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 너머에 있을 그리운 벗을 찾아 길을 떠났다. 바람과 파도가 깎아내린 작은 섬들이 한 폭의 풍경화처럼 펼쳐져 있다. 육지에 단양팔경이 있다면 바다 건너 이곳에는 울릉팔경이 있다. 울릉도 여행의 시작이자 마지막인 도동항을 거쳐 꼭 한번은 봐야 할 한반도의 막내 섬 ‘독도’까지 이 모든 것이 감탄의 연속이다. 해질녘이면 출발하는 배의 출어 행렬인 ‘도동모범(道洞暮帆)’, 오징어잡이배의 화려한 어화인 ‘저동어화(苧洞漁火)’, 사동 하늘에 뜨는 달을 가리켜 ‘장흥망월(長興望月)’, 겨울철 달밤 남양의 설경이라 하여 ‘남양야설(南陽夜雪)’이다. 또 석양에 걸려 출렁거리는 바다와 섬들이 만들어낸 낙조의 향연이 환상적인 ‘태하낙조(台霞落照)’, 솟아나는 생명의 무한한 힘 ‘추산용수(錐山湧水)’, 절경에 취하고 단풍에 반한 나리분지의 단풍 ‘나리금수(羅里錦繡)’, 대자연의 조화로 만들어진 알봉이 불타는 단풍 ‘알봉홍엽(紅葉)’을 울릉팔경이라 한다. | |
밤이 깊어도 꺼질 줄 모르는 ‘은빛어화(漁火)’와 비단 같은 단풍 ‘홍엽(紅葉)’
해질녘이면 출발하는 오징어배의 출어 행렬은 가히 장관을 이룬다. 석양을 배경으로 일자로 늘어선 배들은 출렁거리는 바다와 어우러져 쏟아지는 달빛에 온몸을 적신다. 울릉도에는 날마다 불꽃축제가 열린다. 칠흑 같은 밤바다를 환하게 밝히는 ‘은빛어화’는 밤이 깊어도 꺼질 줄 모르고, 바다와 올망졸망한 섬들이 만들어낸 낙조의 향연은 낭만적이고 환상적이다. 절경에 취하고 단풍에 반한 울릉도의 비단 같은 풍광은 지나가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동해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의 내음이 잔잔히 스며든 나리분지의 비단 같은 단풍은 곱디고운 빛을 머금었고, 울창한 숲으로 우거진 단풍은 만산홍엽으로 덮여 마치 산 전체가 불타고 있는 모습을 연출한다. 쪽빛 하늘을 배경으로 선홍색으로 펼쳐진 알봉의 단풍 또한 일품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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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포전망대에서 내다보이는 공암과 뾰족하게 솟은 송곳한, 노인봉이 배경처럼 펼쳐져 있다. <서상준기자>
- 2 석포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면 해안 풍경이 가을 단풍과 함께 넋을 잃게 만든다. <울릉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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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거센 파도와 바람이 빚어낸 추억의 섬 ‘울릉도’를 걷다
만연한 가을 날씨에 바람까지 좋다. 망향봉과 행남마을 사이에 접안시설을 갖춘 도동항부터 걷기 시작했다. 도동항은 내륙의 포항항과 묵호항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들어오는 울릉도의 관문인 항구이다. 이곳은 울릉도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많은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몰려 있어 여행객들의 거점이 되는 곳이다. 도동항 옆의 행남마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향나무인 울릉도 향나무가 서 있다. 높이는 4m에 불과하지만 수명은 무려 2,000여 년이 된 향나무다. 행남마을 아래로는 마치 영화에서나 본 듯한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해안산책로는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꼽히는 풍경을 자랑하며 도동항에서 저동 촛대바위까지 이어진 해안 절경을 100% 즐길 수 있는 멋진 산책로로도 유명하다.
하늘과 구름, 그 푸르던 바닷물조차 붉게 물들게 하는 남서일몰전망대도 중요한 관광코스 중의 하나다. 남서일몰전망대는 사태구미 해안변에 병풍처럼 펼쳐진 단애절벽과 기암괴석 그리고 넓은 수평선을 바라보며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람이 만들어낸 황토굴의 고장 ‘황토구미’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내려오는 전설에는 황토의 맛이 짠맛, 매운맛, 쓴맛, 단맛 등 아홉 가지 맛이 난다 하여 황토구미라고 불렸다고 한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곳은 서면 태하리 마을에서 바닷가로 나아가 우측 해안을 따라가면 누런 황토를 띤 흙들이 바위와 같이 굴을 형성하고 있다. | |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우리 땅 ‘독도’
반만 년의 역사 우리 땅 ‘독도’.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홀로 서 있는 모습이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홀로이기에 더 강인하고 굳건해 보인다. 독도는 원래 하나의 섬이었지만 오랜 침식작용으로 인해 동도와 서도 두 개의 섬으로 나뉘었다. 그 주위에는 89개의 부속 섬들이 보석처럼 또 형제처럼 빼곡하게 박혀있다. 마치 두 동생들이 형을 따르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삼형제굴바위’와 그 바위 왼쪽에 위치하고 있는 ‘장군바위’, 권총바위라고도 불리는 ‘촛대바위’가 가슴 벅찬 웅장함을 뽐내고 있다. 특히 동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한반도의 모습을 닮은 ‘한반도바위’는 이미 독도 스스로가 자신을 대한민국의 땅이라고 외치는 듯했다. 독도는 ‘해양 동식물의 보고’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바다제비, 괭이갈매기, 황조롱이, 물수리, 노랑지빠귀 등 약 60여 종의 철새들과 쇠비름, 쑥부쟁이, 박주가리, 해국, 땅채송화 등 60여 종의 야생화가 조화를 이루며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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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0.07~2009.10.28

가는 길 내륙의 포항과 묵호(동해)항에서 출항하는 여객선을 타면 된다. 출항시간은 두 여객선 모두 오전 10시이며 소요시간은 3시간 정도이다. 여객선 운항시간은 (비)성수기 변동사항이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사전에 확인은 필수다. | |
- 글 서상준 / 경향닷컴
- 뉴시스 등 주요언론사를 거쳐 기자생활 7년차인 한참 물 오른 기자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시집을 두 권이나 낼 정도로 글 쓰는 재미에도 푹 빠져있다. 현재 경향닷컴 뉴스팀에서 소비자고발 부문 등 생계형 밀착취재를 담당하고 있다.
사진 서상준 / 경향닷컴, 2008 휴양하기 좋은 섬 BEST 30
자료협조 울릉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