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하게 거절하는 방법…‘아니오’라고 말하면 행복이 옵니다
시티라이프 입력 2012.03.28 12:41매사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당장 내가 죽겠는데 긍정적인 태도가 다 무슨 소용인가. 이제 싫으면 싫다고 하자. 불행한 'YES'맨이 되느니 행복한 'NO'맨이 되자.
THE WORLD BEST YES MAN
나는 지독한 예스맨이었다. 내키지 않는 약속도 거절하기는커녕 10분 전에 나가 기다렸다. 겹친 약속을 거절하지 못해 하루에 저녁을 두 번 먹은 적도 있었다. 내가 '아니오' 라고 말할 때 보일 상대방의 반응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고단한 생활이 계속 됐다. '그때 싫다고 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와 반성만 수천 번. 하지만 수천 번의 결심에도 다음날만 되면 다 잊고 멍청하게 '예스!'를 외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김태희와 장동건도 안티팬이 있기 마련인데 왜 내가 그런 불가능한 것에 욕심을 낸 걸까. 어쨌든 나는 그 허황된 욕심 때문에 형을 형이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는 있지만 '아니오'라고 말 못하지 못한 지난한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는 자연스레 '을'이 되어 있었다. '밀고 당기기'가 중요하다는 연애도 처음부터 '을'을 자청했다. 그러다 보니 나를 상대적으로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차피 어떤 요구를 해도 나는 무조건 '예스'라고 할 테니까. 나에게 큰 문제가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한순간에 태도를 바꾸기에는 쉽지 않았다.
이게다 착한사람 콤플렉스 때문이다
나는 "난 네가 화를 낸 적을 본적이 없어", "거절하는 경우가 없어", "거 참 성격 좋다" 의 말을 종종 들었다. 그 순간엔 우쭐했다. 내가 올바르게 살고 있구나. 하지만 그것도 잠시. 친구들이 알아채기 시작했다. 내가 착한사람 콤플렉스에 빠져있단 것을. 참다못한 친구들은 갖가지 거절의 대가들이 쓴 책까지 들이밀며 나를 계몽하려 했다. "제발 싫을 땐 싫다고 해, 이러면 너한테 아무런 말도 못 하겠어" 그렇다. 여러 세월을 함께 보낸 그들의 눈에는 보였던 거다. 입은 YES 이었지만 나의 얼굴과 행동은 NO라고 외치고 있었던 거다. 그게 그들을 더 불편하게 했다.
이제는 "NO"라고 말하자
사실 거절 몇 번 못했다고 큰일이 일어나진 않는다. 잠깐의 손해를 볼 뿐이다. 약간의 스트레스가 극적인 문제로 연결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해서 무시해 버릴 수만도 없지 않은가.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한 대가로 받는 고통은 분명 존재한다.
유전학자 알베르 자카르는 인간 개개인에게는 언제나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고 창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해왔다.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여! 이제 우리는 다른 것을 선택해볼 때다.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해 적당히 둘러대는 것도 우리가 자주 쓰는 방법이다. 하지만 한 번의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부르는 법이다. 거짓말보다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낫다.
■ 거절 초보자들을 위한 거절가이드
1 시작이 반이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다. 두 번 세 번은 쉽다. 항상 'YES'맨이던 내가 'NO'를 입밖으로 꺼내게 되자 몇몇 사람들은 '변했다'며 서운해 했다. 이때가 위기다. 절대 흔들리지 말자. 남이야 뭐라든지 내 갈 길을 가자. 그리고 후에 여유가 생긴다면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자. 당장 서운하다며 당신을 비난했던 사람도 결국엔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될 거다.
2 휴대폰으로 거절하지 말자
일단 거절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뒤로 숨지 말자. 얼굴을 마주보고 말하기 두렵다고? 그래도 휴대폰 문자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진심을 전하기 위해선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중대한 사안일 경우 더더욱 얼굴을 보고 거절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진심을 전달할 수 있다. 아무리 스마트폰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진심까지 전달 할 방법은 없다.
3 상대방을 고려하라
지금부터는 좀 더 실질적인 방법론이다. 부탁하는 상대방에 따라 거절하는 방법도 다르다. 소심한 사람에게는 거절할 수밖에 없는 타당한 이유와 상황부터 말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반면 그렇지 않는 사람에게는 "글쎄, 생각해볼게" 와 같이 우물쭈물 넘기기 보다는 단칼에 거절을 하는 것이 좋다.
또, 가까운 사람일 경우에는 즉각적으로 거절하는 것은 좋지 않다. 직장 동료나 친구와 같이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부드럽게 거절하자. 하지만 보험 판매원이 필요 없는 보험을 자꾸 권유할 때는? 싫으면 단칼에 거절하자. 이때 부드럽게 거절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4 미안한 마음에 얽매이지 말자
일단 거절하기로 마음먹었고 거절 했다면 미안한 마음을 지속하지 말자. 그게 또 스트레스로 당신을 갉아먹을 것이다. 죄책감을 갖게 되면 애써 거절한 것이 도루묵이 된다. 이유가 있는 적절한 거절은 오히려 미덕이다. 더 이상 거절 후에 미안한 마음을 오래 지속하지 말자. 거절이 그 사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5 '아니오'가 주는 행복을 깨닫자
프랑스 임상심리학자 마리아두(Marie Haddou)는 과감하게 '아니오'라고 말하면 역설적이게도 보다 진정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니오'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 그 욕구를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게 되면 자신의 정체성은 더욱 확고해 질것이다.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 그리고 그것이 정당화될 수 없을 때 바로 그때가 바로 '아니오'라고 말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기획 = 신정인 기자 / 취재 = 이광수 / 사진 = 플리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21호(12.04.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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