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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송지선 아나운서

손경형 2011. 5. 25. 12:17

 

'한시간 넘는 야구통화' 열정 불살랐던 송지선 


◇학창 시절부터 '한국 최초의 여성야구캐스터'가 되고야 말겠다던 송지선은 꿈의 실현을 눈앞에 두었지만, 마지막 고비를 이겨내지 못했다. 2010년, 사진속의 그녀는 변함없이 빛나고 있다. 전준엽 기자


기자가 방송아카데미에서 함께 배우며 목격했던 바에 의하면 고 송지선 아나운서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용암 이상으로 뜨거웠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해결할 때까지 모질게 파고들었다. '최초의 여성 야구캐스터'가 되겠다는 신념 하나로, 그녀는 모든 힘든 상황을 버텨내곤 했다.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온 것도, 야구를 더 잘 알고 싶어 선수들과 친해진 것도. 결국에는 오랜 꿈을 이뤄내겠다는 열정 때문이었다.

▶"싫어, 나 이 수업 들을래"

대부분의 여자 아나운서 지망생들은 방송아카데미에서 기본적인 뉴스 리딩 이외에 MC나 현장리포팅, 내레이션 등을 중점적으로 연습한다. 방송사 시험과정 가운데 그런 것들을 즉석에서 시켜보는 관문도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남자 지망생들은 스포츠 중계연습을 많이 한다. 때로는 기성 스포츠캐스터의 특강이 마련되기도 하는데, 대부분 남자 지맹생들이 참석한다.

그러나, 송지선 아나운서는 다른 여자 지망생들과는 달랐다. 스포츠캐스터 특강에 참석한 거의 유일한 여성이었다. 이미 그때부터 그녀는 '최초의 여성 스포츠캐스터'를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수업은 쉽지 않았다. 2005년의 송지선은 스포츠에 대한 지식이 그리 많지 않았다. 여성의 높은 목소리톤이 스포츠중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하지만, 그녀의 열정과 오기는 그런 지적에 흔들리지 않았다. "모르고, 부족하니까 더 배워야지. 나 이 수업 꼭 들을거야" 그녀는 주변의 걱정을 이 한마디로 불식시켜버렸다.

▶"바깥쪽 볼배합이 왜 나쁜거야"

그런 열정 덕분인지 송지선은 2006년 말, 한 스포츠전문 케이블TV에 입사한다. 전 직장인 제주MBC에 다닐 때보다 그녀의 표정은 밝았다. 꿈의 실현을 위해 한 단계 나아갔다는 만족감 덕분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본인의 야구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한 그녀는 곧 무섭게 야구에 빠져들었다. 현장에서 늘 두꺼운 노트에 각가지 색깔의 펜을 이용해서 상황을 세세히 기록해 나갔다. 까다로운 야구기록지 작성도 빼놓지 않았다. 그녀가 사랑한 것은 야구, 그 자체였다.

2009년 8월 어느 날. LG 조인성과 심수창이 경기중 언쟁을 주고받는 사건이 일어난 지 며칠 후였다. 현장 취재를 마친 뒤 귀가 중 송지선의 전화를 받았다. 당시 사건이 왜 일어났는 지와 그 여파에 대한 기자로서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했다.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은 그녀의 질문은 계속됐다. "네티즌들이 조인성을 '조바깥'이라고 비난하잖아. 실제로 바깥쪽 볼배합이 다른 포수들보다 많은거야? 바깥쪽 볼배합은 왜 나쁜데? 바깥쪽 볼과 도루저지 확률은 어떤 관계가 있어?" 한 시간이 넘는 통화에서 사적인 이야기라고는 통화 시작 때 주고받은 안부인사 뿐이었다.

이미 야구는 그녀의 전부였던 것이다. 이원만 기자

 

 

 

송지선 아나가 투신 하루 전날 했던 마지막 부탁은...


