기 때문에 ‘초소수성’을 가진다고 합니다. 물방울을 떨어뜨리면 잎을 적시지 못하고 동글동글 맺혀 조금씩 굴러다니며 큰 물방울이 되는데 초소수성을 띠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초소수성을 ‘연잎 효과’ 혹은 ‘로터스 효과’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연잎의 표면을 관찰하면 위의 그림처럼 미세한 털 같은 높이 5~10마이크로미터의 무수한 ‘나노미세돌기’가 무수히 많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세돌기 사이에 공기가 들어가 기존의 소수성 표면보다 훨씬 강력한 소수성 표면을 형성하여 물방울이 연잎 표면과 접촉을 막아 튕겨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로 인해 연잎에 떨어진 물 역시 표면에 스며들지 못하고 서로 합쳐진 것들조차 떨어지게 됩니다.
또한, 바닥 면 위에 형성돼 있는 봉오리들에도 무수한 돌기가 있어 비슷한 효과를 일으켜, 이러한 이중적인 소수성 표면구조 때문에 연잎 위에 떨어진 물질이 연잎에 실제로 접촉되는 면적은 그 물질면적의 2~3%에 그치게 됩니다. 따라서 물이나 액체의 표면장력이 작용하지 못하고, 다른 입자나 물질들 또한 표면에 들러붙지 못하는 ‘초소수성’을 띠게 됩니다.
이러한 연잎 효과의 원리를 바탕으로 나노기술을 이용한 기술로는 높은 빚 투과도와 전기 전도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표면에 먼지가 거의 묻지 않고, 묻더라도 물만 뿌리면 쉽게 먼지가 제거되는 자가 세정 능력까지 지니는 재료 코팅기술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오염물질이 표면에 부착되는 정도는 오염물질과 표면 간의 접촉 면적이 크면 클수록 쉽게 일어납니다. 하지만 미세한 나노입자를 가진 초소수성 표면은 실제로 접촉하고 있는 면적을 확연히 줄여줍니다. 이러한 원리는 물과 습기 이외에도 기름이든 다른 액체들이 표면에 흡착된다 하여도 쉽게 접촉하지 못하고 떨어져 나갈 수 있게 됩니다.
초수성을 이용한 실제 기술 적용 사례
초소수성을 이용한 다양한 기술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초소수성 코팅의 나노 표면이 거칠수록 물이 접촉하기 힘든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에 항상 표면을 건조하게 유지해 방수의 역할을 하여 제품의 수명을 보다 더욱 오래 연장시킵니다. 그래서 집, 지붕, 전선, 절연제 등 물에 민감한 제품의 코팅제로 사용됩니다.
또한, 실리콘 같은 고체의 표면을 미세 가공하여 이중 돌기를 갖는 나노구조 표면을 만들 수 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초소수성 표면은 투명도를 조절하는 스마트 윈도우, 휴대폰 외장재 표면처리, 습기가 끼지 않는 유리, 먼지나 오염물을 화학 세제 없이도 빗물과 함께 씻겨 내려갈 수 있도록 하는 자정작용 페인트, 음료가 쏟아져도 툭툭 털어내면 깨끗해지는 기능성 의류, 수분에 민감한 전자제품 표면처리, 선박의 선체나 저온 다습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 비행기 날개 등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습니다.
공원이나 식물원에서 많이 볼 수 있던 연꽃 속 숨은 과학이 비 오는 거리 속 멋진 그림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우리 삶 속의 다양한 분야에도 응용되어 쓰이고 있었네요! 물질의 특징을 이용한 제품 외에도 ‘연잎 효과’라는 과학적 성질을 이용한 제품들이 많은 것을 확인하셨나요? 오늘부터 우리 생활 속에 숨은 수많은 제품들을 한 번씩 관찰해보며 어쩌면 당연시 했던 것들이 무엇이 있었는지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