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열광과 광기 사이 이승철 논설위원
‘9·11 테러’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모습이 있다. 워싱턴 특파원으로 있던 2001년 9월11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봤던 미국인들의 눈이다.
테러 발생 4시간여 뒤 펜타곤(국방부 건물)이 내려다보이는 알링턴 국립묘지 옆 언덕을 올랐다. 테러범들에게 납치된 항공기가 충돌한 펜타곤에서는 시커먼 연기와 함께 불꽃이 여전히 치솟고 있었다.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언덕을 메웠다. 너무 조용했다. 모두들 입을 꽉 다문 채 핏빛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펜타곤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들의 눈에서 분노를 보았다. 동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친절하기 그지없던 이웃집 사람들의 눈에서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분노를 느꼈다. ‘광기’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테러 발생 4시간여 뒤 펜타곤(국방부 건물)이 내려다보이는 알링턴 국립묘지 옆 언덕을 올랐다. 테러범들에게 납치된 항공기가 충돌한 펜타곤에서는 시커먼 연기와 함께 불꽃이 여전히 치솟고 있었다.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언덕을 메웠다. 너무 조용했다. 모두들 입을 꽉 다문 채 핏빛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펜타곤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들의 눈에서 분노를 보았다. 동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친절하기 그지없던 이웃집 사람들의 눈에서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분노를 느꼈다. ‘광기’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열광’은 집단적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창출할 때의 사회 심리상태를 가리킨다. 이 말에는 긍정적이라는 함의가 담겨 있다. 반면 사회 심리상태가 파괴적이고 분열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때는 ‘광기’라는 단어가 붙는다. 이 단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열광과 광기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어느 순간 열광이 광기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독일인들의 히틀러에 대한 열광이 광기로 변해 제2차 세계대전을 불러일으켰다. 또 종교적 열광이 집단자살이나 마녀사냥과 같은 광기로 발전한 것은 부지기수다. 열광과 광기는 심리적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공통점 때문에 쉽게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열광과 광기는 사촌쯤 되는 셈이다.
9·11 때 미국민의 광기가 부시 대통령에 대한 열광적 지지를 거쳐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공으로 발전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빈 라덴 사살에 대한 미국민의 열광이 지구촌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 광기로 발전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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