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는 연평도 사태로 다친 부상병 4명에게 상이 등급 5~7급을 부여하고 평생 5개 보훈병원과 300여 위탁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상병과 가족은 정부의 등급 판정과 사회의 무관심에 불만을 갖고 있다. 부상자 가족 대표를 맡았던 김지용 상병의 아버지 김영식씨는 "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이 위로를 하며 최고 예우를 해준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며 "아들에 대한 (한 달에 34만2000원을 보상받는) 7급 판정이 낮아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냈다"고 말했다.
연평부대 정비소대에 일병으로 복무한 김진권(21)씨는 포탄 파편을 맞은 후 휠체어를 타고 있다. 경북 경일대 산업물류학과 1학년 휴학 중이지만, 복학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김씨는 "졸업 후 자동차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걷기도 힘든 처지라서 꿈을 접어야 할 것 같다"며 "제대로 나라 지키려고 해병대에 가서 입은 부상이니 후회는 하지 않지만, 솔직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가보훈처 차장을 역임한 김종성 우송대 의료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의 부상병 예우는 아직도 많이 발전시켜야 한다"며 "특히 직업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시설에서 특수 훈련을 받아 '맞춤형 재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연평도 포격 사태를 당한 이후 대학으로 복귀한 이들에게는 수업료를 일부 면제하고 학습 보조비를 주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대 윤리교육과 박효종 교수는 "국가를 위해 싸우다가 다친 경우 학업, 취업, 재활에 대해 국가가 완전히 책임지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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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 격상도 고려해야1970년대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 북한의 직접적인 도발 사태로 군인이 전사하거나 부상한 경우가 많지 않은데도 1인당 GDP가 2만달러인 나라에서 이들에 대한 충분한 예우가 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군 복무 중에 부상한 경우에는 전시에 부상한 경우에 준해서 치료와 재활에 관한 사회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며 "특별히 상이군인을 배려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자발적 애국심'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국가보훈학회를 만든 유영옥 경기대 교수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보훈처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해 국무회의에 매회 참여하게 해서 전사자, 부상병과 관련한 강력한 발언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현재 7등급으로 분류된 부상 판정에 대해서도 산재보험처럼 14등급으로 세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상병들의 꿈을 살려주고 보듬기 위한 논의가 정치권에서 먼저 시작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사회 전체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 대한 적절한 대우가 애국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며 "여야가 한·미 FTA 문제로 대치할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당시 부상당한 해병대원들은 아물지 않는 상처로 고통받고 있었다. 김진권(왼쪽)씨는 파편을 맞아 위장 기능의 3분의 2를 잃었으며, 골반 뼈를 이식해 복구한 발은 발등 부분이 움푹 파였다. /남강호 기자 kang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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