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깬 시간 25%는 욕망과 싸움

손경형 2012. 2. 21. 17:21

 

깬 시간 25%는 욕망과 싸움… 내 절제력은?

문화일보 | 2012.02.17 16:47

 

 

의지력의 재발견 / 로이 F 바우마이스터·존 티어니 지음, 이덕임 옮김 / 에코리브르

 

체중 조절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저자들은 이렇게 권한다. 첫째 절대로 다이어트를 하지 말 것, 둘째 절대 초콜릿이나 다른 음식을 포기한다고 선언하지 말 것, 셋째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 과체중과 의지력 부족을 절대 동일시하지 말 것 등이다.

'말이 되는 소리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들이 펼치는 논지를 따라가다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선, 저자들은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이 실패하는 이유를 '아무렴, 어때 효과'로 정리한다. 전문용어로는 '역규제적 섭식 경향'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보통 하루에 섭취하는 최대 칼로리에 대한 일정한 목표가 있다. 하지만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이유로 목표치를 초과할 경우 그날의 다이어트를 실패한 것으로 간주하며 평소보다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자기 절제를 위한 의지력의 강화'다.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현대인은 수많은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욕망은 일반적 현상이며, 보통 사람들은 깨어 있는 시간의 4분의 1을 욕망과 싸운다고 한다. 사람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저항하는 욕망은 식욕에 관한 것이며, 그 다음이 수면과 일에서 벗어나 쉬고자 하는 욕망, 다음으로 성욕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잠이나 섹스, 그리고 소비에 대한 욕망을 억누르는 데는 비교적 성공했지만 TV를 보거나 웹사이트를 둘러보는 것처럼 일하는 시간에 휴식하고자 하는 욕구를 억누르는 데는 약했다. 평균적으로 의지력을 동원해 유혹을 이겨내는 정도는 절반 정도였다.

개인과 사회를 통틀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기 절제를 못한 데에서 비롯된다. 강박적 소비와 대출, 충동적 폭력과 학업성적 부진, 직장에서의 게으름, 술과 마약의 남용,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과 운동 부족, 만성적 불안과 폭발적 분노가 바로 그러한 예다.

인간은 영장류 중에서 전두엽이 가장 큰 동물인데 이것이 인간에게 자기 조절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그렇다면 자기 조절을 위한 의지력이란 무엇인가. 저자들은 이를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나눈다.

우선 '생각의 조절'이 그 첫째다. 우리는 훈련을 통해 집중하는 법을 배우며, 특히 동기가 강할 때 그 효과는 커진다. 둘째는 '감정 조절'을 들 수 있다. 기분에 특히 집중하는 것을 심리학자들은 정서 조절이라고 부른다. 셋째는 '충동 조절'로 사람들이 의지력과 가장 많이 연관시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행 조절'이라는 범주가 있다. 현재의 일에 에너지를 집중해 속도와 정확성을 기하고, 시간 관리를 잘하며, 그만두고 싶을 때도 강한 의지를 발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의지력을 강화할 수 있을까. 책에 따르면 감정 통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은 의지력 강화에 실패했다. 감정 조절 훈련은 의지력을 강화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반면에 매일 곧은 자세를 연습하거나 식단을 기록한 그룹들은 의지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특히 올바른 자세를 연습한 집단에서 눈에 띄게 향상됐다. 구부정한 습관을 극복함으로써 학생들은 의지력을 강화할 수 있었고, 자세와 상관없는 다른 과제도 더 잘해 낼 수 있었다.

의지력 강화의 거의 모든 실험에서 정기적으로 체력 훈련을 했거나 공부를 하거나 돈 관리를 해온 피실험자들은 눈에 띄는 향상을 보였다. 이는 훈련 결과 사람들의 체력이 향상됐음을 의미하며, 또한 정신적으로 의지력이 고갈됐을 때도 유혹을 견디는 힘을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의지력도 근육과 마찬가지로 너무 한꺼번에 사용하면 지친다는 것. 우리에겐 사용함에 따라 소진되는 일정한 양의 의지력이 있으며, 모든 종류의 과제를 수행할 때 똑같은 양의 의지력을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직장에서 너무 의지력을 소모하면 집에 돌아와 자신의 감정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해 분노를 폭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하게 의지력을 소진하고 나면 자기 절제력이 약화된다. 또한 의지력이 고갈되면 평소보다 더욱 강한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조심하라고 저자들은 충고하고 있다.

아울러 저자들은 "아무리 새로운 유혹의 기술이 등장하고 다가올 유혹이 무섭다 하더라도 인간에게는 그것을 극복할 능력이 있다"며 "의지력이야말로 인간을 고유한 종으로 자리매김한 요소이자 우리를 강하게 만드는 미덕"이라고 결론 내린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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