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14억명 물부족… 오염수에 질병 늘고 물분쟁 심화
#1. 아프리카 잠비아 불란다에 사는 도카스 하마사므(9·여)는 물을 긷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버린다. 86가구가 모여 사는 불란다에는 우물이 없어 마을에서 수㎞ 떨어진 웅덩이까지 가서 물을 길어와야 한다. “전 물이 정말 싫어요.” 하마사므의 하소연은 꼭두새벽부터 자기 몸만 한 물통을 머리에 이고 그 먼 길을 하루 네 번씩 오가야 하기 때문이 아니다. 물이 깨끗하지 않아서다. 불란다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만성 설사병을 앓고 있다. 모기와 파리 유충은 물론 가축 배설물까지 둥둥 떠다닌다.
#2. 남미 브라질에서는 요즘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다. ‘아마존의 나라’에 8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강수량이 예년의 10%에도 미치지 않았다.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자 마실 물이 부족해졌다. 전기도 툭하면 끊기기 일쑤였다. 브라질은 전력생산의 70%가 수력발전이다. 전등과 인터넷이 점차 사라진 브라질 거리에는 사탕수수와 커피 생산 중단으로 직장을 잃은 시위대가 가득하다.
‘세계 물의 날’(22일)을 앞두고 지구촌 곳곳에서 “물을 달라”는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세계 인구의 20%인 14억명이 극심한 물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다. 물부족 현상은 사막이 많은 아프리카·중동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로부터 물이 넘쳐났던 브라질과 동남아시아도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10년 뒤 세계 인구 절반이 물 문제로 고통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구 온난화에 말라가는 지구촌
미국 서부에 비하면 브라질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3년간 이례적으로 낮은 강수량과 기록적인 더위로 12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주 당국이 17일(현지시간) 비가 내린 뒤 48시간 동안은 외부 물 사용을 금지하고, 식당에서도 손님이 주문하기 전 물 제공을 하지 않도록 하는 비상 가뭄대책을 발표할 정도였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캘리포니아주 가뭄이 계속되면 남아 있는 물로는 기껏해야 1년밖에 버틸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 가뭄사태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나사 고다르우주연구소는 2050년 이후 미국 서남부와 중부 대평원 지역에 최소 35년 동안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대가뭄’이 찾아올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중동의 사막화 속도도 더 빨라졌다. 중동 분쟁의 최대 뇌관은 이제 석유가 아닌 물 부족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반정부 시위로 촉발된 시리아 내전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컬럼비아대·캘리포니아주립대 공동연구진은 시리아 내전은 2007∼2010년 이곳에 닥친 기록적인 가뭄이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물 부족은 질병, 분쟁과 직결
유엔은 2050년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이 50%까지 급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지역의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은 40년에 비해 3분의 2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마실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 질병도 늘기 마련이다. 각종 병균이 득실대는 물이라도 마셔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에 따르면 매일 20초마다 아동 한 명이 수인성 질병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마다 전 세계에서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거나 오염된 물에 노출돼 패혈증 등으로 태어난 지 한 달 이내에 숨지는 신생아가 50만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최소 2500만명이 비소에 오염된 ‘악마의 물’을 마시고 있다. 베트남 상황도 다르지 않다. 최근 경제개발로 메콩강 상수원이 산업폐기물로 오염돼 주민들이 비소로 오염된 지하수를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WHO는 비소 오염수 문제를 인도 보팔 독가스 누출사고(사망자 1만5000명), 체르노빌 원전 사고(피폭자 80만명)를 뛰어넘는 최악의 환경재앙으로 꼽고 있다.
물 부족 문제가 인류가 직면한 최대 위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세계 인구는 급증하고 가뭄과 수질 저하 문제까지 불거져 지역·국가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어 ‘물 확보 전쟁’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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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의 9살 소녀 도카스가 가축의 분뇨 등으로 오염된 물을 머리에 이고 가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
#2. 남미 브라질에서는 요즘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다. ‘아마존의 나라’에 8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강수량이 예년의 10%에도 미치지 않았다.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자 마실 물이 부족해졌다. 전기도 툭하면 끊기기 일쑤였다. 브라질은 전력생산의 70%가 수력발전이다. 전등과 인터넷이 점차 사라진 브라질 거리에는 사탕수수와 커피 생산 중단으로 직장을 잃은 시위대가 가득하다.
‘세계 물의 날’(22일)을 앞두고 지구촌 곳곳에서 “물을 달라”는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세계 인구의 20%인 14억명이 극심한 물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다. 물부족 현상은 사막이 많은 아프리카·중동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로부터 물이 넘쳐났던 브라질과 동남아시아도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10년 뒤 세계 인구 절반이 물 문제로 고통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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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에 말라가는 지구촌
미국 서부에 비하면 브라질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3년간 이례적으로 낮은 강수량과 기록적인 더위로 12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주 당국이 17일(현지시간) 비가 내린 뒤 48시간 동안은 외부 물 사용을 금지하고, 식당에서도 손님이 주문하기 전 물 제공을 하지 않도록 하는 비상 가뭄대책을 발표할 정도였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캘리포니아주 가뭄이 계속되면 남아 있는 물로는 기껏해야 1년밖에 버틸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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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 120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강물이 마르고 바닥이 갈라져 있다. |
중동의 사막화 속도도 더 빨라졌다. 중동 분쟁의 최대 뇌관은 이제 석유가 아닌 물 부족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반정부 시위로 촉발된 시리아 내전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컬럼비아대·캘리포니아주립대 공동연구진은 시리아 내전은 2007∼2010년 이곳에 닥친 기록적인 가뭄이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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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말라위의 한 마을에서 어린 소녀가 가축들이 먹는 물을 식수로 사용하기 위해 물통에 담고 있다. |
유엔은 2050년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이 50%까지 급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지역의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은 40년에 비해 3분의 2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마실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 질병도 늘기 마련이다. 각종 병균이 득실대는 물이라도 마셔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에 따르면 매일 20초마다 아동 한 명이 수인성 질병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마다 전 세계에서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거나 오염된 물에 노출돼 패혈증 등으로 태어난 지 한 달 이내에 숨지는 신생아가 50만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물 부족 문제가 인류가 직면한 최대 위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세계 인구는 급증하고 가뭄과 수질 저하 문제까지 불거져 지역·국가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어 ‘물 확보 전쟁’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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