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방(모셔온 글)/신화

스토리

손경형 2011. 9. 24. 20:13

알파미시 첫 번째 노래
아주 먼 옛날, 16개로 나눠진 부족을 다스리던 다반비라는 족장이 살고 있었답니다. 그에게는 알핀비란이라는 아들이 있었지요. 알핀비에게는 큰아들 바이부리와 작은 아들 바이사리가 있었어요. 동생 바이사리는 약 1만 가구가 사는 바이순1 지역을 지배했고, 형 바이부리는 콘그라트2의 족장이었습니다. 이들에게는 자식이 없었어요. 어느 날 콘그라트 부족 내에서 큰 연회가 벌어졌어요. 바이부리와 바이사리는 함께 이 잔치에 갔습니다. 두 사람이 왔는데도 연회에 참석한 장로들은 예전과는 달리 이들에게 존경을 표하지 않았어요. 밖으로 나와서 이들을 마중하지도 않았고, 말고삐도 묶어주지 않았으며, 이 고귀한 형제들에게 수행원도 붙여주지 않았던 겁니다. 형제들은 이렇게 생각했지요. “보아하니 이 사람들은 우리가 이렇게 방문할 줄 몰랐나보다. 우리가 올 줄 짐작도 못했던 거야.” 형제들은 손수 자기 말을 말뚝에 묶고 운집한 사람들한테로 다가가 여타 손님들 사이에 앉았어요. 근데 여전히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예의를 표하지도 않고, 부드러운 짚을 좌석에 깔아주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플로프3를 나눠 줄 때도 그들 접시엔 조금밖에 담지 않았고, 그나마 나눠 준 것도 마지막에 남은 찌꺼기 같은 거였어요. 이 형제 족장들은 발끈했습니다.
“우리는 바이순 지역에서 가장 부유한 족장과 열여섯 부족으로 된 콘그라트의 왕이다. 왜 우리한테 격에 맞는 의전을 예전처럼 갖추지 않는 것이냐?”
문턱에 앉아4 이죽거리며 이 말을 듣고 있던 한 얼뜨기 도령이 대답했어요.
“이봐요, 바이부리, 이봐요, 바이사리! 부나 명예까지 들먹거릴 필요 있겠습니까. 내가 아주 간단하게 당신들한테 답을 주겠소. 이 연회는 후계자가 있는 사람들끼리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자식이 없는 족장인 당신 둘은 돈을 낼 수가 없잖아요. 당신들한테 아들이나 딸이 있습니까? 당신들이 이 상태로 죽는다면, 돈만 보고 달려드는 수많은 후계자들이 생길 것 아닙니까. 불행하게도 엄청난 야욕을 가진 그 치들은 산 사람도 꿀꺽 삼켜버릴 놈들일 걸요. 당신들의 부는 우리에게 결코 반갑지 않단 말씀이요. 그래서 당신들에게 찌꺼기 음식이 돌아간 거란 말이요.”
두 족장은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그들은 플로프 값으로 80 체르본체프5를 던져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가버렸어요. 집에서 아내들이 그들의 잠자리를 깔아주었고, 그들은 옷을 벗은 다음 이불을 덮고 누웠습니다. 각자의 천막에서 형제는 자기 아내를 포옹하며, “이 예쁜 것!”이라 말하며 아내와 하나가 되었습니다. 두 형제가 잠든 후 꿈을 꾸는데, 성인이 나타나 이들에게 아이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예언을 해줍니다. 그리고 정말로 두 아내는 거짓말처럼 임신을 했어요. 하루하루가 흐르고 한 달 두 달이 지나 드디어 아홉 달 아흐레 아홉 시간이 다 지나갔고, 바야흐로 출산의 순간이 다가왔어요. 바이사리가 바이부리에게 말했습니다.
“족장혈통의 용맹스러움을 보여줍시다. 사냥하러 나가 풍성하게 잡아오자고요. 혹시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태어난다면 사람들이 우릴 마중하러 나와 예를 표하겠죠. 좋은 소식을 전한 대가로 상을 받을 테니 말이죠. 그땐 인색하지 않게 상을 줍시다. 족장답게 한 턱 내자고요.”
두 형제가 사냥하러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에 할미 산파들이 그들을 축하하며 맞았습니다. 바이부리에겐 아들 딸 쌍둥이가 태어났고, 바이사리한테는 딸이 태어났다는 소식이었답니다. 두 족장은 뛸 듯이 기뻐했어요. 집으로 돌아온 그들을 콘그라트 땅 곳곳으로 급사들을 보냈습니다. 급사들은 노장 족장들과 신참 족장들, 부족 장로들을 비롯하여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을 축하연에 초청했습니다. 콘그라트 사람들이 두 형제의 행복을 빌어주려고 축하연에 왔습니다. 족장 형제는 무척 기뻐했고, 적들조차 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적들의 마음이 순수하진 않았겠지만,5 러시아의 옛날 금화 단위. 그들도 적의를 꾹 숨긴 채 행복한 두 아비를 축하해줬어요. 축하연은 발 디딜 틈조차없이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필요한 식자재들을 충분히 마련해놓고 육류 꼬치와 슈르파6를 엄청나게 끓여 댔고요, 플로프도 많이 준비했습디다. 이렇게 40일 동안 밤낮으로 손님들을 맞아 축하연을 열었던 거예요. 손님들이 이제 돌아가려고 일어서려는 순간이었어요. 두 족장은 저 멀리서 떠돌이 순례자 한 명이 오는 걸 보았습니다. 순례자는 열광적 기도에 도취된 채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입에 거품을 바글바글 물고 연회장에 다가오는 겁니다. 이 광경을 지긋이 지켜보던 두 형제는 바로 이 순례자가 그들의 꿈속에 나타나 아이를 점지하고 이름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한 그 분이라는 것을 기억해냈어요. 하지만 여타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리가 없죠. 두족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순례자를 맞으러 나갔어요. 그들은 순례자 앞에 무릎을 꿇고 손에 키스를 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정중하게 연회장으로 모셨습니다. 두 족장은 자신들의 세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바닥에 깐 실내복 위에 눕히고 이들을 그 성자한테 보여줬습니다. 성자는 바이부리의 아들을 하킴-베크7라 명명한 후 아기의 등을 손으로 살짝 쳤습니다. 그러자 아이의 등에는 성자의 다섯 손가락 자국, 즉 행운의 흔적이 남았습니다. 성자는 바이부리의 딸에게는 칼디르가치-아임이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바이사리의 딸에겐 아이-바르친이란 이름을 줬습니다. 요람 바로 옆에서 하킴-베크와 바르친-아이를 축복하고 나서 성자는 말했습죠. “자, 이 둘은 아내와 남편이 될 것이오. 하킴은 위대하고 영광스런 인물이 될 거고 어느 누구도 그의 맞수가 되지 못할 거외다! 아멘!”
  6 고기와 채소를 넣어 끓인 스프. 7 베크는 고대 터키에서 씨족장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중앙아시아 국가에서는 영주의 신분에 대한 명칭으로 변화된다. 19세기 중반 이후 터키와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사람을 부르는 존칭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나오는 ‘바이’도/베크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다.


하루 이틀이 흘렀고, 한 달 두 달이 지나 이 아이들이 돌이 되고, 두 살이 되고, 이윽고 그들 모두가 말을 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들이 3살이 되어 말을 아주 유창하게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이 세 아이는 학교에 가게 됩니다. 그들은 7살까지 학교를 다녔고, 거기서 읽고 쓰는 것을 배운 덕에 아주 똑똑한 아이들이 되었습니다. 족장 바이부리는 한참 생각한 다음 이렇게 결심했어요.

 “내 아들은 이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과 견주어도 그 박식함이 뒤지지 않는구나. 이미 회교 학자가 될 만큼 충분히 배웠다. 이제 그에게 통치술과 군사술을 가르쳐야겠군!”

그 길로 그는 하킴-베크에게 더 이상 회교 공부를 시키지 않았습니다. 바이사리도 형을 따라서 자신의 딸 바르친-아이를 회교 학교에서 빼내
왔습니다.

 "학교에 앉아있는 건 딸애에겐 더 이상 의미가 없어. 양 젖짜기나 가르쳐야겠군."
그때가 하킴-베크의 나이 7살이 되던 해였습니다. 그에겐 할아버지인 알핀비 때부터 내려온 무게가 14 바트만8에 달하는 청동 활이 있었어요.
7살배기 하킴-베크는 이 청동 활을 들고 활시위를 당겨 곧잘 화살을 날리곤 했습니다. 화살은 번개처럼 날아가 아스카르山 정상까지 닿을 정도였어요. 하킴-베크에 대한 찬사가 이어집니다. “전설 속의 용사야!”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거예요. “활의 무게가 14바트만이나 된다구! 조그만 아이들뿐만 아니라 장성들한테도 힘이 부칠 텐데. 도대체 이 아이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도통 모르겠군!” 친구들은 환호성을 질렀으나, 적들은 씁쓸해 했죠.
   8 중앙아시아에서 사용되던 무게단위. 1바트만은 지역마다 30kg에서 180kg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게 계측했다.
.
콘그라트의 전 백성이 모여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세상엔 89명의 용맹스러운 용사, 알프가 있다고 하더이다. 루스탐9이 그 첫 번째 용사였습니다. 이제 일곱 살 된 우리 하킴-베크도 알프가 될 겁니다. 우리는 곧 그의 공적에 대해서 듣게 될 거요. 그를 알파미시로 부르도록 합시다!”
이렇게 해서 하킴이 세상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90 용사들 속에 포함된 겁니다.
