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자신의 행동과 의사 결정을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
주요용어 | 양립 가능론, 양립 불가론, 자유의지론, 제거론, 라플라스의 악마, 강경한 결정론, 책임소재에 대한 감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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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동기와 정서 |
1. 개요
자유 의지란 자신의 행동과 의사 결정을 외부적인 요소들에 의한 방해를 받지 않고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자유 의지와 결정론에 대한 견해에 따라 자유 의지와 결정론이 양립할 수 있다는 양립 가능론, 양립할 수 없다는 양립 불가론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양립 불가론은 자유 의지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자유의지론과 과거와 현재, 그리고 자연의 법칙은 모두 이미 결정되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결정론적 입장으로 나뉜다.
2. 자유 의지에 대한 연구
자유 의지(free will)는 외부의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자신의 행동과 의사 결정을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러한 자유 의지를 지닌 존재이며 자신의 선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1998년, 36개국이 넘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에서 자신의 운명은 자신의 결정과 선택으로 만들어진다는 의견에 대해 70% 이상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 의지에 대해 철학, 종교, 윤리, 법, 과학 등의 견해는 중세부터 현재까지 논란 중에 있다. 심리 과학 분야에서도 자유 의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자유 의지의 존재 여부를 밝히려는 것보다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거나 자유 의지와 인간 행동의 관계에 관심을 가진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3. 자유 의지에 대한 네 가지 입장
자유 의지는 종교, 윤리, 법뿐만 아니라 과학 분야에서 서로 다른 함의를 띤다. 먼저 종교적 시각에서 보면, 인간이 자유 의지를 가진다는 것은 전지전능한 신과 공존할 수 있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인정하는 것이며 이는 신에 대한 모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윤리 분야에서 인간의 자유 의지는 자신의 행동에 도덕적인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법의 영역에서는 자유 의지가 개인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고, 책임을 다한 후에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예: 심신 미약이나 심신 상실과 같이 심신 장애가 있다고 판단될 때 형량이 감형된다는 점을 보라).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자유 의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자유 의지가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나아가 인간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유 의지는 먼저, ‘자유 의지가 결정론적 입장(determinism)과 양립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통해 두 가지 입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인간의 자유 의지가 결정론적 입장과 양립할 수 있다는 ‘양립 가능론(compatibilism)’과 양립할 수 없다는 ‘양립 불가론(incompatibilism)’이 그것이다. 그리고 양립 불가 입장에 대해 ‘그렇다면, 이미 결정된 자연의 법칙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모두 결정되어 있다는 결정론적 입장이 사실인가?’라고 두 번째 물음을 던져 볼 수 있다. 두 번째 물음에 따라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자유롭고 책임을 지닌 존재다’라는 입장의 ‘자유의지론(libertarianism)’과 ‘그렇다.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사람들은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제거론(eliminativism)’으로 나뉜다.
제거론적 입장을 지닌 사람들의 대다수는 설사 결정론적 입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결정론적 선택을 벗어나 비-결정론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인간의 자유 의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일부 제거론자들은 현재의 모든 자연 법칙을 알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한 라플라스의 악마(Laplace’s demon)가 존재하듯이, 결정론은 사실이고 따라서 인간의 자유 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러한 입장을 ‘강경한 결정론(hard determinism)’이라고 한다.
자유 의지와 관련된 입장들에서 주장하는 바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양립 가능론은 자유 의지와 결정론이 공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인간의 자유 의지와 결정론에 따라 형성된 세계관이 동등하게 존재한다고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즉, 동기(motive)는 이미 결정되어 있으며, 사람들은 자신의 동기에 따라 행동할지, 또는 행동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양립 가능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의 자유 의지는 결정론의 사실 여부에 따라 자유 의지의 여부가 결정되는 개념보다는 외부적인 압력에 저항하고 자신의 원칙에 따라 생활할 수 있는 자율성(autonomy)에 가깝다.
