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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백설공주(국회의원) 뒤통수에 돌 던져야…그게 투표”

손경형 2012. 4. 7. 11:07

김제동 “백설공주 뒤통수에 돌 던져야…그게 투표”

등록 : 2012.04.06 16:58 수정 : 2012.04.06 22:57

 

김제동

미국서 열린 ‘청춘콘서트’…한국정치 거침없이 풍자
“정치인들 저렇게까지 웃기는데 나는 뭐하나 자괴감”

최근 ‘민간인 사찰’ 대상자 중 한 명으로 확인된 개그맨 김제동(38)씨는 5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 대학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서 한국정치에 대해 거침없이 풍자했다. 유학생들과 한인 등 900여명이 들어찬 방청석에서는 김씨의 풍자와 유머에 2시간 내내 폭소가 터졌다.

방청객과의 질의응답 등 토크쇼 형태로 진행된 이날 콘서트에서 김씨는 “아무리 내가 누군가를 사랑해서 일거수 일투족을 알고 싶어도 그 사람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았다면 폭력”이라며 최근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사찰’ 문제를 피하지 않았다. 그는 “제가 기독교인으로서 본 사찰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성하는 것이지 남을 살펴보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어 “요즘에는 코미디보다 뉴스가 더 웃기지 않느냐”며 “정치인들을 보면, 개그맨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 저렇게까지 웃기는데, 나는 뭐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크리에이티브가 있는데, 나는 왜 그런 생각을 못하나 하고 자책한다”고 익살을 떨었다. 그는 “어느 국회의원이 장롱 속에 현금이 7억원이 있었는데 ‘몰랐다’고 한다. 재미있지 않느냐? 어떻게 모를 수가 있나”며 “장롱에 현금이 있으면, 옷은 금고에 있나”라고 말했다. 이는 새누리당 이상득 의원의 ‘장롱 현금 파문’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최근 일각에서 자신을 ‘좌파 개그맨’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뭐가 좌파인지 모르겠는데, ‘등록금 비싸다’고 하니 ‘좌파다’, ‘부자나 가난한 집 아이나 똑같이 밥 먹도록 하자’고 하니, ‘빨갱이다’, ‘북한 어린이들한테 분유 좀 보내자’고 하니, ‘빨갱이다’ 하니, 참 혼란스럽다”며 “자기들의 기득권과 맞지 않으면 ‘종북좌파’라고 하는데 그게 몇년도 건데 아직도 써먹나”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투표를 해야한다”며 투표를 격려했다. 그는 “어느 쪽이든 관계없이 투표해야 욕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정치인들에게 누가 주인인지 알려줘야 한다. 정치인에게 주어진 힘은 우리(국민)에게서 나왔다는 사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대표적인 4년제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며 젊은층의 적극적인 투표권 행사를 촉구했다.

그는 또 이를 ‘백설공주’를 국회의원에 빗대 재미있게 설명하기도 했다. “백설공주, 그거 인간 안 된다”고 이야기를 꺼내면서 “왕궁에서부터 나와서까지 자기 스스로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없고, 난쟁이 등쳐먹고, 난쟁이 침대 다 뺏어서 자기 혼자 자고, 난쟁이는 마루바닥에서 자게 하고, 혼자서 사과 사서 쳐먹다가 가지 않았느냐? 그때 갔어야 온 나라가 편안했다”고 말해 객석의 폭소를 자아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 왕자가 오니까 살아나더니, 일곱 난쟁이 다 놔두고 자기 혼자 그냥 갔다. 정치인들 표 받고 나서, 공천권자 보고 달려가는 것과 똑같다”며 “달려가는 백설공주 뒤통수에 대고 돌 던져야 한다. 그게 투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애할 때도, 밀고 당기는 게 있어야 하는데, 한쪽만 줄곧 밀어주면, 국민들을 잡아놓은 물고기로 안다”며 특정지역의 특정정당 지지를 은근히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김씨와 함께 무대에 선 대북 인권단체 ‘좋은 벗들’의 이사장 법륜 스님도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무기는 투표 밖에 없다”며 “평화와 통일, 양극화 완화, 지속적 발전을 행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서 투표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법륜 스님과 김제동씨는 이날 메릴랜드 대학을 시작으로,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청춘콘서트 미국편을 진행한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아래는 기자간담회 내용.