어느날 하킴-베크-알파미시가 앉아서 지혜의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 내용이 인색함과 너그러움에 관한 것이었어요. 바이부리가 아들에게 묻습니다.
“아들아, 네가 어리석지 않다면 말해 보아라. 너그러움이란 누굴 가리킴이고, 인색함이란 누굴 가리키는 것이냐?”
알파미시는 일어나 대답했습니다.
“한날 우연히 손님이 방문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상황이 좋건, 여의치 않건 상관없이 주인에게 방이 있으면 예를 다해 손님을 받아들이고, 돌아갈 때도 정중히 보내드려야지요. 그런 사람을 너그러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나 집에 빈 방이 있고 대접할 음식도 있는데도 손님을 사랑채에 들이지 않고, 자리를 권하지 않으며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그런 이가 인색한 사람입니다. 또한 경제적 여건이 그리 녹록치 않아도 납세의 의무를 꼼꼼하게 이행하는 자가 있다면 그를 너그러운 영혼을 지닌 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허나 큰 재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세10 납부를 게을리 한다면, 그는 인색한이며, 결국 자신의 영혼을 파괴할 것입니다. 족장 바이부리는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9 호라즘 민족 서사시에 나오는 전설적 영웅으로 <샤흐나메>의 핵심 인물 중 하나. 호라즘은 아랄해의 아무다리야 강
삼각주 지역을 이르는 옛말로서 현재 우즈베키스탄에서 북 카스피해 동쪽 해안에 걸친 일련의 나라들이 이에 해당한
다. <샤흐나메>는 이란 민족의 통치자들을 기록한 역사서로서, 역사가 피르도우시가 976년-1011년 사이에 집필했다.
10 쟈케트(зякет)라 불리는 세금으로, 이슬람교회에서 부자들 재산 일부를 징수하여 가난한 자를 돕는데 사용했다. 소유재산 중 
을 속죄 헌금이란 명목으로 의무적으로 교회에 납부했다

“나도 부유한 바이11이나 또한 콘그라트의 족장 아니더냐. 그러면 나는 누구한테 조세를 납부하지? 나보다 높은 자가 하나도 없지 않느냐. 또 사람들이 내 동생 바이사리를 인색한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단 말씀이야. 그 녀석이 나한테 조세를 내게 해야겠군!”
바이부리는 14명의 가신들을 소집하여 명령합니다.
“신복들이여, 내 동생한테 좀 가보시게. 행여나 그가 창피를 당하지 않을까, 행여나 사람들 사이에서 구두쇠 중 상구두쇠로 통하지나 않을까, 행여나 인색함에 빠져서 자신의 영혼을 파멸시키지나 않을까 걱정되네. 내 동생이 모욕을 느끼지 않도록 아주 신중하게 얘기를 전하게. 보잘 것 없는 새끼 양한 마리라도, 그냥 세금 내는 척하라는 의미에서, 나한테 보내라고 하시게.”
.
11 ‘부자’, 혹은 ‘부유한’이란 뜻을 지닌 단어인데, 지위와 무관하게 남자 이름에 붙여 존경의 의미로 쓴다. 존경의 의미
로는 우리말 ‘선생’과 비슷하고, 계급의 의미로는 ‘양반’과 비슷하다.
바로 그때 바이사리는 콘그라트 족의 1만가구 부족민들과 함께 코카미시 호수 인근의 유목 막사에 있었어요. 그 지역은 바이사리 부족이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다가 가축들을 방목하여 크게 번성한 곳 입니다. 바이사리는 자신의 벨벳 유르트12 안에 앉아 덕망 높은 도령들과 쿠미스13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거나하게 취해 있었고, 흥에 겨웠죠. 그에게 바이부리의 가신들이 당도합니다. 귀족 도령들이 그들의 말을 묶어주었고 족장의 유르트로 안내했죠. 바이사르가 그들에게 자리를 권합니다. 가신들은 예를 갖추고 감사를 표한 다음 자리에 앉았어요. 바이사리가 물었습니다. 여정은 어땠는지, 무슨 용건으로 방문했는지 말이죠. 보좌관들은 바이부리의 말을 전했고 바이사리는 화를 벌컥 내면서 말했어요.
“아니, 여태까지 우리한테 조세를 거두지 않았잖아. 이거, 형님이 너무 거만하게 구시는 거 아냐? 조공으로 날 압박하려 드는군!”
바이사리는 곁에 있던 도령들에게 명했습니다.
“이 망할 놈들을 포박하라!”
사람들이 이 가신들을 포박하여 말 위에 거꾸로 앉혔습니다. 이어 안장에 몸을 묶은 다음 콘그라트로 말들을 쫓아버렸습니다.

12 중앙아시아 및 몽골지역 유목민들이 잦은 이동생활을 위해서 만든 막사형 주거공간.
13 약 5,500년 전부터 카자크와 몽골 유목민족들이 말의 젖을 발효시켜 마시기 시작한 유산음료.
하지만 바이사리는 이 복수조치에도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았어요. 분노가 그를 완전히 사로잡은 겁니다. 그는 자신의 1만 가구 부족민들을 집합시키고 정황설명을 한 다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형제동포들이여, 나에게 자문을 해주시오! 내 딸 바르친아, 넌 어느덧 과년이 되었는데, 정녕 너의 행복은 광채를 잃었단 말이냐? 형님이 나한테 조세를 받기로 결정하셨네. 제발 그렇다, 아니다, 라고 대답해주오, 형제동포들이여, 나한테 자문을 해주시오! 어떻게 하면 내 조카 하킴-베크가 바삭 말라버릴까! 그 녀석은 너무 현학적인 놈이 되어버렸네. 내 딸 바르친아, 그를 영원히 잊어버려라! 그 놈이 조세 받아먹을 규정을 만들었구나! 형제동포들이여, 나에게 자문을 해주시오! 난 불행한 종놈이오, 어떻게 나를 위안할까. 내 나라 내 땅에서 불쌍한 이방인이 됐구나! 제 핏줄한테 조세를 받아먹는 형이 어디 있소. 어떤 나라에도 그런 법은 없었소! 형제동포들이여, 나에게 자문을 해주시오! 가을이 되어 마당엔 추색이 창연한데 사악한 운명이 나한테 슬픔을 쏟아 붓는구나. 한 집에서 태어난 형이 세금을 요구하다니! 내가 형에게 무엇 때문에 조세를 납부한단 말이오. 그런 규정은 결코 형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요!
차라리 타국 땅에서 유목질을 하라고 쫓아내는 편이 나을 거요. 거기서 남한테 인두세를 내는 편이 나을 거요. 형제동포들이여, 나에게 자문을 해주시오! 내가 이 나라에서 신출내기는 아니지 않소. 나도 족장이고, 또한 이 나라의 통치자이지 않소, 난 무고하게 고통을 받을 운명인가 보오. 하늘의 뜻이라면 난들 어찌 하겠소. 형이란 작자가 내 앞에서 자식 자랑을 떠벌리더이다.
“어찌나 똑똑한지, 그 어린 나이에 말이야.”
내가 어찌 바이순의 나라를 떠날 것인가. 허나 내가 이 강도 같은 규칙을 용인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형제동포들이여, 나에게 자문을 해주시오! 내 혈육인 형에게 세금을 납부할 것인가, 아니면 저 칼미크14 이국땅에서 유목생활을 할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어찌 울지 않을 수 있으며 분통해하지 않을 수 있는가! 누가 내 고통을 치료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형제동포들이여, 나에게 자문을 해주시오!”
족장 바이사리가 이렇게 읊조렸으나, 대중은 할 말이 없었습니다. 보아하니, 중요 직책에 앉아 있는 젠체하는 그 인간들은 꿀 먹은 벙어리 꼴이었어요. 야르티바이란 이름의 한 장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바이사리에게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합니다.
14 몽골 계통의 민족으로 17세기 경 볼가강 남부와 북카프카즈 지방으로 이주해왔다.
“바이사리여, 우리가 어떤 자문을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바이부리를 교수형에 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자문을 할지는 스스로 잘 알고 있지 않나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세요. 마음 깊이 숙고한대로 실행하십시오. 무슨 결정을 하든 한 가지만은 꼭 결정하십시오.
용기를 내서, 운명 지어진대로 결정하십시오. 당신은 자기 땅에서 얼간이가 되어버렸네요. 내 말에 괜히 화내지 마시오. 충정에서 하는 소리니 말입니다. 당신이 칼미크 왕의 치하로 떠난다면, 우리도 당신을 따라 함께 떠나겠습니다. 땅 끝이든, 바다 너머 멀리든. 용기를 내서, 운명 지어진대로 결정하십시오. 혈육에게 조세를 납부하든, 타인에게 납부하든, 우리가 당신 형제간 불화를 해결할 수는 없어요. 우리도 좋은 일을 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스스로 교수대로 기어들어갈 수는 없지 않나요. 자문했다가는 우리의 목숨도 위태로울 겁니다. 용기를 내서, 운명 지어진대로 결정하십시오. 당신은 전 부족민을 소집하여 당신이 옳은지, 바이부리가 옳은지 자문을 구하고 있습니다. 당신 형제들의 불화 때문에 우린 참수를 당할 수도 있어요. 예비로 머리 하나를 더 가지고 있어야 할 판이란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머리가 둘이 아닙니다.
바이부리가 우리들 모두를 죽일 겁니다. 우린 당신에게 자문을 해줄 수가 없습니다, 족장!  칼은 당신 손에 있으니, 원하는 대로 행하세요. 당신의 종인 나 야르티바이가 할 말은 이것입니다.”
