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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장기 동시이식 -> 새생명 얻은 7살 소녀
손경형
2012. 2. 16. 16:00
7개 장기 동시이식으로 새생명 얻은 7살 소녀
간·췌장·소장·위·십이지장·대장·비장 이식
서울아산병원 국내 첫 성공…’완치 가능성 열어’ 조선일보 한상혁 기자 입력 2012.02.16 14:28
국내에서 처음으로 7개의 복강(腹腔)내 장기를 동시에 이식하는 고난도 수술이 성공해 두살 때부터 희귀병과 싸워온 7살 소녀가 생명을 구하게 됐다.
서울아산병원은 만성 장 가성 폐색 증후군(이하 만성장폐색증후군)으로 6년간 투병해 온 조은서(7)양에게 뇌사자로부터 적출한 7개의 장기를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병원 측에 따르면, 소아청소년병원 소아외과 김대연 교수팀은 지난해 10월 12일 간, 췌장, 소장, 위, 십이지장, 대장, 비장을 조양에게 이식했다. 국내에서 3개 이상의 복강 내 동시 장기 이식에 성공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 [조선닷컴]7개 장기를 동시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시킨 김대연 교수(오른쪽)와 새생명을 얻은 조은서양. /출처=서울아산병원
↑ [조선닷컴]7개 장기를 동시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시킨 김대연 교수(오른쪽)와 새생명을 얻은 조은서양. /출처=서울아산병원
조양이 앓아온 만성장폐색증후군은 전국에 환자가 10명 내외인 희귀병으로, 음식을 정상적으로 섭취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정상적인 사람은 음식물 섭취 후 활발한 장운동을 통해 음식을 소화시키고 영양분을 흡수하지만, 이 질환을 앓는 환자는 장의 운동이 없어 주사를 통해 영양제를 투여받아야 한다. 각종 합병증을 이겨내더라도 혈관 손상으로 더 이상 주사를 맞을 혈관이 없어지면 결국 사망하게 된다. 1년 생존율은 87%, 4년 생존율은 70%로 알려져 있으며, 장기이식만이 유일한 완치 방법이다.
조양은 4살도 채 되기 전부터 이 질환으로 수차례 수술을 받았고, 수술 후에도 반복되는 몸속 전해질 불균형, 염증 등으로 인해 복강 내 위, 간, 소장, 대장 등 주요 장기가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해 영양주사로 겨우 영양공급을 받으며 투병생활을 해왔다.
김대연 교수는 2년 전부터 조양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시키고, 복강 내 거의 모든 장기를 떼어내고 이식하는 다장기 이식 수술을 준비해왔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및 간담도 외과 김기훈 교수가 직접 뇌사자의 장기를 적출했고, 김대연 교수는 손상된 조양의 복강 내 장기들을 하나씩 떼어내고 장기별로 이식을 진행했다.
7개의 장기를 조양에게 이식하는 수술은 9시간이 걸렸다. 수술 후 두 달 만에 일반병실로 옮긴 조양은 현재 퇴원을 앞두고 있다.
김대연 교수는 "국내에 많은 수는 아니지만 생존 확률이 낮은 희귀질환 환자에게 완치 가능성을 열어준 중요한 수술결과"라며 "장기이식팀의 역량과 협력이 중요한 성공 요인이며, 은서의 소박한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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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장기 극적 이식' 은서의 기적, 알고보니 불법
'은서법' 필요하다이식한 장기 7개 중 4개 현행법으론 불법
수술 집도 김대연 교수 “법보다 생명이 급했다 의술 발달 맞춰 개정을” 중앙일보 신성식 입력 2012.02.18 09:03 수정 2012.02.18 09:04
7개의 장기를 극적으로 이식받은 조은서(7·사진)양은 새 생명을 얻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일부 장기만 이식을 허용하고 있는 법률 때문이다. 은서는 지난해 10월 서울아산병원 김대연(48·소아외과) 교수팀 주도로 간·췌장·소장·위·십이지장·대장·비장 등 7개 장기를 통째로 이식받았다. 현행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 제4조에 따르면 간·소장·췌장 등 3개만 합법이다. 위·대장·십이지장·비장 등 4개는 법에서 허용한 장기가 아니어서 '불법'이다. 이들 4개 장기는 그동안 국내에서 이식된 적이 없어 불법 논란이 생길 이유가 없었다. 장기이식법은 간·신장·심장·폐·소장·췌장·골수·안구·췌도 등 9개만 이식 가능한 장기로 규정한다. 아산병원 측은 은서에게 이식하기 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위·대장·십이지장·비장 이식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센터 측은 "법률에 없어 이식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17일 " 장기를 이식하는 날은 마음이 다급했다. 뇌사(腦死)자한테서 적출한 장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술 성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이 신경 쓰였지만 돌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 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장기도 이식할 수 있게 '은서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기 이식 명의인 서울아산병원 김대연 교수(가운데)가 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 김 교수는 조은서양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1999년 장기이식법을 만들 때 간·췌장·신장·심장·폐·골수·안구 등 7개만 이식을 허용했다. 2007년 소장·췌도가 추가됐다. 13년 동안 이식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법률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지난해 두 개 장기 동시이식이 33건, 세 개 이식이 1건 이뤄졌다. 연세대 의대 의료법윤리학과 이일학 교수는 "위·대장 등의 장기 이식도 기술적으로 가능한데 법이 막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이 범법자 신세가 됐다"며 "은서양을 살릴 유일한 대안이 장기이식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법만 따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김원종 보건산업국장은 "현행 법에서 허용한 9개 장기 외에 이식하면 안 된다"며 "다만 다른 장기를 이식했을 때 처벌 규정이 없어 아산병원 이식 건을 불법으로 몰기는 애매하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전문가로 구성된 장기이식운영위원회를 열어 위를 비롯한 장기 이식의 의학적 타당성을 따지고 이를 허용한다면 어디까지 법에 담을지 등을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여러 개 장기이식이 가능하게 법률로 뒷받침한다. 국내에서 허용하지 않는 위·대장 등도 허용한다. 연평균 30건의 여러 장기 이식이 이뤄진다. 2005~2007년 복강 내 장기 이식을 받은 소아환자 중 약 30%가 여러 개 장기를 이식받았다.
장기이식 허용
간·신장·심장·폐·소장·췌장·골수·안구·췌도(9개)
불허
위·대장·십이지장·비장
신성식 기자ssshin@joongang.co.kr
▶신성식 기자의 블로그http://blog.joinsmsn.com/ssshi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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