반면에 양립 불가론은 자유 의지와 결정론은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보고, 따라서 인간의 자유 의지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의견이 달라진다. 자유의지론은 자유 의지와 결정론이 양립할 수 없다는 양립 불가론으로, 개인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은 한 가지 이상이라는 점을 통해 인간을 자유 의지를 지닌 존재로 본다. 양립 불가론적 결정론자들은 인간의 자유 의지에 대해 인정하지 않음, 직관 펌프(intuition pump), 인과적 사슬(causal chain), 결과 논증(consequence argument)과 같은 사고를 통해 거부한다. 일부 양립 불가론적 결정론자들은 단순히 인간의 직관적 사고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직관 펌프를 바탕으로, 인간은 마치 태엽을 감아 움직이는 장난감이나 당구대에서 움직이는 당구공과 같으며 따라서 인간은 자유 의지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다른 양립불가론적 결정론자들은 인과 사실을 통해 자유 의지를 인간의 행동에 대한 최초의 또는 궁극적인 ‘원인’으로 정의하고, 만약 인간이 자유 의지를 지닌 존재라면, 사람 그 자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궁극적인 원인이 되어야 하지만, 사람들의 행동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외부 요소들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결정론은 참이며 인간의 자유 의지는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1960년대에 칼 지넷(Carl Ginet)은 결정론을 사실로 가정한다면 인간은 과거와 자연의 법칙을 통제할 수 없고 현재 상태가 결정되어 있으며,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과거, 현재에 따른 결과 또한 통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과거와 현재에 따라 사람들은 행동에 대한 선택을 하기 때문에 인간에게 자유 의지는 없다는 결과 논증을 통해 양립불가론적 결정론을 증명하고자 했다.
4. 심리학에서 바라본 자유 의지
심리 과학 분야에서도 인간의 자유 의지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인간의 자유 의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자유 의지는 인간 행동을 예측하고 인간 행동의 기저에 있는 내적인 처리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주제이다. 따라서 많은 신경 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이 자유 의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심리 과학 분야에서는 학문 특성상 실험 연구를 많이 활용하는데, 자유 의지에 대한 연구도 그렇다. 인간의 자유 의지를 밝히려는 심리학자들의 노력을 아래에서 살펴보자.
4.1 자유 의지로서의 자기 조절과 자기 통제
자유 의지에 대한 정의는 동일한 학문 분야 안에서도 다르게 사용된다. 결정론에서 ‘무엇이’ 결정되어 있는지에 따라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유 의지 또한 다양한 의미로 정의할 수 있다. 한 예로 양립 불가론적 자유주의론 중 일부는 자유 의지를 그 어떤 것도 실제로 움직이거나 통제할 수 있는 실제적인 행동은 아니지만 행동을 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적인 행동(예: 의지, 시도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편, 양립 가능론적 입장에서는 타인의 방해나 영향을 받지 않고 이미 결정되어 있는 동기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자유로 정의한다.
사회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F. Baumeister)는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내적 능력(capabilities)으로 보고, 행동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각이나 정서를 조절하기 위한 자기 조절(self-regulation) 또는 자기 통제(self-control)가 자유 의지의 또 다른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의 자유 의지는 외부적인 압력이나 강한 내적 충동에 저항하거나 스스로를 통제하고 조절하는 데 그 능력이 발휘될 수 있다고 했다.
바우마이스터는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자기 조절이나 자기 통제의 형태로 표현되는 자유 의지가 개인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자기 조절이 내적, 외적 충동이나 압력에 저항할 수 있는 에너지, 즉 의지력으로 작용함에 따라 이러한 충돌로부터 해방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반면에 자기 조절이 고갈되는 상황에 직면하면 사람들은 의지력을 잃고 과제 수행이나 행동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없게 된다.