바이사리는 야르티바이의 말을 듣고 운집한 대중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 바이사리가 여러분께 재차 말하겠소. 바이사리의 마음은 짓이겨져 고통스럽다오. 내 마음은 분노와 울분의 화염으로 활활 타고 있소. 내 혈육인 형이 조세를 납부하라고 명하다니. 이 바이사리는 비애와 치욕으로 죽은 몸이오. 내 형님께 세금을 내면서 고향땅에서 치욕적으로 사는 것보다, 자기 땅에서 멍에에 길들여지는 것보다, 차라리 바이순을 뜨는 게 더 낫겠소! 먼 이국땅으로 유목지를 옮기고 싶단 말이오. 그 추방지에서 평생을 보내고 싶습니다. 이 불공평한 세계가 정말 싫다오! 저 산 너머 또 다른 산이 있고, 그 산들 너머엔 칠비르15 초원이 있소. 원컨대, 난 거기서 행복의 세계를 찾으려 하오. 차라리 바이순을 뜨는 게 더 낫단 말이오! 내 고통은 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아프고, 내 고통은 마치 불타는 모닥불 화염 같다오. 15 칼미크 왕이 바이사리 부족에게 제공한 유목 초원.
만약 아침에 둥지를 떠난 행복의 새가 행복으로 모기 한 마리를 덮치고 싶다면, 물론 시무르크16에게 그 모기는 산 하나 크기겠지만, 그도 모기 앞에선 일단 머리를 숙어야 하오. 분명, 칼미크의 초원인 칠비르에서 운명은 내게 선을 베풀 것이오. 차라리 바이순을 뜨는 게 더 낫다오! 아, 박해자 바이부리, 내 형제여! 아무래도 콘그라트는 그에게 비좁은가 보오. 분명, 그는 날 쫓아내는 게 기쁠 것이오. 만약 자기 동생을 지옥 같은 곳에 내던진다면, 즐거움을 알지 못하고 홀로 살게 될 거요! 듣자하니, 칼미크에는 양질의 초원들이 있다고 하더이다. 차라리 그들에게 기꺼이 세금을 지불하겠소. 아마도, 알라신은 거기서도 날 도울 것이오, 결코 형제에겐 조세를 낼 수 없습니다! 이런 종류의 치욕을 견디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소? 모두들 알다시피, 신은 내게 아들을 주지 않았소. 형이란 작자가 이 내 마음의 상처를 후비는구려. 마치 날 조롱할 작정으로 그런 명령을 내린 게 분명하오. 신은 네게 아들의 축복을 내리지 않으셨잖아, 라고 말이오. 만약 형이 아들이 없다고 날 자극했다면, 그건 내 딸조차 모욕하는 행위요.남 밑에서 빌어먹는 게 내 팔자라면, 차라리 칼미크 권력 밑으로 들어가는 게 낫습니다.

16 엄청난 힘과 크기를 가진 전설의 새. 바이사리는 자신을 거대한 시무르크에 견주고 있다.
만약 바이부리의 주둥이가 그리 탐욕스러운 것이었다면, 나 없이 혼자서 실컷 해먹도록 하세요. 차라리 바이순을 뜨는 게 더 나아요! 곧 가을이 올 것이고, 마당엔 낙엽이 들 것이오.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입니다. 바이순이여, 잘 있거라, 내 정든 고향이여, 안녕! 저 앞에는 매정한 이별의 초원이 펼쳐져 있도다. 쓰디쓴 작별의 초원이여, 애끓는 고통의 초원이여! 아스카르 산맥의 정상엔 안개가 깔렸도다. 낯선 이국땅의 광야를 지나가리.나는 남과도 같은 칼미크 왕을 주군으로 모실 거요. 형제동포들이여, 내가 당신들께 감출 게 뭐 있겠소? 조국 땅에서 내 별빛은 이미 꺼져버렸소. 내 눈에서 눈물이 두 줄기 강물처럼 흘러넘치오. 차라리 바이순을 뜨는 게 더 낫단 말이오!”
바이사리의 말을 다 듣고 나서, 장로 야르티바이가 그에게 응답하여 말합니다.
“이 일순간의 불행이 오래 가리라 생각 마오, 이 인간적 모욕의 무게가 거대한 업보인 것처럼 생각 마오. 당신에게 머리가 있는 한, 적지 않은 부를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 괜히 부족민들 때문에 눈물을 흘릴 필요는 없어요. 당신이 칼미크의 칠비르 땅으로 기어들어가든, 혹은 다른 지역을 선택하든, 유목만이 선이라고 생각한다면, 괜한 걱정의 칼날은 마음에서 뽑아던지세요. 결코 당신 혼자 집을 버리진 않을 겁니다. 우리가 당신과 함께 길을 떠나겠어요. 당신와 함께라면 어떤 곳이든 좋습니다. 우리의 족장 바이사리여, 이 점을 분명히 이해하세요.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이 세상 여기저기로 유목생활을 하다보면, 자유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 겁니다. 그러다보면 우리 아이들도 어른이 된다는 걸 알아두세요! 우리는 죽는 날까지 당신과 함께 살 겁니다. 우리의 화목과 우리의 우정을 소중히 지키면서 말입니다. 바이부리가 무슨 상관인가요, 그 망할 놈! 당신의 형 바이부리는 양심을 잃어버렸어요! 우리를 파괴하려 하다니, 이렇게 말하세요.
“1만 가구가 있었는데, 자, 봐라.”
바이순 지역은 텅 비게 될 겁니다. 그러면 한 명의 족장은 탐욕의 대가로 평생 자기 자신을 응징하게 될 것이구요. 마음속에 심장이 아니라 돌덩이가 들어앉을 겁니다! 바이사리 당신과 함께 전 부족민은 떠날 것입니다. 음, 만약 우리와 함께 떠나지 않는 자가 있다면, 그 자는 바이부리 치하에서 파멸할 겁니다. 바이부리는 그 자한테서 모든 가축들을 빼앗을 겁니다. 양도 하나 둘씩 빼앗고, 가축 떼도, 그 새끼들까지. 아아, 매처럼 현명한 우리의 족장 바이사리여, 울지 마세요. 당신은 훨씬 더 높이 비상할 겁니다, 바이사리여! 칙칙한 꿈같은 이 암흑의 날들은 금방 지나갈 겁니다. 바이부리가 무슨 상관인가요, 나가 뒈질 놈! 강도 같은 규정을 도입할 생각을 하다니! 나, 야르티바이가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하다보니, 당신의 운명이 너무 안타까워 신음 소리가 나오네요. 나, 야르티바이의 신음 소리는 전 부족민의 신음 소리라오. 당신이 떠난다면, 우리 모두는 당신과 함께 떠나겠어요. 아내와 아이들, 노예들, 가축들을 데리고 떠날 겁니다.”
장로 야르티바이의 연설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대중들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와, 야르티바이 장로의 말이 옳소, 바이부리 족장은 패륜을 저질렀소! 만약 그가 친동생한테서 조세를 거두려고 한다면, 우리한테선 얼마나 많은 세금을 뽑아내려고 혈안이겠소! 우리의 모든 가축을 빼앗을 겁니다! 우리 모두는 바이사리와 함께 유목생활을 하는 게 좋습니다. 바이부리는 사람들이 떠나버린 지역이나 통치하라고 하세요.”
이리하여 바이사리의 1만여 유목 가구는 콘그라트의 16개 부족과 결별하게 됩니다. 그들은 경작법이라곤 알지도 못하고, 씨를 뿌릴 줄도, 거둘줄도 모르는 사람들이고, 오직 유목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었죠. 그들은 수많은 가축들을 소유한 자들로서, 4만 마리 정도의 낙타를 소유한 이는 부자 축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부유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양이 정확히 몇 마리가 있는지 알지 못했고, 그저 양 우리 하나, 양 우리 두 개, 양우리 열 개 등 우리 수로 양을 셈했습니다. 수말과 암말은 이렇게 세었습니다.
 “말 한 무리가 이 계곡 숲에서 풀을 먹고 있고, 말 두 무리는 저쪽 계곡 숲에서 풀을 먹고 있구나.”
바이사리한테 있는 말의 수는 “그에겐 90 무리의 말이 있다.”라고 표현했지요. 셀 수 없이 많은 그의 수말들과 암말들은 산의 구릉이나 호수 근처의 저지대, 코카미시 지역의 푸른 갈대밭 등 90여개의 계곡 숲에 자유롭게 방목되어 풀을 뜯어먹었습니다. 다른 종류의 가축들도 바이사리에게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어요. 바이사리 족장과 함께 유목 활동을 하기로 결정한 바이순 지역의 바이들은 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유목민들에게 전령을 급파했습니다.

“바이순 지역의 목장들에서, 코카미시 지역의 모든 계곡 숲에서 우리의 양, 말, 낙타 등 모두를 몰고 나와서 저 낯선 땅, 칼미크들의 나라로 가라. 거기서 유목 활동을 할 것이다!”
바이순 지역에서는 대소동이 벌어졌습니다. 큰 사람, 작은 사람, 늙은 사람, 젊은 사람 할 것 없이 모두가 “와, 유목지를 옮기자”라고 서로서로에게 외치면서 이동하기 시작했어요. 모든 바이순 사람들은 자기의 유르트를 해체하고 낙타 등에 싣기 시작한 거죠. 여자들도 자기의 가재도구들을 꾸러미로 묶고, 세간을 낙타 등에 실었습니다. 바이사리 족장이 다스리는 1만 가구의 콘그라트 지역 바이순 부족은 일대 소동 후에 “하!”란 외침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바이사리 족장은 자기 가축들은 하인들에게 몰라고 지시한 다음, 살림도구와 재산, 금은보화를 실은 선단은 자기가 영도했습니다. 그는 훌륭한 보행 능력이 있는 말을 타고 이동했어요. 여자들한테도 좋은 말이 지급되었지요. 아이-바르친의 어머니는 딸을 위해 밤색 말을 골라서 황금 말등자가 달린 금 안장을 얹은 다음, 황금 말굴레를 씌웠습니다. 어머니는 말 복대도 씌워 묶고, 안장에는 부드러운 털이 들어간 벨벳 쿠션도 깔아놓은 다음, 그 말을 바르친-아이한테 끌고 갔죠. 이런 저런 소음과 외침 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유목지 이동 장면을 보고 있던 아이-바르친은 어머니가 말을 끌고 다가오자 펑펑 울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을 합니다.