송지선. 스포츠조선 DB


송지선 MBC 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가 자신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에서 투신하기 하루 전인 지난 22일, 송 아나운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의 트위터에 '싸이월드는 정말 아니에요. 조만간 다 밝히겠습니다'란 글을 올린 터라 그녀가 밝히려는 '진실'이 무엇인지 묻기 위해서였다. 워낙 민감한 사안인데다가 시기가 시기인 만큼 전화를 안 받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통화음이 몇 차례 울린 뒤 "여보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송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예상 외로 밝았다. 아나운서란 직업상 사람들을 처음 만날 때의 친절이 몸에 배 있는 것 같았다. 처음 전화를 받을 때 만큼은 평소 생글생글 웃으며 '베이스볼 투나잇 야'를 진행하던 송 아나운서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이내 담담한 목소리로 바뀌었다. 그간의 우여곡절과 마음고생 때문에 '시달리고 시달린 듯' 했다. 전화를 건 취지를 설명하자 송 아나운서는 "네"라고 '모든 걸 놓아버린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송 아나운서는 통화 내내 웃지 못했다.

공식적인 입장 발표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얘기할 땐 톤이 조금 높아졌다. 송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답게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설명을 했다.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임태훈과의 스캔들이 불거진 이후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말라"고 했던 회사 측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남아 있는 듯도 했다.

"1주일이면 일이 정리될 줄 알았다"는 송 아나운서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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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홈피에 문제의 글을 올린 것은 평소 안면이 있던 여성 야구팬"이라고 밝힌 송 아나운서는 "사건 당일 밤에 그분이 사과를 했어요. 정확히는 저희 어머니에게 사과를 했죠. 본인이 자백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어요"라고 했다. "용서를 했다"고는 하지만 옅은 한숨을 내쉬는 그녀의 목소리에선 원망과 후회, 괴로움 등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정확히는 우리 어머니에게 사과를 했다"는 부분을 강조해서 말하는 송 아나운서의 말투엔 말 못할 앙금도 남아 있어 보였다.

통화 내내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송 아나운서에게서 그간의 마음고생이 느껴졌다. 뭐라도 힘이 돼줄 만한 말을 해야겠단 생각에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렵겠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방송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송 아나운서는 "인터넷 댓글을 보니 아직은 안 좋게 보는 분들이 많아서요"라고 말끝을 흐렸다. 사건 이후 여론에 뭇매를 맞았던 송 아나운서는 그간의 우여곡절 탓인지, 주눅이 들어 있었다.

MBC 스포츠플러스 측의 징계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있던 송 아나운서는 향후 계획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라며 말을 아꼈다. "징계에 대해선 회사로부터 어떠한 언질도 받질 못했다"고 밝힌 송 아나운서는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담담히 받아들일 듯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가 "1년 반 동안 열애 중"이라고 밝혔던 임태훈과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임태훈과는 요즘도 연락을 주고 받냐?"고 물었다. 약 1초간의 짧은 침묵 뒤 "요즘 잦게는 연락을 못해요"란 대답이 돌아왔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네요. 또 (임태훈이) 2군에 있었잖아요"라고 설명하는 송 아나운서의 목소리엔 임태훈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었다.

통화를 마치고 끝인사를 건넬 때쯤, 송 아나운서는 "연예부에 계신 거예요?"라고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좋게 좀 써주세요"라고 말했던 것이 그녀의 마지막 부탁이었다. "좋게 써달라"고 짧게 말했지만 "요즘 너무 힘들다"는 그녀의 속내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몇 시간 뒤, 임태훈 측이 "송지선 아나운서와 사귀는 것이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발표한 뒤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송 아나운서는 받지 않았다. 그게 그녀와의 마지막이었다. 정해욱 기자

 

 

송지선 자살,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함태수의 스트라이드]
      
[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故 송지선 아나운서의 발인이 25일 거행된 가운데 인터넷 상에서는 상식을 넘어선 일부 네티즌들의 과잉 반응과 제 2의 마녀 사냥이 자행되고 있다.

어느덧 일부 네티즌들은 뒤에서 쑥덕거리다 못해 해당 선수의 퇴출 서명 운동까지 벌였다. 또 최근 '이지아닷컴'을 만들었던 한 네티즌은 비슷한 류의 홈페이지를 만드는 몰지각한 행동을 보였다.

퇴출 서명 운동을 주동한 이는 "모든 짐을 짊고 가버린 故 송지선 아나운서의 넋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나머지의 모든 책임은 임태훈 선수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23일 만들어진 홈페이지에는 선수에 대한 욕설과 음담이 난무해 채팅창이 아예 폐쇄됐다. 집단 관음증, 이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네티즌들에게 '수사대'라는 수식어를 붙여 줬다. 언론 보다 먼저 사실을 캐냈고 정보는 삽시간에 공유됐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는 사실을 알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비난을 위한 비난만이 넘실댈 뿐, 그들은 비아냥거리기 바쁘다.