무레이븐, 타이스, 바우마이스터(Muraven, Tice, Baumeister, 1998)는 실험실 연구를 통해 이러한 현상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비디오 동영상을 보도록 했다. 이때 실험 참여자들을 두 조건으로 나누어, 한 조건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정서를 느끼는 대로 표현하게 한 반면에 다른 조건의 사람들은 정서를 드러내지 않고 억누르게 했다. 그런 다음에 악력을 측정한 결과, 자신의 정서를 억누른 조건의 사람들이 악력이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험 참가자들이 정서를 표현하지 않고 억누르는 자기 조절을 하는 과정에서 에너지(즉 의지력)가 소모되어 고갈되면서 이후의 무관한 다른 과제(악력 측정)를 하는 동안에 발휘해야 할 자기 조절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실험에서 초콜릿과 같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충동을 참아낸 사람들이 이후의 난해한 퍼즐을 더 쉽게 포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발생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첫 번째 과제에서 자기 조절을 할 필요가 없었던 사람들은 이후의 어려운 퍼즐을 더 오랫동안 푸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결과는 자기 조절이나 자기 통제의 형태로 나타나는 자유 의지와 그 기저에 있는 에너지 자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부 양립 불가론적 자유의지론자들은 의사 결정에서의 의지력(will power)의 역할에 주목했다. 의지력은 자기 조절과 자기 통제에 핵심적인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인간들의 주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인 합리적인 의사 결정(rational decision-making)에서도 중요한 자원으로 사용된다. 연구자들은 실험 연구에서 자기 통제 과제를 수행하게 하여 의지력을 고갈시킨 후에 지능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의지력이 고갈된 사람들은 고갈되지 않은 조건의 사람들보다 합리적 추론 과제 등을 포함한 지능 검사에서 더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바우마이스터를 비롯한 사회 심리학자들은 자유 의지에 대한 다양한 과학 연구를 수행했다. 이들의 연구에서는, 자신의 행동이나 정서, 사고를 조절하고 통제하는 자기 조절과 자기 통제와 같은 형태로 자유 의지가 표현될 수 있으며, 이러한 형태의 자유 의지에서 의지력이 상당히 중요한 에너지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즉, 의지력의 고갈은 이후에 수행하는 인지적 과제나 행동과 관련된 자기 조절이나 통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4.2 자유 의지는 끝났다
일부 연구자들은 자유 의지의 존재에 의심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극단적으로 인간의 자유 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한다. 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벤저민 리벳(Benjamin Libet)은 1983년 동료들과의 연구를 통해 인간의 자유 의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자 했다. 이들은 뇌전도(Electroencephalogram, EEG) 검사를 통해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시계를 보도록 했으며, 시계를 보는 동안에 자신의 손가락을 움직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버튼을 누르라고 했다. 실험 결과, 실험 참여자들이 ‘마음을 먹었다’고 생각하고 버튼을 누르기 300-500 밀리초(ms) 전에 손가락의 움직임과 관련된 뇌파가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결과를 통해 뇌 반응은 인간의 의지에 앞서며, 버튼을 누르는 행동은 인간의 의식적인 선택이 아니라 뇌의 행동이라고 결론 내렸다.
후에 리벳의 실험에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수많은 비판이 쏟아졌고 현재까지도 리벳의 실험 결과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2008년, 독일 베를린의 신경과학자 존-딜런 하네스(John-Dylan Haynes)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을 활용하여 14명의 실험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리벳과 유사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왼쪽 또는 오른쪽 버튼을 누르기 무려 10초 전에 의사 결정과 관련된 전전두엽(prefrontal)과 두정엽(parietal) 피질이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했다. 심지어 이러한 뇌 활성화를 통해 실험 참여자가 왼쪽 버튼을 누를지 또는 오른쪽 버튼을 누를지를 약 60% 확률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했다.
최근인 2011년에는 캘리포니아 대학의 이자크 프라이드(Itzack Fried), 로이 무카멜(Roy Mukamel), 가브리엘 크레이먼(Gabriel Kreiman)이 환자들의 뇌에 전극을 직접 이식함으로써 뇌 활성화를 측정했다. 이들의 실험에서도 환자가 버튼을 누르기 약 1초 전에 뇌 활성화가 확인되었고, 어느 버튼을 누를지를 약 80% 확률로 예측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신경과학적 연구들은 인간의 의식적인 선택이 뇌로부터 통보받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우리의 자유 의지에 대한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미국의 사회 심리학자 대니얼 웨그너(Daniel M. Wegner)는 2002년 저서 『의식적 의지의 착각(Illusion of Conscious Will)』을 통해 인간의 의식과 의지는 마음과 뇌에 의해 만들어진 환상이며, 이러한 착각은 자신을 이해하고 책임감을 지각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웨그너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조작(manipulation)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행동이 자신의 생각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자유 의지에 대한 믿음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의 의식은 실제적인 행동으로 직결되지 않으며, 이와 관련된 사례는 점화(priming)를 사용한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사회 심리학에서 수행되는 다수의 점화 연구는 개인의 의식적인 선택과 무관한 외부적인 단서나 자극이 개인의 행동 변화를 유도한다는 결과들을 보고하고 있다. 바지, 전, 버로스(Bargh, Chen, & Burrows, 1996)는 노인과 관련된 단어를 통한 노인에 대한 무의식적인 활성화가 사람의 걸음걸이의 속도를 느리도록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또 노스 등(North, Hargreaves, & McKendrick, 1999)은 와인 매장에서 진행된 현장 실험을 통해 매장에 울려 퍼지는 배경 음악이 소비자의 와인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독일 음악을 틀었을 때는 독일 와인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고, 프랑스 음악을 틀었을 때는 프랑스 와인을 구매하는 행동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고했다. 이 실험에서 구매자들에게 실험 목적을 설명하고 매장의 배경 음악이 와인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대해 묻자, 대부분의 구매자들은 배경 음악이 자신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부인하고, 오로지 자신의 의식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으로 구매했다고 대답했다. 웨그너는 이처럼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의식적인 의지로 한다는 착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면서, 이를 ‘책임 소재에 대한 감정(emotion of authorship)’이라고 명명했다.