“왜 나한테 이런 밤색 말이 지급되었나요? 무엇 때문에 불행을 쫓아 길을 떠나나요? 전 불길한 종말을 미리 느끼고 있어요! 아버지한테 일어난 일이 도통 이해가 안 돼요! 고향 땅에서 장미꽃처럼 청춘을 꽃피웠는데, 이젠 칼미크 사람의 아내가 되란 말이에요? 내 마음의 막사는 불타지 않습니다. 이 막사를 부수지 마세요. 막사를 비울 수 없어요! 장미꽃을 넝쿨에서 너무 일찍 꺾어내다니! 가을 낙엽처럼 전 노랗게 시들 거예요!
아버지한테 일어난 일이 도통 이해가 안 돼요! 아내란 항상 자신의 남편에게 충절을 지켜야 하지만, 아내는 또한 남편 수하에서 일등 충신이 되어, 남편의 생각을 자기 손 안에 움켜쥐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남편이 사악한 길로 빠지는 결정을 내린다면, 아내가 어떤 술책을 마련하고 남편을 속여 바른 길로 돌려놓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버지한테 일어난 일이 도통 이해가 안 돼요! 어머니, 당신의 딸 바르친의 말을 제발 들으세요! 만약 당신의 딸에게 빨간 장미의 홍조가 들었다면, 마른 사프란17처럼 노랗게 질리게 하진 마세요. 아버지한테 일어난 일이 도통 이해가 안 돼요! 어머닌 저한테 괜히 말을 챙겨주셨어요. 어머니, 타국으로 날 끌고 가지 마세요! 이 딸년의 저항하는 언사를 용서해주세요. 날 데리고 떠나더라도, 떨구어 놓진 마세요. 어머니, 정녕 날 구원할 수 없나요? 어머니가 당신의 딸을 울게 만들었잖아요. 조국 땅을 떠나야 하다니, 정말 고향 땅을 다시 볼 수는 없는 건가요? 아버지한테 일어난 일이 도통 이해가 안 돼요! 학교 친구들도 볼 수 없을 것이며,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야 하다니. 그 많은 불행을 우리 모두가 참아내야겠지요! 봄 무렵엔 장미꽃들도 빨갛게 피어날 것이고, 사랑에 취한 나이팅게일들도 노래할 것이지만, 나만은 즐거운 노래를 부르지 못할 겁니다. 이 불쌍한 소녀는 쓰디쓴 눈물만 흘리겠지요. 저 낯선 곳, 칼미크의 나라에서 말이에요. 거기에서 저는 제 아름다움을 파묻어버릴 겁니다! 칼미크 인들은 우리가 편안하게 살도록 내버려두진 않을 거예요. 탄압하고 잔인하게 박해할 겁니다. 당신의 딸은, 아마도, 노예 신세로 전락하겠죠! 어머니, 정말 우리에게 이곳이 더 나쁜가요? 아버지한테 일어난 일이 도통 이해가 안 돼요! 아버지를 설득하세요. 남편의 일등 충신이 되란 말입니다!” 17 외떡잎식물 백합목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
이 말을 듣고 나서 바르친-아이의 어머니는 딸을 위로하면서 다그치기 시작합니다. 이런 말을 건넸죠.
“오, 바르친, 이 어미를 믿어다오. 아무 이유 없이 심장을 천갈래만갈래로 찢어놓지 마라. 하얀 빛을 보게 되면, 좀 유쾌해지겠지. 여행 도중에 많은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될 거다. 칼미크 사람들은 우리를 마치 자기네 손님처럼 맞이할 거야. 세월도 빨리 흘러가겠지. 고향 땅으로도 돌아갈 수 있을 게야. 그때가 되면 학교 동창들하고도 같이 놀려무나. 오, 내 아가, 살 생각을 해야지, 결코 죽어선 안 된다! 넌 아직 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을 거다. 미성숙한 어린 머리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지. 네 자신을 원망할 일이지, 이 어미를 괴롭히진 말아라! 내 딸아,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 사태를 수용하거라. 너도 아버지의 현명한 뜻에 승복해야 되지 않겠니. 자신의 운명과 당분간은 화해를 하거라. 말에 올라 타다오, 내 날씬한 사이프러스18야! 바르친-굴19, 이 어미가 하는 얘기 잘 들어라. 얘야, 칭찬을 바란다면 원하는 만큼 칭찬을 해주마.

18 측백나무과에 속하는 상록 침엽교목. 주로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의 온화한 기후대와 아열대지방에 널리 퍼져 있다. 여기서는 딸 바르친의 애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19 ‘굴’이란 호칭은 원래 장미꽃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여자 이름과 함께 결합하여 ‘미인’이란 의미로 사용된다.
길을 떠날 땐 신부처럼 꾸며서 보내주마.
다행히도 우리의 떠남은 예기치 않은 것이긴 하다만, 너 하나만 고향 땅을 버리고 떠나는 건 아니지 않느냐? 너희 같은 젊은 처자들이 얼마나 많으냐? 그네들한테도 왜 슬픔과 고통이 없겠느냐?
네 연배 아가씨들을 봐라. 농담하고 노래하고 웃지 않느냐.
왜 그들 중에서 너 하나만 이리 울상을 짓는 것이냐?
우린 결코 민중들과 떨어져서는 안 된다.
아가야, 이 늙은 어미를 불쌍히 여겨다오.
울음을 멈추고, 당장 말에 올라 타거라!
내 초라한 유르트의 불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신이 이 모욕과 비애로부터 널 구원해 주실 거야!
뭐든 필요한 게 있으면 모두 나한테 요구해라.
어떤 변덕도 내가 다 받아주마.
네가 입술 위에 작은 반점을 갖고 싶다면,
내가 네 뺨에 예쁜 자국을 만들어주마, 오, 신의 가호가 있기를!
제발 고집만은 피우지 말거라. 어서 말에 올라타렴.
어휴, 우리 아기 땋은 머리가 풀려버렸네.
머리카락이 물결모양의 비단 원단처럼 풀어졌구나.
내가 네 머리를 빗겨주마.
아가야, 내가 너한테 수수께끼 하나 내보마.
아마, 조금 웃길 게다.
만약 신부의 머리카락 하나하나마다 신랑지참금을 지불해야한다면,
우리 바르친-아이한테는 신랑지참금을 얼마나 줘야할까?
이 세상 모든 가축들을 가져와도 모자랄 걸!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30 | 알파미시 _ 1부
네 마음속에 무슨 생각이 있는 지, 네 아버지는 잘 모른다.
내가 아무리 설득을 해도 아버지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지.
아버지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떠날 채비를 하라고 명령하셨단다.
1만 가구의 우리 부족민 전원을
저 낯선 땅에서 유목 활동을 하도록 결정하셨는데,
설마 너 하나만 여기에 남게 하시겠니?
내 아가, 나도 너만큼 힘들다는 걸 알아다오.
어쨌든 넌 저 안장 위에 앉아야 한다!
번뇌망상으로 네 머리가 바짝 마르지 않도록 조심 하거라.
1년이든, 2년이든 지나가겠지, 4년이라도 지나가겠지.
그러면 넌 콘그라트로 돌아올 수 있을 게야, 단지 살아만 다오!
이 예언은 반드시 적중할 것이다!
넌 빠른 날개를 지닌 한 마리 새였지.
슬픔이 그 가벼운 날개를 상하게 했구나.
넌 날렵한 경주마, 기품 있는 명마였지.
하지만 이젠 말발굽도 다 닳아버렸고 기운도 없이 맥이 빠졌구나.
허나 아가야, 지금은 냉정해질 때야.
상심하지도 말고, 울지도 말 것이야. 자, 이제 길을 떠날 때다.”
바르친은 바이순의 부족민 전원이 유목 이동을 시작하는 것을 보고 마음
을 다잡은 후, 수행원으로 40여명의 또래 하녀들을 선발하여 준마에 올라탔
어요. 1만 가구 부족민들은 길을 나섰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늑장을 부릴 이유가 없었네.
60 마리의 낙타가 지급되고,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노래 | 31
그 위에 바르친의 결혼지참물을 얹네.
바이사리는 자신의 위대함을 확인하면서,
이동의식을 수행했다네.
바이사리는 2개의 기마대포를 가지고 있었는데,
유목 이동 개시를 위해 대포발사를 명령했네.
바이사리 사람들이 길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네.
땅은 아주 좋은 상태였네.
바이사리의 낙타들이 최선두에 나섰다네.
낙타끼리는 올가미로 묶었다네.
이동 무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네.
낙타 등에는 짐짝이 실렸는데, 융단이며 카펫이었다네.
그 속에는 공단, 벨벳, 무늬비단도 있었다네.
족장 자재들한테 재물이 오죽 많았겠는가!
단지 사랑에 빠진 자들의 비애만은 몰아낼 수 없었네.
바르친-아이는 밤낮으로 슬픔에 빠져 길을 가네.
바이사리는 딸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지 못 하도다.
안다고 한들, 딸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몇날며칠을 쉬지도 않고 사람들은 이동을 하네.
고향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더 큰 상실이 어디 있겠는가.
