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시

*비온 뒤[2016년 8월 심상, 2017년 시와 이야기가 흐르는 카페]

손경형 2016. 7. 2. 07:30

비온 뒤

 

손 형

 

어제 폭우가 쏟아졌다

 

누구의 것이었을까

 

공사장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장갑

 

건축자재를 옮기던 인부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장갑을 벗어던진다

 

한 짝은 멀리

또 한 짝은 흙바닥으로 떨어진다

 

밟히고

밟히고

밟히고

 

땅속으로 가라앉는 장갑

이제 보이지 않는다

 

퇴근 버스를 향해 달려가는

인부의 등 뒤로

주인 잃은 장갑의 기침소리

빗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2016년 7월 2일 장지동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