물론 故 고 송 아나운서의 자살은 더없이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않은 채 맹목적인 비난을 가하는 것은 또 다른 피해자만을 만들 뿐이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책임은 바로 우리에게 있다"는 한 네티즌의 주장은, 그래서 가장 일리가 있다.

야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네티즌들의 과잉 반응이 도를 넘었다. 이번 사건은 가해자도 없고 피해자도 없는 그런 지극히 개인적인 사안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사실을 죽이고,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야구에 대한 무한한 열정을 보인 고인의 일은 정말 안타깝다. 그는 정말 야구밖에 모르는 야구인이었다. 하지만 가장 충격을 받는 사람이 누군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왜 비난해야 하는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네티즌들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뼈있는 말을 전했다.

故송지선 아나운서는 이날 발인식을 거행하며 유족들과 동료 아나운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떠났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이번 사건에서, 고인은 그렇게 잠이 들었다. 도대체 과연 언제까지 우리는 마녀사냥에 쾌락을 느낄 것인가. 스스로 반성할 때가 왔다.

[사진 = 송지선 영정]

 

 

 

송지선 유족, 야구인-방송사 화환 한때 거부…왜?

 


화환
고 송지선 아나운서의 빈소에 설치됐던 근조화환들이 유족의 요청에 의해 한때 치워졌으나, 장례 이틀째인 24일부터는 화환을 빈소 안으로 받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고 송지선 MBC 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의 유족들이 한때 근조화환을 거부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23일 밤, 빈소가 차려진 서울 도곡동 강남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입구에는 송 아나운서를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서너 개 놓여 있었다. MBC 스포츠플러스 사장 명의로 온 것을 비롯, 대부분 송 아나운서와 인연이 있었던 몇몇 매체와 야구 관련 단체 등에서 보낸 것들이었다. 송 아나운서의 사망 소식이 갑작스럽게 전해진데다 빈소가 차려진 것도 오후 8시가 다 된 늦은 시각이라 배달돼 온 근조화환은 많지 않았고, 때문에 이웃 빈소에 비해 송 아나운서의 빈소 입구는 썰렁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밤 10시 즈음, 장례식장 관계자는 빈소 입구에 세워져 있던 근조화환을 모두 주차장 한쪽으로 치웠다. 화환을 다시 세우거나 사용하지 못하도록 꽃에 파란색 라커칠을 했고, 보낸 사람의 명의가 쓰여진 리본과 꽃이 보이지 않도록 화환의 앞면을 벽쪽으로 돌려 세워 놓았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유족들이 근조화환을 모두 치워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런 분위기에 화환이 다 무슨 소용이냐'면서 무척 애통해했다"고 전했다.

송 아나운서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비통한 심정, 그리고 송 아나운서가 몸 담고 있는 곳이었음에도 극단적 선택을 할 때까지 힘이 돼 주지 않았던 방송사와 야구인들에 대한 원망이 유족들로 하여금 근조화환을 편히 마주할 수 없게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례 이틀째인 24일, 유족들의 통탄스러운 마음은 다소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 오전부터 곳곳에서 보내온 근조화환들을 받아 빈소 안에 세워 놓았다. 한국프로야구 사장단, KBS N 대표이사, 기아 타이거즈 선수단,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엔트리브 소프트 등에서 보내온 근조화환들이 영정 옆에서 고인의 가는 길을 추모하고 있다. 야구와 함께 했고, 그로 인해 고통을 겪었지만, 결국 마지막 가는 길도 야구와 함께 하게 된 셈이다.

송 아나운서는 23일 오후 1시 44분 즈음 자신이 거주하고 있던 서울 서초동의 한 오피스텔 19층에서 투신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송 아나운서는 그동안 두산베어스 임태훈 선수와의 스캔들과 진실공방, 트위터 자살 암시글 파문 등으로 심적 갈등을 겪어왔으며, 23일 사측의 징계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강남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5일 오전 6시, 장지는 성남 영생사업소로 정해졌으며, 장례는 화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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