그들의 콘그라트 고향 땅은 멀어져만 가네.
칼미크 지역은 아직 멀었다고 하네.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지쳐만 간다네.
과연 낯선 칼미크 지역이 그들을 받아들일까?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32 | 알파미시 _ 1부
행여 고통을 향해 긴 여행길을 나선 건 아닐까?
고향 땅엔 이제 주인도 없어라!
얼마나 많은 날 동안 이 초원의 먼지를 따라 가야 하나!
도중에 90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네!
부족민들은 상심에 빠져 생각한다네.
“지금 바이순 땅은 어떨까?”라고 부족민들이 생각한다네.
“황무지가 되어버렸을까?”라고 부족민들이 생각한다네.
“저 망할 놈의 푸른 하늘은 교활하고도 삐딱하구나!
자유로운 우리 유목민은 이방인이 될 신세로구나.
우리 우즈베크 사람들은 칼미크의 노예가 되진 않을까?
만약 어떤 사람이 조상의 땅을 버렸다면,
그것은 곧 자기 머리를 스스로 잘라버린 것 아닌가!”
낮엔 이동을 하고, 밤엔 숙영지에 도달하고,
새벽녘에 잠이 들었다가 또다시 아침부터 길을 떠나네.
산을 넘으면 새로운 산이 나타나네.
어휴, 바이부리 족장은 선량함이라곤 알지 못해요!
고향 나라는 멀기도 멀어라!
방랑인의 슬픔은 진실로 크다네.
이방인의 운명은, 어디에 있든 간에 쓸쓸한 것!
하지만 이미 그렇게 운명 지어진 것이라면,
칼미크의 나라는 언제, 우리 앞에 나타나주려나?
아이-바르친은 우수에 잠긴 채로 간다네.
시녀들 사이에서 그녀는 간다네.
40여명의 친구들이 그녀와 함께 가는데, 한 여자가 제일 살갑다네.
바르친은 수크수르와 친자매처럼 친하다네.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노래 | 33
울라크 경기의 한 장면
동갑인 그녀에겐 마음을 열
어놓는다네.
친구인 그녀와는 둘도 없이
친하구나.
바이들은 새벽부터 석양이
질 때까지 길을 걷네.
말은 안 해도 그들 머릿속엔
딱 한 가지 생각 뿐.
“이 모든 것이 탐욕스러운 바이부리 때문에 일어났어!
그 저주받을 놈이 아니었다면,
고향 땅 바이순에서 그냥 귀족처럼 살았으련만,
명망 있는 바이이자 귀족인 우리들이
저 먼 이국땅인 칼미크 지역으로 가야 하다니.
굶주림을 향해 가고 있는 지도, 치욕을 향해 가고 있는 지도 모르지!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고!” 바이들은 이렇게 말하네.
“이 세상은 거짓이 지배한다고!” 바이들은 이렇게 말하네.
바이들은 태양 아래서도, 달 아래서도 길을 걷네.
먼지 가득하고 나리새 우거진 초원의 미개척지에서 잘 때면,
꽃이 피고, 코카미시 호수의 파도가 철썩 거리는
콘그라트 고향 땅이 꿈에 보이는구나.
그 긴 길을 이동하면서 그들은 이런 생각을 하네.
“그래, 가자. 끝까지 가보자!” 그들은 이런 생각을 하네.
양치기들은 “쿠르하이트”20란 외침과 함께 여기저기를 왔다 갔다 하면서,
20 가축들을 불러 모을 때 지르는 소리.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34 | 알파미시 _ 1부
셀 수 없이 많은 가축 떼를 몰고 다니는구나.
“그래, 저런 가축들만 있으면,” 그들은 이런 생각을 하네.
“우린 망하진 않을 거야!” 그들은 이런 생각을 하네.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낯선 땅을 따라 유목 이동을 하면서,
그들은 도중에 가끔씩 울라크21를 즐기기도 한다네.
바이들이 알라타크 산맥을 넘어가고 있구나.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넘어가면서,
많은 고개들을 건너가면서,
바이사리와 1만 가구 부족민들은 가축에게 풀을 먹이네.
바이사리가 괜히 머리에 지가22를 쓰고 다니는 게 아니야.
자기 종족 내에서 그는 귀족 아닌가!
봄에는 산에 얼마나 많은 백합들이 있는지!
바이사리한테 얼마나 많은 숫양들과 암양들이 있는지!
그의 낙타들과 말들은 셀 수도 없다네.
그가 칼미크의 땅에서 정착하려고 결정을 내린 것.
거기로 가는 길은 한 달도 아니고, 두 달도 아니고, 여섯 달이나 걸린다네!
그는 모욕당한 동생이자 방랑객이 되어버렸네.
강압의 면전에서 그는 명예를 잃지 않았다네.
자신의 딸이 형의 며느리가 되는 것도 원하지 않았네.
콘그라트의 바이순을 떠나 다른 곳으로 유목을 떠나버렸네.
그는 청동으로 만든 대포 두 문을 가지고 있었네.
두 마리의 견인마와 가죽 덮개가 있는 대포였다네!
21 중앙아시아 유목민족들 사이에서 전해오는 집단경기. 상대편의 염소 거죽을 빼앗아 목표지점까지 먼저 도착하는 경
기.
22 남성용 머리장식 위에 달린 타원형 금속 장식품. 보통 보석을 박아 넣고 부엉이 털로 장식한다.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노래 | 35
그는 자신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걸 좋아하기에
관습대로 이동 중에 대포를 쏘아댄다네.
그들은 90 개의 산을 모두 넘었지만
또다시 아득한 광야가 펼쳐지는구나.
도대체 언제까지 이 유목 이동을 계속 해야 하는 걸까!
양치기들이 그들의 양 떼들을 몰고 있다네.
그 무리의 시작은 어디고 그 끝은 어디일까?
가축 수는 셀 수가 없어요. 다 신의 은덕이죠!
바이들이 외침소리를 듣고 바라보니 소란이 일어났구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는데, 보아하니 이유가 있었네.
가축들이 이미 칼미크 지역으로 진입한 것!
초원이 그들 앞에 펼쳐져 있다네. 녹음과 아름다움이 있었네!
아아, 칼미크의 풀은 싱싱하고 무성하구나!
칼미크 초원의 이름은 칠비르-촐이라네.
바로 그 칠비르-촐이 그들 앞에 있는 것!
바이들의 가축 떼 흐름은 끝도 없이 이어지는구나.
칠비르-촐로 첫 번째 가축 떼가 진입했다네.
후미부는 아직 여기까지 6개월 걸리는 길에 있네.
후미 가축 떼는 아직 코카미시 땅을 밟고 있는 것!
그런 가축 때문에 바이순 땅이 욕되진 않는다네.
칼미크의 왕이 인두세를 거둬가도록 하라고요.
그것이 바이사리한테 큰 해가 되는 건 아니지.
자기 형에게 가구당 지불하는 것이야말로 비극이다!
그들에게 가축은 충분하네.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36 | 알파미시 _ 1부
바이들이 자신의 가축들을 인도하면서 길을 가네.
먼지가 높은 창천에 흐르네.
“우리 여행도 끝나가고 있구나.”하고 바이들이 말하네.
“낯선 땅을 지나오면서,” 바이들이 말하네.
“운명이 우리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한숨을 쉬며, 그들이 말하네.
“설마 칼미크 인들이 악을 행하진 않겠지.
허나 우리가 콘그라트로 돌아갈 날이 올까?”
바르친-굴은 우수와 슬픔으로 흠뻑 젖어있구나.
가을 낙엽처럼 그녀는 노랗게 변해버렸다네.
그녀의 꿈-기원은 이뤄지지 않았다오.
비애가 젊은 나이의 그녀에게 쏟아진 거라네!
그녀의 약혼자, 그녀의 하킴은 저 멀리에 있구나!
아이-바르친은 울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걸 알아차리지 못해요.
바이순의 전 유목민들이 반년이나 걸리는
머나먼 길을 가고 있네.
자기 땅을 떠나서 타지로 가네.
칼미크의 땅을 따라, 끝없는 풀밭을 따라 가네.
길가에 있는 가축들 목초는 모두 공짜이지.
가축들은 이 진기한 풀들로 포식을 하네.
한 칼미크 인을 만났는데 머리를 설레설레 흔드네.
다른 칼미크 인을 만나니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쳐다보네.
곧 정신을 차리더니 울음을 터뜨리고 고함을 쳐요!
“오오, 이건 풀이 아니라구요. 이건 자라고 있는 곡초입니다!”
바이들은 밭에서 하는 농경 일에는 무지하다보니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노래 | 37
곡물 종자들을 풀로 착각한 거야!
파란 하늘 때문에 이렇게 된 거라오!
15일 거리나 되는 지역이 황폐하게 되어버렸구나.
칼미크의 땅에 괴로운 울음소리와 신음 소리가 울려 퍼지네.
이들은 배고픔으로 고통 받을 판이라,
슬픔에 빠진 채로 이방인들을 쳐다보네.
바이순의 가축 떼 흐름이 이어지는 것과,
자기 땅을 떠나 다른 곳으로 도망 나온 이들을 보고 있다네.
“이 부족은 누구지?”하고 칼미크 인들이 말하네.
“보아하니 명문가인 것 같은데,” 그들이 말하네.
“저 사람들 때문에 손실이 크군!” 그들이 말하네.
“오오, 우린 불행한 사람들이구나!” 그들이 말하네.
그들은 심지어 콘그라트에 대해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터라네.
