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로겐에 관한 호르몬 대체요법의 오해
2002년에 WHI(Women's Health Initiative)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3장 참조), 대부분의 의사들은 합성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을 사용한 호르몬 대체요법(HRT)을 모든 폐경기 여성에게 강권해 왔다. 그러나 이 약에 대한 의사들의 열심과 열정에 비하면 사실상의 근거는 턱없이 부족했다. 앞으로 또 다시 이러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호르몬 대체요법(HRT)이 그토록 오래 맹신되었던 이유를 살펴보기로 한다.
폐경후기에 에스트로겐을 보충해야 한다는 주장은(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폐경기가 지나면 에스트로겐이 부족해진다는 뿌리깊은 믿음 때문에 나왔다. 이러한 주장을 큰 소리로 떠들어댄 것은 제약 회사의 에스트로겐 광고와 주요 언론 매체의 호르몬 대체요법(HRT)에 관한 소비자 광고, 의학 서적, 비전문 서적, 주류의학자들이었다. 여성들은 기분의 극단적 변화, 우울, 안면 홍조, 질 건조증, 성욕 상실, 골다공증의 가속화 등이 에스트로겐 결핍의 명백한 증거라는 얘기들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폐경기는 에스트로겐 결핍이라는 질환의 시작단계인 것으로 취급되었다.
폐경기가 에스트로겐 수치 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폐경기에 나타나는 모든 증상의 원인이 에스트로겐 수치 감소 때문인지의 여부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의사 캐롤린 드마르코(20년 이상 환자들을 진료한 여성 건강 전문의로, 저서 ‘당신의 몸을 맡아라(Take Charge of Your Body)’를 출판하였고 그 외 많은 글을 집필하였으며 보건심의회에도 참여하였음)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심장 질환을 비롯하여 폐경에 관련된 각종 질병의 원인이 에스트로겐 결핍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또, ‘변화(The Change)’의 저자이며 유명한 여권 운동가 거메인 그리어는 이런 글을 썼다.
“호르몬 대체요법(HRT)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에스트로겐 결핍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지도 못했고, 호르몬 대체요법(HRT)이 어떤 식으로 작용해서 기적을 일으켰는지 설명하지도 못했다. 그들은 치료법을 먼저 만들고 나서 질환을 규정짓는 비정상적인 코스를 밟았다.”
캐나다 브리티쉬 컬럼비아주 밴쿠버에 있는 브리티쉬 컬럼비아 대학의 내분비학 교수이인 제릴린 프라이어 박사는, 에스트로겐 결핍이 폐경기 증상 및 관련 질환과 상관 관계가 있다는 주장은 아직 어떤 연구로도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프라이어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입증은커녕 그들은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아진다는 점만을 내세우면서, 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변화이며 폐경기와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여러 증상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이러한 단계에서 에스트로겐 치료를 쓰는 것은 시기 상조이다. 이를테면 거꾸로 가는 과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는, 두통이 아스피린 부족으로 인한 질환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운 개념이다.”
많은 여성들이 에스트로겐 보충을 통해 일부 폐경후기 증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그 증상의 원인이 과연 에스트로겐 결핍이었는지는 아직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다. 그 예로, 에스트로겐 요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폐경기 이전과 이후의 프로게스테론 수치조차 체크해본 적이 없다. 프라이어 박사가 지적한 바와 같이, 폐경기에 걸쳐 프로게스테론 수치는 폐경전기의 20분의 1 수준으로 심각하게 감소하는 반면, 에스트로겐 수치는 2분의 1에서 3분의 1까지밖에 감소하지 않는다.
서구 여성들은 폐경기에 앞서 대개 10년에서 15년 정도 에스트로겐 우세를 경험하며 에스트로겐 우세에 따른 증상으로 고통받는데, 의사들은 이런 환자들에게 더 많은 에스트로겐을 처방한다. 뭔가 엄청나게 잘못되어 있지 않은가?
의사인 헬렌 레오네티는 1999년 ‘산부인과’ 저널에 프로게스테론 크림 이중 맹검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안면홍조 등의 폐경기 증상에 프로게스테론 처방 그룹 여성 83퍼센트에게 아주 좋은 반응이 나타난 반면, 위약(placebo)을 사용한 여성들은 19퍼센트만이 개선되었다. ‘Maturitas’ 저널에 발표된 노르웨이의 한 연구에서는 안면 홍조로 괴로움을 겪는 폐경후기 여성들의 호르몬 수치(프로게스테론만 빼고!)를 측정했다. 그 결과, 테스토스테론과 DHEA의 수치가 낮은 것이 안면 홍조와 상당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과, 이 호르몬들의 수치가 정상이거나 높을 때 안면 홍조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렇다면 폐경후기 증상과 골다공증, 심장 질환, 우울증, 성욕 상실 등의 관련 질환을 평가할 때 프로게스테론을 비롯한 그밖의 호르몬들이 신체에 끼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하는 편이 현명하지 않을까한다.
하버드 의과대학 부교수 그레이엄 콜디츠 박사는 에스트로겐이 유발하는 유방암의 위험성에 관한 연구의 권위자이다. 콜디츠 박사는 1994년 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었던 미국 과학 진보 협회(The 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AAAS) 모임에서 한 가지 발표를 했는데, 여기에는 폐경전기와 폐경후기의 혈장(plasma)중 에스트로겐과 에스트라디올 수치에 관한 흥미로운 그래프가 있었다. 콜디츠 박사의 그래프를 보면 폐경전기의 전형적인 수치는 2.35, 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은 여성들의 폐경후기 수치는 2(scale dimensions는 확인되지 않음)로 나타났다. 15퍼센트만이 감소한 셈이다. 이 정도의 감소로도 월경이 멈추기엔 충분하다. 그러나 85퍼센트의 에스트로겐은 아직도 건재한 것이다!
<여성호르몬의 진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