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멜버른 대학의 로저 쇼트 교수와 모나쉬 대학의 카라 브리트 교수는 이날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수녀들의 암 관련 논문을 기고했다. 두 교수는 논문에서 “임신과 출산·수유 등의 경험이 전혀 없는 수녀들은 월경 주기가 빨라 암에 취약하다”며 “먹는 피임약을 복용하면 수녀들의 난소·자궁암 발생 위험은 최대 60% 줄고 유방암 발병 비율도 감소해 전체 사망률이 12% 낮아진다”고 주장했다. 피임약이 수녀들의 배란·월경 주기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수녀들이 암으로 고생했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1713년 이탈리아 의사 베르나디노 라마찌니는 수녀들이 유방암에 자주 걸린다며 유방암을 ‘저주받은 역병’으로 묘사했다. 미국에는 1900년에서 1954년 사이 3만1658명의 수녀들을 조사해 이들이 유방·난소·자궁암으로 숨지는 비율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다.
논문은 가톨릭 교회가 수녀들에게 피임약을 자유로이 복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톨릭에선 1968년 교황 바오로 6세가 ‘교황 회칙(Humanae Vitae)’을 통해 “(피임은) 성을 쾌락의 도구로 삼아 생명을 부정한다”며 모든 인공적 피임을 금지하고 있다. 쇼트와 브리트 교수는 논문에서 "전 세계 수녀 9만4790여명은 그들의 순결을 위해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며 "만일 피임약을 자유롭게 복용할 수 있게 한다면 이들이 암으로 고난을 겪는 일은 크게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임약의 부작용은 쇼트와 브리트 교수도 지적했다. 이들은 논문에서 “피임약 복용은 자칫 혈액응고 현상을 초래할 위험이 적지 않다”며 “수녀들이 자신의 병력을 의사들에게 밝혀 각자 개인에 적합한 피임약을 처방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