이렇게 해서 6개월 내내 여행길에 올랐고, 90개의 산을 건너 유목 이동을
완료한 바이순 사람들은 칼미크 인들의 나라로 가축들을 옮겨왔고, 자기의
선단들을 이끌고 왔습니다. 몇몇 바이들은 가축들보다 앞서서 길을 안내해
줬죠. 칼미크 땅, 즉 타이차-칸이 지배하는 칠비르 초원으로 들어온 유목민
족 바이들은 농경활동에 대해선 무지했기 때문에 곡물이 자라는 것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지하게도 그만 곡류를 목초로 착각해서 자기네
의 셀 수도 없는 가축들을 파종지에 풀어 놨던 겁니다. 가축들이 칼미크의
곡류들을 마구 짓밟고 짓눌러서, 스스로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지도 못한
채 한 나라에 불행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바이들은 칠비르-촐 초원에 둥지
를 틀고 아이나-콜 호수 주변에 가축들을 풀어놨습니다. 바이순의 가축들
은 끊임없이 떼를 지어 들어왔습니다. 그들은 먼지를 하늘로 피워 올리며,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38 | 알파미시 _ 1부
마치 무수히 많은 메뚜기 떼처럼 곡류 파종지를 망치고 있었죠. 바이들의
선두 가축 떼들은 이미 한참 전부터 칼미크의 아이나-콜 호수 주변에서 풀
을 뜯고 있었고, 후미 가축 떼는 그제야 그 먼 콘그라트 땅에서 막 나오고
있었죠!
가축떼도 무사히 이동을 하고 있고, 바이들도 칠비르 초원의 아이나-콜
호수 주변에서 정착을 하면서 속속 도착하고 있는 자신의 가축 떼에게 풀과
물을 먹입니다. 바이들은 유르트를 세우고, 정리정돈을 실시합니다. 자, 여
러분들은 이어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듣게 될 겁니다. 칼미크의 나라에
대해서 듣게 될 거라고요.
멀리서 온 바이들이 그들의 파종지를 망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칼미크
인들이 자신의 왕인 타이차-칸에게 달려갔습니다. 피해를 입은 장로-촌장
들 중의 한 사람이 그에게 가서 말합니다.
“지배자-왕이시여, 저는 청원이 있어서 왔나이다!
당신의 종에게 진심어린 관심을 보여주소서, 왕이시여!
저는 얼굴이 마치 빨간 사과처럼 생기 있던 사람이었소.
근데 이렇게 바싹 말라버렸고, 근심걱정으로 주름이 졌습니다, 나의 칸이
여!
어떤 불행이 탄탄하고 매끈한 제 몸매를 휘어지게 만들었어요.
저 먼 곳에 살던 한 부족이 우리한테 왔어요.
그네들은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사용합니다.
그네들 나라는 투르케스탄이라 불리기도 하고,
바이순-콘그라트라 불리기도 한답니다. 그들의 종교는 코란입죠.
왕이시어, 당신은 그들에 관해서 아는 바가 없습니까?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노래 | 39
아마도, 신 앞에서 저는 많은 죄를 범했나봅니다.
하늘은 천둥번개로 제 귀를 멀게 하셨고,
겁을 주신 다음, 정신을 빼놓으셨습니다.
저 부족이 우리 땅에 눌러 앉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들의 가축 수를 세자니 힘도 없고 시간도 모자랄 정도입니다.
이 소식을 당신께 전하고자 서둘러 달려왔습니다.
그들의 가축들이 우리 파종지를 짓밟았다구요!
한 마리 매의 날개가 부러진 꼴이며,
날쌘 준마의 말발굽이 부러져 절뚝거리는 꼴입니다.
저희가 부유하여 당신이 조세를 거두어 가셨죠.
당신처럼 위대한 왕께서 자기 일에 관해
아무 것도 파악하지 못하는 사태는 참을 수 없죠!
치명적인 기아가 곧 우리를 찾아올 것입니다.
모든 소작일꾼들이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가족을 뭘로 먹이나요?
멀리서 온 저 부족은 부유하고 집안도 좋아요.
그들의 아녀자들은 미인들입니다.
아이나-콜 주변에 그들 무리가 체류하고 있습니다.
메뚜기 같은 그들의 가축들이 칠비르 땅을 뒤덮고 있어요.
그런데도 당신처럼 위대한 왕이 아무 것도 모르고 계시다뇨!
그 가축들이 파종 종자들을 모조리 망가뜨렸습니다.
멀러서 온 저 부족이 우리 땅에 눌러앉아,
우리의 모든 먹을거리를 먹어치운 후에 우리까지도 먹어치울 것입니다!
칼미크는 황폐화되었고, 농민들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그런데도 당신처럼 위대한 왕이 아무 것도 모르고 계시다뇨!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40 | 알파미시 _ 1부
농민들의 통곡과 울음소리가 제 귀에 울려 퍼집니다.
이 불행 때문에 제가 바싹 말랐고 쇠약해졌습니다.
만약 밭에 있는 모든 싹들이 망가진다면,
우즈베크와 투르크멘 땅에 어떤 재앙이 있을지 스스로 생각해보십시오!
가을 무렵엔 막사에 종자가 하나도 없을 것이며,
당신의 칼미크 인들이 죽어나가게 될 겁니다, 왕이시여!
신음소리가 온 나라에 퍼질 것이며, 정신은 공황 상태가 될 겁니다.
지금 밭에는 이런 불행이 덮쳤습니다!
당신처럼 위대한 왕께서 자기 일에 관해
아무 것도 파악하지 못하다니, 이게 어찌된 겁니까!
정말 이 문제를 숙고하셔야 합니다!”
그 장로는 막사 안에서 왕과 얘기를 나누었네.
왕은 다리를 꽉 누르고 카펫에 앉아 있었고,
은쟁반의 당과를 먹으며 포도주를 마셨네.
그는 마당에서 나는 갑작스러운 소음과 외침 소리를 들었다네.
한 무리의 평민들이 쇠사슬로 만든 문 앞에 서 있던 경비를 밀쳐내고
왕의 마당으로 몰려왔다네.
양치기들과 우즈베크와 투르크멘 지역의 사람들, 기술자들이었다네.
모두 시끄럽게 고함치며 입에 욕설을 담았다네.
왕이 마당으로 나오자 군중들이 흐느끼며 외치는구나.
“우리 모두는, 아마도, 제 명에 죽지 못할 겁니다!
이제 당신의 농민들은 어떻게 연명을 합니까?
우리 모두는 엄청난 공포로 몸을 떨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청원이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네.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노래 | 41
“우리는 이삭 하나도 수확하지 못할 겁니다!” 그들이 말하네.
“바이들로부터 피해에 대해 보상받기를 원합니다.
설마 우리들의 손실에 대해 그들을 용서하는 건 아니겠죠?
우린 그런 왕은 거부합니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네.
이 말을 듣고 나서 칼미크의 왕은 콧수염을 꼬면서 자기의 장로들과 촌장
들에게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는 다양하게 부를 축적해왔소.
나는 무늬 비단과 벨벳과, 공단을 입고 있소.
이 비단으로 된 터번에는 큰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소.
난 무서운 사람이오. 엄격하게 당신네한테 물어보리다.
그 바이들은 어디에서 갑자기 우리한테 들어온 거요?
어떻게 이런 피해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거요?
여기에서 사는 게 어떻게 가능하오?
그들은 어느 땅에서 온 거요?
당신들 모두에게 던지는 내 질문은 이러하오.
당신들은 이 질문들에 대해 거침없이 답해야 하오.
정말로 그 불쌍한 사람들을 모욕 받게 할까요?
애 어른 가리지 않고
바이순의 이방인 바이들을 벌하겠소.
그러면 나를 영원히 기억할 겁니다!
누가 그들에게 이곳에서 유목을 하도록 허락했나요?
바이들에게 내 분노를 제대로 보여주겠소.
그들의 행위에 대한 대가로 고문을 명하고,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42 | 알파미시 _ 1부
가장 지위 높은 족장들을 마구 때릴 것이며,
개처럼 사슬에 묶어 지하 감옥에 감금하겠소!
설마 내가 자기 농민들의 노동을 중하게 여기지 않겠소?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은 100배로 보상하겠소.
설마 내가 그런 강도짓을 용인하겠소?
누가 감히 그들이 우리 고향 땅에 접근하는 걸 내버려뒀소?
내가 공평무사한 법정을 만들리다.
나는 멀리서 온 바이들의 고명한 신분은 고려치 않겠소.
농민들이여,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으시오.
그 잘난 바이들을 내가 가루로 만들어버리겠소.
그들의 가축 떼로 당신들을 기쁘게 해주겠소.
그들의 가축 떼를 빼앗아 내 충성스런 농민들을 격려하겠소.
농민들이여, 당신의 황제인 나를 믿으시오!
어이, 내 형리들아, 내 간수들아!
너희들은 여자처럼 거기 서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이!
칠비르의 초원으로 달려가게! 말을 타고, 어서!
그곳 사태를 모두 파악해서 오너라, 어서!
가장 높은 지위의 바이의 자식들을 골라내라.
그들의 가장 부유한 족장과 귀족들을 골라내라.
그들을 포로로 잡아들여서 볼모로 삼아라.
양처럼 그들을 올가미로 묶어
나한테 끌고 와라, 오는 길엔 채찍으로 고문을 하거라.
용서에 관한 말은 하면 안 된다!
그들의 코와 귀를 잘라낼 것이다.
그들의 눈을 파내고 영혼을 잡아 찢어놓을 테다.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노래 | 43
머리를 잘라내어서 걸어놓을 테다.
나는 진정으로 내 농민들을 위로해야 한다!
이 버르장머리 없는 우즈베크 바이들을 혼내주겠다!
자기 가축들을 메뚜기 떼처럼 여기로 몰고 오다니.
