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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마천 다단계 피해학생

손경형 2011. 6. 2. 12:01

 

'거·마 대학생(송파구 거여·마천동 일대서 활동)' 불법합숙 다단계 업체 600곳 內査

대부분 지방 유학생들… 20평 방서 10여명씩 합숙 조선일보 | 한상혁 기자

 

1일 오전 6시 서울 송파구 거여동의 한 허름한 상가 건물 앞에 봉고차 20여대가 멈춰 섰다. 정장 차림의 20대 초반 남녀 300여명이 봉고차에서 내렸다. 인근 주택가에서도 비슷한 차림의 20대 200여명이 무리지어 걸어 나왔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2~3명이 독일제 BMW 차량에서 내리더니 이들을 인솔해 상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송파구 거여동과 마천동 일대의 다단계·방문판매 업체에 고용된 대학생들이다. 인근 주민들은 이들을 '거마(거여·마천동을 합친 말) 대학생'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이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들이다. 유학비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단계에 뛰어든 것이다. 이들은 66.6㎡(20평) 남짓 되는 방에서 10여명씩 합숙하며 건강식품이나 화장품 등을 판매한다.

다단계 업체에서 일하는 한 남학생은 "1월부터 등록비를 마련하려고 휴학하고 이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여기서 오전 5시에 일어나 6시까지 출근해서 오후 11시까지 영업활동을 한다"며 "담배 하나 피울 시간이 없을 정도로 빡빡한 스케줄에 따라 군대식으로 생활한다"고 말했다.

수백명의 대학생 영업사원들이 "돈 벌어 출세하자"는 구호를 외치면서 교육을 받는다. 저녁 무렵이 되면 송파구 성내천 일대의 공원과 공터 등에서 휴대전화와 수첩을 든 거마 대학생들이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들어간다. 인터넷을 통해 구한 불특정 다수의 연락처로 무작정 전화를 걸어 건강식품·화장품·가전제품 등을 사달라고 호소한다. 이들은 영업할 때뿐 아니라 물건을 사러 갈 때나 화장실에 갈 때도 철저히 단체 행동을 한다. 이동할 때는 반드시 팔짱을 낀다.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강제적으로 합숙을 시키는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다. 거여동 다단계 업체 주변에 사는 김모(53)씨는 "캄캄한 밤에 여대생 1명이 헐레벌떡 달려와 '제발 저 좀 숨겨주세요'라고 사정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송파구에만 600여곳에 달하는 다단계·방문판매 업체 중 상당수가 이 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을 것으로 보고 최근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미등록이나 유사수신 등 다른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업체들도 적발해 처벌할 방침이다.

 

 

강제합숙 ‘거마 대학생’ 풀려난다

경찰, 600여곳 일제 단속… 34명 사법처리 방침 문화일보 | 박준우기자 | 입력 2011.07.18

서울 송파구 거여·마천동 일대에서 강제 합숙을 하며 다단계 판매업에 종사하는 속칭 '거마 대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문화일보 4월28일자 9면 참조)

이에 따라 거여·마천지역에서 본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감시를 당하며 합숙하고 있는 5000여명의 거마 대학생이 조만간 '해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6월부터 거여·마천동 일대에 있는 다단계업체 및 방문판매업체 600여곳을 파악, 이 중 불법성 여부가 강한 대형업체 4곳의 사원교육장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 업체의 대표와 피라미드식 다단계 판매의 최고위급인 슈퍼마스터플래너 등에 대해 방문판매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34명을 사법 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일부 대형업체는 허가되지 않은 다단계 영업을 실시해 부당 이득을 취했으며 본인 의사에 반해 교육과 합숙 등을 강요해 왔다. 또한 이들은 취업을 위해 찾아온 젊은이들에게 대출 등을 받게 한 다음 자사 제품을 고가에 강매, 판매토록 해 영업사원들이 물품을 쉽게 팔지 못하고 다른 사원을 모집하는 데 집중하게 했다.

이 같은 회사의 방침 속에 다단계 사원들은 물품 구입 과정에서 빚을 지기도 하고 새로운 사원들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불법 다단계 판매의 '가해자'가 되기도 했다.

또한 반강제로 이뤄지는 합숙소 생활 속에 세면은 물론 화장실까지 함께 다니며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새로운 다단계 사원을 끌어들이는 데 바람잡이 역할을 해 가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들의 업무 또한 장기간 이뤄지는 교육 시간을 제외하면 물품 판매보다 주변 사람들을 회사로 끌어들이는 일을 더 많이 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30여명의 사람들이 33㎡ 남짓한 공간에서 거주해 화재 등 인명 사고는 물론, 남여 혼숙으로 인한 성범죄 발생 우려도 높다는 것이 단속 경찰관들의 전언이다. 한 달 남짓 다단계 판매원 생활을 한 안모(22)씨는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등 가해자가 되기도 했고 군대보다 더 힘든 감시를 받은 기분이었다"며 괴로움을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에도 구청·세무서·소방서·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 기관과 지속적인 단속을 실시해 지역 내에서 강제 합숙을 하고 있는 다단계업체들을 뿌리 뽑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준우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