[기자간담회 녹음파일 듣기]

 

‘청춘콘서트’ 미국편을 위해 5일(현지시각) 워싱턴을 방문한 개그맨 김제동(38)씨는 최근 자신에 대한 사찰과 관련해 “(사찰) 자료가 있으면, 내용을 알려달라”며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하고, 없다면 앞으로 (사찰자료로) 문제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제동씨는 이날 메릴랜드 대학에서 콘서트 행사가 끝난 뒤, 워싱턴 특파원들의 요청으로 간담회를 열고 최근 사찰 및 국정원 직원 방문과 관련된 내용과 자신의 입장을 간략하게 밝혔다.

 

-최근 사찰 관련해 설명을 해달라.

“문건이 저희 집에서 나온 게 아니고, 제가 쓴 것도 아니지 않느냐? 그렇기 때문에 발견된 곳에서 쓴 사람이 주체를 밝히는 게 옳은 것이라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 1주기 추도식에 가지말라는) 국정원 직원과의 만남은 저는 압력으로 받아들인 적이 없다. 진짜 압력으로 받아들였다면, 안 갔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 안 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저는) 갔으니까 압력이 안 된 것이다.

 

-미행이나, 감시를 받고 있다고 느낀 적은 없었나?

“사찰은 생각하지 않았다. (최근 저에 대한 사찰) 문건을 보고 ‘그랬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거기 보니, ‘민정수석 비선보고’ 이렇게 돼있지 않나? 비선이니까 (제가) 알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사찰) 했으면, 자료가 있을 거 아니냐? 자료가 있으면 주시라, 아니면 공개를 하라. 잘못한 게 있으면 얼른 사과하고 가겠다. 없으면 앞으로 이걸로 문제삼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료가 뭔지, (사찰한) 그쪽에서 설명해 달라. 내용이 없으니까 불안하다.”

 

-얼마 전에 공지영씨가 ‘김제동씨가 약을 먹지 않으면 잘 수 없다’고 했는데?

“오래 혼자 살아서 그렇다. 스트레스도 많고, 잠 안 오니까 수면제 먹고 잘 때도 있다. 공지영씨가 제가 애닯아 보이고, 안타까워 보이고 그러니까. 혼자 오래 살아서 그런거지, 사찰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다. 기분이 좋진 않다. 저한테까지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SNS에서 팔로우업하면 제가 어디 있는지 하루에 몇 번씩 알 수 있는데.”

 

-국정원 직원이 ‘노 대통령 추도식 안 갔으면 좋겠다’고 한 건, 개인의견을 말한 게 아니지 않느냐? 공식라인의 지시를 받고 찾아온 건 아니냐? 그걸 압력으로 느끼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다.

“사찰 문건도 국정원 직원이 찾아온 것도 제가 먼저 밝힌 건 아니지 않느냐? 당시 지인들한테 얘기한 적은 있다. 아는 기자들과 상의한 적도 있다. ‘터뜨려야 한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제가 ‘쪽 팔린다’고 얘기했다. 끌려가서 고문당했던 분들도 계신데, 그분들한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 저는 ‘끽’ 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럴 수 없는 분들한테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국정원 직원은 저한테 ‘안 가면 안 되겠냐? 문성근, 명계남 등 이미 색깔이 드러난 사람 보내면 좋지 않겠느냐’고 해서, ‘나 간다’ 그랬더니, ‘노련하게 방송도 하고 그랬으면 좋지 않겠느냐? 할 일이 많은데’라고 했고, 그래서 저는 ‘이건 색깔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말 하려면 앞으로 만나지 말자’고 했다. 내가 당시 겁이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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