곡물들을 모조리 망쳐놨어! 내가 어찌 잠자코 있겠나!
피해에 대해선 그들로부터 일곱 배로 보상받겠다!
나는 위대한 왕이다. 비록 무늬 비단을 입었지만,
왕의 소매를 팔목까지 걷어 올리고,
그들의 그 고상한 피로 옷을 적시겠다!
나의 형리들아! 너희들 모두는 용사이다!
말에게 보리를 먹여라. 그래 창포도 섞어줘라!
어서 안장에 올라서 칠비르 초원으로 질풍처럼 달려가거라!
멀리서 온 바이들한테서 기름기를 빼내거라!
그 이방인들을 쫓아낸 다음에 큰 잔치를 열자.
세상 사람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성대한 연회를 말이다!
눈이 내려서 유목 선단은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누가 칼미크 농민을 파멸시켰는지 밝혀내라!
나는 죄인들을 무자비하고 사납게 대할 것이다!
내 칼미크 농민이 쓰디쓴 눈물을 흘린 만큼
왕인 나는 평민들을 위로할 것이다!”
왕의 명령에 충실한 오 백여 칼미크 형리들은 대장들을 앞세우고 말에
올라탔고, 우즈베크 이방인들의 야영지인 아이나-콜 호수로 달려갔습니
다. 1만 가구의 사람들이 장난입니까! 형리들이 도착해서 1만 가구의 부족
원들이 여기저기 터를 잡은 곳을 봅니다. 근데 그들 모두가 서로서로 비슷하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44 | 알파미시 _ 1부
네요. 우즈베크 사람들 사이에는 어떤 차이도 없는 겁니다. 그 형리들은 우
즈베크 사람들 중에서 누가 크고 누가 작은 지 분간해낼 수가 없는 겁니다.
별안간 그들은 주변의 모든 유르트가 펠트로 만들어졌는데, 한 곳에서만
벨벳 유르트가 있는 걸 보게 됩니다. 벨벳 유르트의 문지방은 금과 은으로
장식되어 있었어요. 이 유르트가 바로 바이사리 족장의 유르트였습니다.
형리들이 말했습니다.
“어이, 이 유르트가 화려하군. 하얀 벨벳으로 덮여 있고 금으로 된 문지방
이야! 우리 왕의 궁전과도 비교도 안 되겠는 걸. 보아하니 여기에 가장 으뜸
가는 우즈베크 인이 살고 있을 거야. 이 사람들은 윗사람에게 이런 차이점을
두나보네!”
형리들이 바이사리의 유르트에 접근했습니다.
“어이, 막 도착한 바이!”
바이사리는 벌떡 일어나 대답했습니다.
“나 여기 있소이다.” 그러곤 유르트 밖으로 나왔죠.
형리들이 소리쳤습니다.
“당신이 여기서 제일 높은 사람이오?”
바이사리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형리들이 말에서 뛰어내려 족장을 사로
잡고, 그의 손을 뒤로 묶었습니다. 바이사리의 머리 위로 형리들의 채찍이
마치 눈보라 속의 눈이나 소낙비처럼 쏟아졌습니다. 형리들은 족장을 앞으
로 떠밀고 채찍질을 하면서, “걸어가, 걸어가”란 외침과 함께 족장을 밀어냈
습니다. 방금 막 이 나라에 도착하여, 어떤 나쁜 것도 예상치 못했던 족장은
자신의 당당한 위대함을 한 번도 실추시켜본 적이 없었습니다. 바이사리는
자기의 죄가 무엇인지 도통 알지 못한 채로 그저 이 갑작스러운 폭력행위에
아연실색할 뿐이었습니다. 족장은 고통과 치욕 때문에 흐느끼기 시작했고
형리들에게 자기를 동정해 달라고 애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노래 | 45
“나는 내 나라에서 왕으로서의 근심을 안고 왔소.
이 낯선 타국에서 나는 먼지보다 더 보잘 것 없는 사람이구려!
나는 평화롭게 당신네한테 왔소, 정말 이런 공포는 예상하지 못했소.
그저 새처럼 이곳에 둥지를 틀어야겠군, 하고 생각했소.
나는 오는 도중 내내 알라신께 오직 이 점에 대해서만 기도했소.
원수라도 불행에 빠진 도망자에겐 잠잘 곳을 제공합니다!
칼미크의 왕은 불행에 빠진 나의 보루라고 생각했소.
난 보호처를 찾아 왔는데 당신네들에게 박해를 당하는구려!
이게 다 내가 많은 악을 저질렀기 때문이외다!
아아, 불행이 나를 당신네한테 데려다 주었구려.
내가 얼마나 힘든지 누가 알아주겠나!
형리 당신들은 이유 없이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구려!
채찍으로 나를 때려 내 정신을 빼내다니.
난 늙은이고, 당신들은 힘이 장사요!
이 살인마들아, 날 불쌍히 여겨주오, 이 형리들아, 날 불쌍히 여겨주오!
난 보호처를 찾아 왔는데 당신네들에게 박해를 당하는구려!
심지어 원수나 도적들도 이렇게 괴롭히진 않을 거요!
제발 이 늙은이의 머리라도 때리진 마시오,
내 머리가 나한텐 가장 소중하오!
불쌍히 생각해주시오! 내 목숨은 이미 그리 길지 않소!
난 얼마 전까지 큰 나라를 통치하던 몸이오,
근데 이젠 잔혹한 당신들의 포로가 되는구려.
뭘로 내가 당신네를 화나게 했소? 뭘로 당신네를 방해했냐구요?
난 당신네한테 나쁜 짓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소.
아아, 채찍질 할 때마다 너무나 아프다오!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46 | 알파미시 _ 1부
제발 자비를 베푸시오, 난 정말 약하고 늙었소.
난 보호처를 찾아 왔는데 당신네들에게 박해를 당하는구려!
불행을 피하다가 새로운 불행에 빠졌어요.
그리 떠밀지 마시오, 난 겨우 살아서 걷고 있단 말이오.
고통에는 끝이 없고, 치욕에는 정도가 없도다.
내 부족민들이 저기 가네요!
난 평화로운 유랑민 노인이오, 내가 무슨 죄를 진거요?
천국을 찾아오듯 당신네한테 왔소, 근데 살아 생시에 지옥에 떨어졌구려!
아아, 그렇게 무자비하게 때리지 마시오, 아, 아프단 말이오!
난 자신에 대한 어떤 죄도 알지 못하오.
이게 웬 횡포요? 무슨 이런 강도 같은 짓이 다 있소!
제발 간청하오. 내 말을 믿어주시오.
나는 신성한 칼리마23를 암송할 수도 있소.
나는 당신네 누구한테도 악을 저지르지 않았소!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날 때리는 거요, 왜 나에게 모욕을 주는 거요?
내 죄가 대체 무엇이오? 도통 이해할 수가 없소!
과연 자기네 집으로 찾아온 손님을 때리는 것이 옳은 거요?
고통을 견딜 힘이 하나도 없소! 제발 그만 하시오, 형리들!
피범벅이 된 내 눈물 줄기가 보이시오?
당신들은 미쳐 날뛰는 늑대 무리들보다 더 잔인하구려!
아니면 여기 당신들 칼미크의 관습이란 게 원래 이런 거요.
존경받는 방랑자들과 평화로운 늙은이를
멍청한 당나귀 마냥 채찍으로 내리치는 게 당신네 관습이란 말이오?
23 칼리마의 원뜻은 말, 혹은 말씀이다. 이 칼리마를 공인하는 것은 이슬람 신앙의 핵심이며, 이슬람을 구성하는 다섯
요소 중 첫째에 해당한다.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노래 | 47
난 보호처를 찾아 왔는데 당신네들에게 박해를 당하는구려!
바이사리 족장은 오랫동안 울면서 통곡했고, 마침내 형리들이 그에게 무
슨 연고로 그러는 지 설명해주었습니다.
바이사리를 때리던 채찍이 너덜너덜해지자,
그제야 형리들은 그에게 말했다네.
“어이, 이 불행한 늙은이야, 그만 울고 조용히 해보시오!
칼 위협 받는 양처럼 소리치지 마시오.
눈물도 외침도 이 일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우리는 칼미크의 무서운 왕이신 타이차가 보내서 왔소.
보낸다는 게 우리 같은 형리들을 보낸 것이오.
무서운 우리의 왕이신 타이차-칸은
분노한 촌장들과 농민들로부터 알게 되었소.
저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우리 칼미크 지역으로,
듣자하니 바이순-콘그라트인지 뭔지 하는 지역에서,
당신이 셀 수도 없이 많은 가축 선단을 이끌고 왔다는 사실을 말이오.
만약 당신이 여기로 올 때, 왕의 칙령이라도 받아냈다면,
당신은 우리한테서 고명한 손님으로서 대접을 받았을 거요.
당신은 우리 왕의 허락도 없이 당신의 부족민과 당신네의 모든 가축 떼를
여기로 끌고 왔소이다.
아무튼 이게 가장 큰 불행은 아니죠!
어휴, 당신은 정말 당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른단 말이오?
밭에 있는 곡물을 모조리 짓밟지 않았소.
당신이 곡류 싹을 가축 떼한테 먹이는 바람에,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48 | 알파미시 _ 1부
칼미크의 농민들은 망해버렸어요.
그들한테는 씨앗 하나도 남지 않은 겁니다!
나라 전체가 당신 때문에 잿가루로 변해버렸어요.
이제 우리나라는 기아에 직면할 거요!
이것이 바로 당신이 저지른 죄요!
우리의 왕, 타이차-칸은 지금 엄청난 분노에 빠져서,
마치 미쳐 날뛰는 사자 마냥 잔인해졌어요.