5. 자유 의지에 대한 연구가 시사하는 점들
자유 의지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들은 자유 의지의 존재 여부에 대한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자유 의지를 탐구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자유 의지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들은 자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를 증명하기보다 자유 의지와 인간 행동의 관계, 그리고 그 기저에 있는 심리적인 과정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결정론에 대한 신념이 비도덕적인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보와 스쿨러(Vohs & Schooler, 2008)는 실험 참여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은 자유 의지는 없다(anti-free-will)는 견해의 글을 읽게 하고, 다른 집단은 결정론적 입장과 무관한 글을 읽게 했다. 글을 다 읽은 후에는 산술 계산 과제(예: 1+8+18-12+19-7+17-2+8-4=?)를 풀게 하고는 버튼을 누르면 정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자유 의지에 반하는 결정론적 견해의 글을 읽은 것이 정답을 확인하는 부정 행위에 영향을 미쳤을까? 실험 결과에 따르면 결정론과 무관한 문장을 읽은 통제 조건의 사람들에 비해 자유 의지는 없다는 결정론적 견해의 글을 읽는 동안 이와 관련된 개념이 자동적으로 머릿속에 활성화(activation)된 조건의 사람들이 정답을 확인하는 부정 행위를 더 많이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자신의 의지 밖에 있다는 신념이 부정 행위에 저항할 수 있는 동기를 저하시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정론적 입장은 이후의 과제 수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뮐러와 드웩(Mueller & Dweck, 1998)은 10세 아동들에게 쉬운 과제를 수행하게 하고 두 집단으로 나눈 후, 한 집단에는 앞서 한 과제의 성공이 아동의 지능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하고(일반적으로 지능은 결정적이며 불변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른 집단에는 개인의 의지가 반영된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다음 두 번째 과제를 수행하게 했는데, 두 번째 과제는 매우 어려워서 모든 아동이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했다. 그리고 세 번째 과제를 수행하게 했는데, 첫 번째 과제의 성공 원인을 지능이라고 생각한 아동들이, 노력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 아동들에 비해 세 번째 과제를 풀려는 노력을 적게 했으며 과제를 즐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신의 수행에 대한 결정론적인 믿음이 이후에 어려운 과제의 실패 후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즉, “나는 똑똑하지 않아”)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새로운 과제를 더욱 잘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집필 : 김남희(충남대학교 대학원 심리학과)
참고문헌
- Baumeister, R. F. (2008년). Free will in scientific psychology.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3, 14–19.
- Baumeister, R. F., Bratslavsky, E., Muraven, M., & Tice, D. M. (1998년). Ego depletion: Is the active self a limited resour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4, 1252-1265.
- Fried, I., Mukamel, R., & Kreiman, G. (2011년). Internally generated preactivation of single neurons in human medial frontal cortex predicts volition. Neuron, 69, 548-562.
- Libet, B., Gleason, C. A., Wright, E. W., & Pearl, D. K. (1983년). Time of the unconscious initiation of a freely voluntary act. Brain, 106, 62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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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on, C. S., Brass, M., Heinze, H. J., & Haynes, J. D. (2008년). Unconscious determinants of free decisions in the human brain. Nature Neuroscience. 11(5), 543-545.
- Vohs, K. D., & Schooler, J. W. (2008년). The value of believing in free will: Encouraging a belief in determinism increases cheating. Psychological Science, 19, 49-54.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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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 자유 의지 [free will] (심리학용어사전, 2014. 4., 한국심리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