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가 수면 위로
아프리카 성직자들 ‘아동 성추행’ 쉬쉬 왜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이탈리아 출신의 레나토 키지토 신부(67)는 케냐 나이로비에서 빈곤 아동들에게 이탈리아 출신레나토 키지토 신부67)는 케냐 나이로비에서 빈곤 아동들에게 의식주와 교육을 제공하는 공동체를 15년째 운영(중이다. 지역사회의 존경을 받아온 그는 2009년과 올해 5월 두 차례 남자아이들 또는 청년을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하지만 이내 석방됐다. 경찰은 증거가 없다고 말하지만 케냐의 암시장에는 피해자가 빼돌린 것으로 추정되는 신부의 성폭행 비디오가 유통되고 있다. 신부는 이 모든 것이 수백만달러 규모의 공동체 재산을 노린 조직적 음해라고 주장한다.
유럽 각국과 북미지역에 이어 아프리카에서도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슈피겔 온라인판이 지난 8일 전했다. 서방에서는 피해자들이 오랜 항의 끝에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과까지 이끌어냈지만, 빈곤한 아프리카에서는 구호사업 등 지역의 권력구조가 사제들에게 유리해 좀처럼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들 성직자가 금전적 혜택이나 교육기회를 제공하며 침묵을 종용하기 때문이다. 동성애를 금기시하는 아프리카의 문화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슈피겔은 “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성직자는 신성불가침의 권력자로, 백인일 경우 더욱 그렇다”면서 “가난한 경제에서 물질적으로 교회에 의존하다보니 피해자들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가톨릭 교회는 30일 성명을 내 "도덕적 책임감과 사회의 기대를 인식해 우리 교회의 주교들 및 교회 지도자들은 피해자들을 인정하고 이들의 고통을 치유할 방법을 채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성명은 이어 "주교들 및 교회 지도자들은 피해자들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그들의 필요에 따라 금전적 보상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을 인정하는 것은 정신적, 사회적으로 과거 성직자에 의한 성추행을 인정함으로써 존엄성을 회복한다는 의미로, 고통을 치유할 방법은 금전적으로 보상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벨기에 의회는 지난 3월 특별위원회를 발족해 과거 가톨릭 교회에서 자행된 아동 성추행 사건의 피해 보상에 대한 중재를 해왔으며 이날 교회의 보상 방침 발표는 특별위원회의 중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벨기에에서는 약 1년 전인 작년 4월 북부 운하도시인 브뤼헤 교구의 주교가 과거 친조카를 성추행했다고 시인하면서 가톨릭 교회의 성추행 문제가 불거졌고 그 이후 500건에 가까운 사례가 신고됐다.
피해 사례들은 1950년대부터 수십 년에 걸쳐 교회가 운영하는 기숙학교에서 사제 등 성직자에 의한 아동 성추행 건이었으며 피해자 가운데 80여명은 벨기에 교회와 교황청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獨가톨릭 교회, 아동 성추행 전면조사 착수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형 라칭어 신부도 조사 대상 (베를린.헤이그 AP.AFP=연합뉴스) 독일 가톨릭교회는 10일 과거 성가대와 가톨릭 학교 등지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들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
특히 뮌헨 대주교 등을 지낸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의 형 게오르그 라칭어 신부가 당시 성추행 사건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에 포함돼 귀추가 주목된다.
독일 주교회의는 이날 독일 전역의 가톨릭 학교 졸업생 등 170여명이 수십년 전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데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고위 성직자 카를 위스텐이 밝혔다. 주교회의는 그러나 아직 공식 조사를 개시한 것은 아니며 각 교구와 교회기관들에 자체 조사를 벌이도록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교구와 기관별로 실시되는 이번 조사에서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뮌헨 대주교는 베네딕토 16세가 뮌헨 대주교 재직 시절 성추행 사건들을 알고 있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위스텐은 전했다.
위스텐은 베네딕토 16세가 1977년부터 1982년까지 뮌헨과 프라이징 대주교를 지냈지만 당시 교회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레겐스부르크 교구는 변호사 안드레아스 쇼일렌을 독립적인 조사관에 임명해 과거 소년 성가대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들을 조사하도록 했다. 야콥 쇼츠 레겐스부르크 교구 대변인은 1차 조사 결과가 2주 내로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겐스부르크 소년 성가대는 베네딕토 16세의 형인 라칭어 신부가 1964년부터 1994년까지 30년이나 이끌었지만 현재까지 폭로된 성추행 사건들은 1964년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칭어 신부는 지난 8일 자신이 소년 성가대 성추행 사건에 관해서는 몰랐지만 학생들 사이의 폭행은 알고 있었다며 이를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교회의 아동 학대 파문이 확산되자 크리스티나 슈뢰더 가족장관은 당국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업무 지원자들의 정보를 경찰에 요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일간 '비스바데너 쿠리어'에 밝혔다.
가톨릭 교회는 최근 수년 동안 독일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아일랜드, 호주 등지에서 성추행이나 아동학대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네덜란드 가톨릭 교회도 10일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성직자로부터 성추행당했다는 진정이 이달 초부터 350건이나 접수됐다며 아동 성학대 사건들에 대한 조사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ljglory@yna.co.kr
(바티칸 AP.AFP=연합뉴스) 로마 교황청이 16일(현지시각) 전 세계 주교들에게 서한을 보내 사제들이 아동 성추행 사건에 연루되면 교회법뿐만 아니라 실정법상의 처벌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황청은 이날 보낸 서한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성추행은 단순히 교회법상의 범죄가 아니라 실정법상 기소돼야 할 범죄"라면서 "실정법은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청내 신앙감시 기구인 '신앙교리회(Congregation for the Doctrine of the Faith)'가 주도한 이 서한에는 아동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사제들을 신고하는 등 경찰과의 협조가 중요하다는 내용과 함께 내년 5월까지 고위성직자들에게 성범죄 예방을 위한 지침서를 마련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교황청은 서한에서 "사제들에 의한 성범죄 피해 아동을 보호하는 책임은 각 교구의 주교들에게 일차적으로 있다"면서 소아성애 의혹이 있는 사제들을 당국에 신고하는 것도 주교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서한은 영어와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폴란드어, 스페인어 등으로 각각 발표됐다.
영국 BBC방송은 이 서한과 관련,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주교들에게 사제들에 의한 성추행 의혹 사건 일체를 신고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교황청의 이번 조치는 과거 가톨릭 교회 사제에 의한 아동 성추행 사례가 잇따라 폭로돼 일각에서 교황의 퇴위를 거론할 정도로 위기에 봉착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서한의 내용이 여전히 모호한데다 주교들이 지침서를 꼭 마련해야 하는 구속력과 강제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인권그룹도 이번 조치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사제에 의한 아동 성범죄 피해자 보호활동을 벌이는 미국의 인권단체 SNAP는 "이번 서한에는 어린이들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그 어떤 조치도 들어 있지 않다"면서 "마지못해 뒤늦게 발표한 아무런 구속력 없는 가이드라인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성토했다.
SNAP는 지침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jsa@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