자기의 불행한 농민들을 불쌍히 여겨서,
우리를 이 칠비르로 급파하여, 자초지종을 파악한 후에,
누가 종자를 짓밟았는지 밝혀낸 다음,
당신네 사람들 중에서 가장 높은 지위의 인물을 색출하여,
그를 체포하여 포박한 후, 채찍으로 때리라고 명하셨소.
이것 때문이라는 것을 주의 깊게 들으시오!
만약 우리의 왕께서 직접 명하지 않으셨다면,
왜 우리가 당신을 잡아서 고통을 주겠소?
우린 정말 왕의 형리들이오.
우리가 어찌 그의 명령을 어길 수 있겠소?
보시다시피, 우리의 직업이 이런 것이오!
일단 당신 부족 내에서 당신이 최고 어른이니,
당신이 그들을 대신 해서 고통을 받아야죠.
울어봤자 소용없어요. 형리는 타인의 눈물에 이미 익숙해졌으니까.
우리한테 화를 내지도 마시오, 늙은이,
우린 그저 말을 그대로 전했을 뿐이오.
형리들의 말이란 게 우리들 손처럼, 투박하오.
만약 당신이 우리 농민의 곡물을 망가뜨렸다면,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노래 | 49
당연히 당신의 운명이 고통스러울 줄 알아야지.
어떻게 곡물과 풀을 구별하지 못할 수가 있어!
우린 그런 인간들은 만날 수도 없었소!
자, 이제 당신은 우리 왕에게 어떻게 대답하시겠소.
분노한 우리 농민들에게 뭐라 대답하겠소?
이런 일을 용서한다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시오?
미리 당신께 우리가 약속하리라.
당신의 뼈다귀를 모조리 뽑아내야 하오!
타이차-칸은 매우 무서운 분이오, 어떻게 벌 줄 지 아는 사람이오.
아마 그 분은 농민들이 당신을 때리도록 내줄 거요.
당신은 농민들 손에 들어가는 거지.
농민들은 독이 올라 있어요. 보세요, 울라크 경기를 하려고 해요.
당신을 양처럼 갈기갈기 찢으려고 해요!
경기장에선 눈물도 흘리지 말고, 말도 쓸데없이 하지 마시오.
머리부터든, 다리부터든 죽게 마련이니까.
그 다음 우리 왕이 당신의 시체를 매달라고 명령하겠죠.
가축을 비롯하여 당신의 모든 재산을 빼앗고,
당신네 부족을 우리나라 국경 밖으로 내쫓을 거요.
우리나라 말이 조금 투박하더라도 용서하시오.
우리가 조금이라도 친절했다면 당신을 마당으로 끌고 나오지도 않았을 거
니까!”
바이사리 족장은 형리들의 말을 다 듣고 나서,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
로 응답했습니다.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50 | 알파미시 _ 1부
“내 재산 전부와 모든 재물을 바치리다!
금붙이와 은붙이도 바치리다!
내가 직접 그 모든 것을 낙타 등에 실어 보내리다.
재산이 전부 사라지더라도 내가 사는 게 더 낫지!
내 낙타들도 당신들께 드리리다. 양들도 당신들께 드리리다!
나도 내 가축 떼가 얼마나 되는 지 잘 모르오.
무리 단위로 그 수를 셀 수는 있어요.
작은 가축들은 무리 단위로 90무리가 있고요!
큰 가축 떼는 계곡 숲 단위로 세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이 모든 내 말들을 당신들에게 바치겠습니다!
모든 걸 줄 테니, 더 이상 고통은 참을 수 없소.
그런 끔찍한 죽음을 기다리는 건 너무나 끔찍해요.
당신들께 진실하게 말합니다.
나에게는 머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먼저 내 손을 묶은 이 올가미라도 풀어주시오!
수치심과 고통 때문에 난 먼지라도 물어뜯고 싶은 심정이오!
날 죽이는 게 당신네에게 무슨 이익이 있겠소?
저 무심한 하늘이 나한테 먹을거리 대신 지옥을 들이부었구려!
당신들의 곡류에 대해선 내가 기꺼이 보상하리다.
만약 내 재산과 가축 떼만으로 부족하다면,
나의 마지막 보물을 추가로 드리리다.
내 딸 바르친을 가지시오.
그저 내 새끼가 고아가 되지만 않게 해주시오.
이 세상에 이 아비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어디 있나?
내가 거지가 되어도 괜찮소. 이 땅에서 살기만 한다면야!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노래 | 51
난 내가 이토록 어리석은 사람인 줄은 생각지도 못 했소.
마치 당달봉사처럼 이 세상 물정 하나 모르고,
그저 제 말들과 낙타들, 양들만 키웠다오.
곡류의 씨앗은 한 번도 뿌려본 적이 없었고,
그 곡류가 밭에서 어떻게 자라는 지도 본 적이 없소이다.
곡류를 풀로 잘못 알고서,
그 무지 때문에 싹들을 짓밟았는데도,
날 사악한 살인자라 할 수 있겠소?
자신의 죄에 대해서 내가 먼저 인정하오.
내 모든 재산과 딸을 당신네한테 바치겠소.
단지 내 목숨만은 자비를 베푸시오.
타지에서 죽음이란 백배나 더 끔찍하오!
내 아둔한 머리는 여러 생각들 때문에 지쳐버렸소.
전지전능한 신께서 내 증인이 되실 거요.
당신네들 앞에서 난 산송장처럼 서 있소
애처로운 눈물이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있소.
형리 양반들, 간청하오니 제발 날 믿으시오.
제발 잔혹한 죽음만은 피하게 해주시오.
괜히 당신 왕의 주의를 끌고 싶지는 않소.
뇌우 같은 왕의 분노가 나를 지나쳐가도록 해주시오.
정말 이 이방인의 눈물로 왕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요?
차라리 내가 편지로 용서를 구하는 게 나을 듯하오.
탄원서에 모든 이 불행을 서술하리다.”
바이사리가 한 이 말들을 듣고 나서 형리들은 생각했습니다.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52 | 알파미시 _ 1부
‘이 불쌍한 사람이 하는 말이 옳구나. 저 사람들은 무지로 인해 곡초를
풀로 착각하여 우리의 모든 곡류를 망쳤구나. 이 세상엔 별별 민족들이 다
살고 있군. 이 사람은 진정으로 참회를 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그를 왕에게
끌고 가면, 그 분은 이 사람 말을 듣지도 않을 것이며, 곧바로 태형에 처할
것이다. 편지로 이 사태에 대해서 서술하도록 해야겠군. 이 사람은 여기서
기다리게 하고, 그 편지를 왕에게 전달한 다음, 모든 것이 잘 해결되도록
해야겠다.’
형리들은 바이사리의 말을 토대로 편지를 작성한 후, 그것을 두 명의 간
수를 통해 칼미크의 왕에게 보냈습니다. 왕은 바이사리 족장의 청원서를
읽고 나서 갑자기 기쁨을 표하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만약 그가 내 보호권 밑으로 들어왔다면, 그를 사형시키는 것이 나한테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그에게 우정을 표하고 살아남게 해주겠다. 그리고
그의 모든 낙타 선단들, 그의 모든 말 떼들, 그의 모든 양들, 그가 축적한
모든 금 등 그의 모든 재산들은 그의 수하에 남겨 두어라. 우리는 그로부터
아무 것도 받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딸도 그의 소유이다. 미인인 그의 딸도
그로부터 빼앗지 않을 것이야! 우리는 그에게 우정과 평화를 선언하며, 그
에게 칠비르의 초원을 여름 방목지로 제공하고, 아이나-콜을 가축 식수용
으로 제공하노라. 향후 칠 년간 그로부터 조세를 거두지 않을 것이며, 그의
가축 떼 목록 조사도 하지 않을 것이다. 우즈베크 바이들에게 해를 가하는
자와 그들에게 예를 갖추지 않는 자는 참수형에 처할 것이고, 모든 재산을
국고로 환수할 것이다. 알겠느냐?
이 말을 듣고 나서 칼미크의 촌장들은 말했어요.
“왕이시여, 그렇게 일을 처리하시다뇨? 이방인들이 빈농과 과부들의 종
자들을 짓밟았는데, 당신은 그들을 완전히 용서하시다뇨! 며칠 후에 당신은
농민들한테서 세금 납부를 요청하실 겁니다. 근데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합니
* 본 저작물에 대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작가에게 있으며,
"2011 한국-중앙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국제공모" 참여를 위한 일시적 사용 목적 외에는 복제 및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노래 | 53
까? 최후의 이불까지 내다 팔란 말입니까?!”
차이타-칸은 이에 대해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한 해의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소. 수수나 그 비슷한 다른 것을 파종할
수 있을 거요. 어떻게든 겨울까지 입에 풀칠을 하시오. 그 대신 당신들한테
서 조세를 거두지 않겠소. 사람들에게 그리 전하시오!
타이차-칸은 이렇게 약속했지만, 거짓으로 약속한 겁니다. 그들을 속인
거예요. 칼미크의 왕은 배신자였습니다!
농민들은 왕의 말을 믿고 기뻐하였으며, 황소들을 두 마리씩 묶고 수수와
그 외 곡물을 다시 경작하러 갔습니다. “모든 수확물은 우리 것이 될 것이다.
조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니 부자가 될 거야!”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습
니다.
우즈베크의 바이들도 매우 기뻐했어요. “칠비르의 초원은 매우 광활하고
서늘하다. 목초들도 싱싱하며, 풀도 좋구나, 우리 가축들이 풀을 먹고 번식
을 하면 훨씬 더 부유하게 될 것이야!”
그들은 칼미크의 땅에 정착을 했고 칼미크의 왕의 처분에 아주 만족했습
니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