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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샐러리맨들 왜 '섹시바'에 열광할까?
손경형
2011. 6. 29. 12:41
강남 샐러리맨들 왜 '섹시바'에 열광할까?<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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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 수영복이나 핫팬츠 등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성 바텐더가 술시중을 드는 '섹시바'의 손님 접대 방식은 이제 옛 말이 됐다.
섹시바는 룸살롱이나 다른 유흥업소와 달리 손님이 여종업원과 신체적 접촉을 못하도록 해 그동안 경찰 단속을 피해왔다.
하지만 최근 동종 업계간의 치열한 경쟁과 불경기까지 겹치면서 아예 속옷 차림이나 아슬아슬한 의상을 입은 여성 바텐더가 술시중을 들거나 'T팬티 입은 바텐더 찾기', '속옷을 입지 않는 바텐더와 러브샷' 등 자극적인 이벤트까지 등장했다.
특히 심야시간에 손님을 끌기 위해 여성 바텐더들이 직접 나서 이른바 '스트립(홀딱쇼)' 공연까지 하는 등 점점 노출 강도가 높아져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A섹시바. 다소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30여개 테이블에는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별도로 마련된 대기 좌석까지 모두 차 발길을 돌리거나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는 손님들까지 있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입구에 설치된 CCTV를 따라 업소 안으로 들어서자 겉보기에는 일반 바와 다를 바 없지만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아슬아슬한 비키니 차림의 여성 바텐더 10여명이 손님들 사이를 분주하게 오갔다.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손님과 바텐더의 대화소리까지 더해져 업소는 시끌벅적했다.
손님 대부분은 시선을 바텐더들의 특정부위에 고정한 채 진한 농담을 주고 받거나 신체사이즈를 물어 보는 등 짖궂은 질문을 하면서 은근슬쩍 신체접촉을 시도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곳의 손님들은 30~40대 남성들로 젊은 여성들과 대화도 나누고 공연(?)을 보기 위해 시간에 맞춰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남 일대에서 공연을 하는 섹시바의 경우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공연이 시작되기 전 간판불을 끄고 가게문을 닫는다고 했다. 이 모두가 손님과 업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란다.
또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된 섹시바는 손님과 바텐더가 절대로 신체접촉을 해서는 안되지만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일도 종종 있다고 했다.
업소 관계자는 "특별한 이벤트나 공연을 하지 않으면 문을 닫을 정도로 매출 차이가 많이 난다"며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업소마다 직원들을 고용해 외부 감시를 하거나 CCTV를 동원해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귀뜸했다.
오후 11시가 되자 갑자기 조명이 어두워지더니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여러분, 기다리고 기다렸던 공연이 펼쳐집니다. 뜨거운 박수로 환호해주세요."
진행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남성 손님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서서히 조명이 밝아지자 바텐더 4명이 빠른템포의 음악에 맞춰 춤을 선보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춤을 추면서 바텐더들은 서서히 옷을 벗기 시작하더니 이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바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공연은 손님들이 바텐더들에게 1만원짜리 지폐를 건네고 나서야 끝이 났다.
섹시바를 찾는 손님들은 다른 유흥업소 비해 가격 부담이 덜하고 젊은 여성들과 대화도 나누고 공연까지 볼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실제 섹시바의 술값은 다른 유흥업소 비해 저렴한 편이다. 양주와 과일안주, 음료 등이 포함된 가격은 20만원 선. 일반 룸살롱과 가라오케 등과 비교하더라도 절반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다.
직장인 김모(30)씨는 "젊은 샐러리맨들이 밀집해 있는 강남 지역에서 이미 소문이 날 정도로 유명한 곳"이라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술도 마시고 덩달아 젊은 여성들과 대화도 하고 몸매도 감상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아예 업소 입구마다 CCTV를 설치하거나 직원을 고용해 외부 상황을 감시하는 등 단속을 피하는 노하우까지 생겼지만 섹시바에 대한 단속의 손길은 사실상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법상 많은 사람들이 보는 장소에서 성기를 드러내는 등 성적 혐오감을 주는 경우에는 형법 제245조 공연음란죄가 적용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단속권한이 있는 경찰은 섹시바에 대한 음란·퇴폐 행위에 대한 명확한 법적근거 마땅치 않고 현장에서 증거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섹시바의 선정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은 알고 있지만 명확한 법적 규정이 없고 현장에서 증거를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단속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과도한 신체 노출이나 공연을 할 경우에는 공연음란죄 등으로 단속도 하고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과도한 신체 노출 행위를 하는 섹시바에 대한 단속을 펼치겠다"며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법부터 현실에 맞게 빨리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