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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강 대홍수 - '악마의 선택'

손경형 2011. 5. 20. 17:21

美 '악마의 선택' 앞에 서다

미시시피강 대홍수, 뉴올리언스 덮칠 기세 작은도시를 희생양 만드나… '공화당의 오바마' 선택은?

조선일보 | 박승혁 기자 |

지난달부터 미국 중부 일대에 내린 폭우로 불어난 미시시피강의 강물이 최고 수위를 기록하며 남하하고 있다. 강의 수위는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17.82m에 달하는 등 지난 1973년 홍수 때 기록을 뛰어넘었다. 미 기상청은 엄청난 양의 강물이 계속 남쪽으로 밀려와 다음 주 초 루이지애나주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강 하류에 있는 대도시 배턴루지와 뉴올리언스 가 침수될 것이 확실하다고 13일 보도했다. 두 도시의 인구를 합하면 약 200만명에 달한다.

↑ [조선일보]

↑ [조선일보]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로 큰 피해를 입었던 뉴올리언스가 다시 침수될 위기에 처하자, 홍수가 루이지애나의 대도시를 덮치기 전에 물길을 틀어 차라리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을 대신 침수시키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배턴루지와 뉴올리언스를 구하고, 루이지애나 남부 300만 에이커의 농경지와 모건시티, 후마 등 인구 5만여명의 소도시들을 '희생'시키자는 것이다.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공화당의 오바마 '로 불리는 바비 진달(Jindal)이다. WP는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대도시와 중소도시 중 어느 지역을 침수시킬 것인지 판단해야 하는 '악마의 선택'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제2의 카트리나 사태'만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트리나 때보다 큰 홍수 예상"

다음주 초 강물이 밀어닥칠 뉴올리언스의 제방 높이는 6m다. 미 육군공병단은 불어난 강물의 수위가 그보다 1m 이상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미시시피강 홍수로 인해 뉴올리언스가 침수될 경우 그 피해가 "카트리나 때보다 더 클 것"이라며 물길 방향 변경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미시시피강 홍수 때문에 이미 테네시, 아칸소, 미시시피 등 3개 주에서 수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12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의 미시시피강 유역에는 미국 전체 석유의 14%를 생산하는 정유시설이 밀집해 있다. 정유시설이 침수될 경우 경제 피해도 막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언론들은 카트리나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뉴올리언스가 수몰된다면, 주 정부는 물론 연방정부도 이로 인한 여론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진달 주지사 "최악에 대비하라"

바비 진달 주지사와 미 육군공병단은 루이지애나 북부 모간자 방수로(放水路)의 수문 125개를 모두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배턴루지에서 북서쪽 60㎞ 상류에 있는 모간자 방수로를 완전 개방하면 1초당 1만7000㎥ 규모의 물을 미시시피의 지류인 아차팔라야강으로 돌릴 수 있다. 홍수 피해를 조절하기 위해 지난 1954년 완공된 모간자 방수로는 1973년에 단 한번 완전 개방됐었다.

그러나 이 경우 270㎞의 아차팔라야강이 범람하게 된다. 육군공병단은 아차팔라야강의 수위가 약 3m 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 이 지역에 있는 모건시티와 후마 등 작은 도시들이 침수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리 주민들을 대피시킨다 해도 경제적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륙의 면화·밀 농장이 나이아가라 폭포수보다 거센 물결에 휩쓸리고 강 하구의 굴과 대하 양식장은 갑작스러운 민물의 대량 유입으로 망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진달 주지사는 이미 주 방위군을 동원해 홍수 대비에 나섰다. 그는 12일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홍수는 온다"며 "각 지역 주민들에게 최악을 각오하고 최대한 대비하라고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달 주지사와 미 공병단은 이번 주말까지는 강물의 방향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