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는 나무가 아니라 파초 과에 속하는 커다란 풀이다. 뿌리(알줄기)를 잘라 옮겨심기만 하면 열매(바나나)가 열린다. 처음 열매를 맺기까지 9개월 가량 소요되며 6개월마다 재수확이 가능하다.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캐번디시’라는 한 가지 품종뿐이다. 전 세계 바나나가 유전적으로 모두 동일하다는 뜻이다. 수십억 개의 바나나 중 하나만 병에 걸려도 병이 전체로 퍼질 수 있다. 바나나에 치명적인 ‘파나마병’이 현재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유행해 멸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댄 쾨펠은 저서인 『바나나: 세계를 바꾼 과일의 운명』에서 “7000년 전 인류가 경작한 최초의 농작물이자 수렵·채집 생활에서 농경·정착 생활로 바뀌는 계기가 된 것이 바나나”라고 지적했다. 또 “에덴동산의 선악과는 사과가 아니라 바나나”라는 주장도 폈다. 사과가 선악과라는 통념은 후대 사람들의 번역상 오류에서 비롯됐으며 에덴동산이 지금의 중동 지역이란 점을 고려하면 바나나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다양한 열대과일 가운데 우리 국민은 바나나를 가장 많이 소비한다. 1인당 연간 6∼7㎏을 먹는다. 영양상 장점은 칼륨(혈압 조절)·비타민 B6(면역력 강화)·비타민 C(항산화 효과)·수용성 식이섬유(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당분(탄수화물)은 바나나가 익어감에 따라 포도당·과당 등 단순당으로 변한다. 두 단순당은 소화·흡수가 잘 되고 체내에서 훌륭한 에너지원이 된다.
바나나가 ‘변비를 일으킨다’는 속설이 있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잘 익은 것엔 변비 예방을 돕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하지만 덜 익은 것을 먹으면 변비·소화 불량이 생길 수 있다. 떫은 맛 성분인 타닌 때문이다.
바나나를 먹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잠이 잘 오는 것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트립토판이 많이 들어 있어서다. 트립토판은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원료인데 세로토닌은 행복감과 심신의 안정을 주는 ‘행복 물질’·‘숙면 물질’로 통한다.
끝말잇기 놀이에서 ‘맛있으면 바나나’다. 그만큼 단맛이 강하다. 최고로 맛있는 바나나를 원하면 과피에 갈색 점이 있는 주근깨 바나나를 고른다. 바나나의 당도가 높을 때 생기는 ‘주근깨’를 ‘슈거 스폿(sugar spot)’이라 한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은 열량과 탄수화물 함량(100g당 21.1g)이 높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선 ‘바나나 다이어트’가 유행한다지만 체중 문제로 고민이라면 하루 한 개 이상 먹는 것은 곤란하다.
바나나는 수확 후에도 계속 익는 후숙(後熟) 과일이다. 13~16도의 실온에서 매달아 두는 것이 최선의 보관법이다. 꼭지가 약간 녹색을 띤 것은 4∼5일, 노란 것은 2~3일 실온 보관이 가능하다. 냉장고에 넣으면 냉기로 인해 껍질이 금방 검게 변한다. 껍질이 검더라도 과육은 여전히 신선하고 단단할 수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