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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사기집단' 대명사 된 저축은행

손경형 2012. 2. 16. 14:15

<1년만에 `사기집단' 대명사 된 저축은행>

연합뉴스 | 홍정규 | 입력 2012.02.16 11:41 | 수정 2012.02.16 11:45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지난해 2월17일 오전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기자들 앞에 섰다.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이승우 예금보험공사 사장,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이 배석한 가운데 김 위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뗐다.

"(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을) 방치할 경우 예금자의 권익과 신용질서를 해칠 수 있다고 판단, 2개 저축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각각 6개월간의 영업정지 조치를 부과한다"

 

이로부터 이틀 뒤 부산2ㆍ중앙부산ㆍ전주 등 부산저축은행의 나머지 3개 계열사와 보해저축은행이 같은 이유로 영업정지됐다. 사흘 뒤에는 도민저축은행이 문을 닫았다.

지난 1년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저축은행 사태'의 신호탄이었다.

◇껍데기만 남은 영업정지 저축은행들

은행보다 금리를 후하게 쳐주는 점을 내세워 고객 돈을 끌어모은 저축은행은 지난 1년 만에 `사기집단'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영업정지 저축은행들이 이 돈으로 어떤 짓을 했는지는 이들 저축은행의 자산 변화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사태의 원흉으로 꼽히는 부산저축은행은 한때 4조원을 넘나드는 자산을 보유했다고 과시했지만, 뜯어보니 실제 가치가 있는 자산은 약 5천억원에 불과했다.

예금보험공사가 온갖 방법을 써서 회수하려 해도 앞으로 7년 안에 찾아낼 수 있는 돈은 7천억원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머지는 대주주가 빼돌렸거나 불법 운영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숨겼다. 부산저축은행의 SPC는 검찰이 밝혀낸 것만 해도 120여개에 달한다. SPC를 통해 캄보디아 신도시ㆍ신공항 개발사업, 납골당(영각사) 사업, 인천 효성동 도시개발사업 등에 불법 대출을 저질렀다.

예금자가 맡긴 돈을 제멋대로 운용하다가 대부분 거덜낸 탓에 회계사들이 평가한 자산가치는 뚝 떨어졌다.

다른 곳도 부산저축은행과 매한가지다.

보해저축은행은 자산가치가 영업정지 전보다 90% 하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부산2(-74%), 대전(-67%), 중앙부산(-59%), 전주(-52%) 등 부산저축은행의 계열사도 모기업의 불법대출에 동원된 바람에 자산이 반 토막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영업정지될 때마다 저축은행의 자산가치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곤두박질 쳤다"며 "저축은행이 공시한 경영실적은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피해자 구제방안 놓고 진통은 여전

부산저축은행은 영업정지를 앞두고 벌어진 정ㆍ관계 구명로비와 사전 부당인출 의혹, 원리금 5천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투자자에 대한 피해구제 방안을 놓고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검찰이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김해수 전 청와대 비서관, 서갑원 전 국회의원 등을 기소해 구명로비 수사는 일단락됐지만 로비스트 박태규씨가 정ㆍ관계에 시도한 로비는 이보다 더 광범위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저축은행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 전ㆍ현직 직원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줄줄이 구속된 데다 김종창 전 원장과 김장호 부원장보도 저축은행 사태에 연루되면서 금감원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사전 부당인출 의혹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당국이 부당인출을 묵인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 과정에서 1천명 가까운 예금자가 부당인출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85억2천만원이 부당인출로 확인됐다.

각종 불법ㆍ비리와 부당인출로 성난 영업정지 저축은행 예금자와 투자자는 국회와 정부에 피해구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위헌시비와 선심성 법안 논란으로 진통을 겪는 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법은 그만큼 저축은행들이 저지른 금융범죄가 온 국민을 분노케 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된 저축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1년간 끌어온 사태가 진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부실 저축은행을 모두 털어내고 업계가 `사기집단'이라는 오명을 벗기 바란다"고 말했다.

zhe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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