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부부상
“아픈 아내 두고 어떻게 떠나…서로 위하며 살다보니 30년 넘어”
부부의날…‘올해의 부부상’ 이대일·정광순 부부 문화일보 | 윤정아기자 |
"아픈 아내를 두고 어떻게 그 옆을 떠나겠습니까.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온 세월이 30년이 넘었네요."
희귀병과 투병 중인 아내 정광순(67)씨의 곁을 지키며 극진하게 간병을 해온 이대일(67)씨는 '부부의 날(21일)'을 하루 앞둔 20일 세계부부의날위원회가 선정한 '올해의 부부의상'을 받게 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의원을 지내기도 한 그는 "생명보다 더 고귀한 것은 없다"며 "모든 부부들이 그렇듯 매순간 아내를 위해, 그리고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올해의 부부의상은 30년 넘게 화합과 사랑으로 자녀 교육에 성공하고 사회봉사 활동 등 이웃사랑을 실천한 모범부부들에게 세계부부의날 위원회가 매년 주는 상이다.
서울 성북구 정릉4동에 사는 동갑내기 이대일씨 부부는 대학시절 친척의 소개로 만나 지난 1969년 결혼한 32년차 부부다. 서울의 한 달동네 단칸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부부는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나름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왔다.
하지만 행복의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자 증식을 위해 부인 정씨가 투자한 돈이 해당 업체의 부도로 순식간에 날아갔고, 설상가상으로 정씨마저 희귀 질병인 '루푸스'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정씨는 엄청난 양의 약물 복용과 함께 체력이 떨어질 때면 하루 2~3회씩 주사를 맞아야 했고 합병증까지 겹쳐 1주일 중 6일을 병원에서 지내기도 했다.
남편 이씨는 "이 세상에서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 어디에 있겠느냐"며 "아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산속에 텐트를 치는 한이 있어도 남편인 내가 온 정성을 쏟아 돌볼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아내를 격려했었다"고 말했다.
현재 아내 정씨는 이틀에 한 차례 정도 5시간 투석을 해야만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씨는 "우리 부부는 내일이 없는 오늘을 위해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이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세태가 안타깝다"며 "부부로 맺어진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고 서로를 보살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