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현장의 흐름에 관한 분석과 해석을 가미하여 무용계를 집중 조명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무용 영상
김일송_춤:in 편집장
현전성을 특징으로 하는 공연예술은 ‘지금, 여기’를 벗어나면 확인이 불가능하다. 그중에서도 무용은 이러한 특징이 가장 두드러진 공연예술에 속한다. 무용동작을 문자나 음표로 활자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용은, 춤은 텍스트보다 이미지에 더 적합한 예술이다. 나아가 무용은 시간의 예술이다. 정지동작이 아닌 움직임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무용은, 그래서 스틸 컷 이미지가 아닌 움직이는 영상으로 파악할 때 비로소 본래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무용은 오랫동안 영상에 기록을 의존해왔다.
이처럼 무용과 영상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상의 파트너인 영상도 무용의 가치를 온전히 담아낼 수는 없다. 프레임은 선택과 배제의 원리로 작동되기 때문이다. 프레임 밖으로 밀려난 무용수의 몸짓을 우리는 확인할 수 없다. 여백의 미를 활용한 공간 또한 우리는 확인할 수 없다. 설령 그 모든 것을, 무대 전체를 담아내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순기록 이상의 가치를 품기가 어렵다. 그것이 기록물로서 영상의 한계이다.
하지만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기록물에서 진화하여 무대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영상이 담아내기 시작했다. 안무가의 인터뷰와 무용수의 연습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은 그 초보적 단계에 속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영상은 다양한 화면구성을 통해 무대공연에서는 불가능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심지어 영상은 작품과 분리된 독립적인 예술작품으로 존재성을 드러내게 되었다.
이제 소개할 작품들은 이러한 범주, 퍼포먼스 기록영상, 다큐멘터리 영상, 댄스필름 등 다양한 장르의 퍼포먼스 영상으로, 예술자료원이 제공한 대출목록 자료이다. 자료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소개한다. 예술자료원 개관 후 지금까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았던 무용영상과 올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았던 무용영상, 두 가지 있다. 그리고 예상과는 다른 흥미로운 사실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안무가
개관 후 사람들이 가장 많은 찾은 자료는 영국 안무가이자 영화감독인 매튜 본(Matthew Bourne)의 댄스뮤지컬 <백조의 호수>(1996년, 128회, 1위)다. 남성 백조를 앞세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LG아트센터에서 이미 4차례 공연된 바 있다. <백조의 호수> 외에도 매튜 본은 <호두까기 인형!>(2004년, 83회, 5위)이 <더 카르멘>(The Car Man, 2001년, 65회, 12위) 등 3작품을 이용빈도 20위 안에 포진시키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안무가임을 증명하고 있다. <더 카르멘>은 비제의 <카르멘>을 자동차 수리공 이야기로 각색한 작품으로 아직 국내에서는 공연된 바 없었다.
이용빈도로 보았을 때, 매튜 본과 함께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안무가는 체코 출신의 현대 무용가 지리 킬리언(Jiri Kylian)이다. 지리 킬리언의 <블랙 앤 화이트 발레>(Black & White Ballets)는 2002년작(86회, 4위)과 1997년작(66회, 10위) 등 버전 별로 두 작품이 10위권 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외에 <병사이야기>(L'Histoire du Soldat, 2002년, 67회, 9위) 또한 함께 순위 안에 들어있다.
이들 외에는 각각 안무가의 작품이 한 작품씩 고루 순위에 등재되어 있다. 무용평론가 남정호가 해설을 맡아 국내에서 제작한 <탄츠테아터>(2001년, 102회, 2위)는 피나 바우쉬의 탄츠테아터를 소개하고 있다. 다음으로 많은 이들이 찾은 작품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의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 출판년도 불명, 98회, 3위)이다. 이하 10위까지 순위별로 간략하게 나열하면 이렇다. 벨기에무용단 울티마 베즈(Ultima Vez)의 <순수>(Puur, 2005년, 77회, 6위),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의 단편과 인터뷰를 담은 <아메리칸 발레시어터 나우>(American Ballet Theatre Now; Variety and virtuosity, 1998년, 73회, 7위), 모리스 베자르, 피나 바우쉬, 장-끌로드 갈로타, 마기 마랭, 카롤린 칼송, 윌리엄 포사이스, 롤랑 프티 등 우리 시대 거장의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댄스 프리미어>(Dance Premiere, 출판년도 불명, 68회, 8위)가 10위권 안에 포함되어있다. 이하 20위까지 리스트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발레와 현대무용 등 세계적 대가들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순위 안에 국내 안무가의 작품이 한 편도 없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2016년 최고의 관심을 받은 작품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2016년 이용빈도 순위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10위 안에 우리 전통무용작품이 5작품으로 반수를 차지한다. 먼저 가장 많은 이들이 찾은 자료는 제7회 대한민국무용제 출품작인 <살풀이-여섯>(2002년, 18회, 1위)로 확인되었다. 이 작품은 이정희무용단에서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한민족의 비애와 통일에 염원을 담아 제작한 작품으로 당시 무용제에서 음악상(우종갑)과 미술상(오경숙)을 차지했던 작품이다. 다음으로 많이 찾은 자료는 <전통무용 제1집 명무전>(2002년, 9회 2위)이다. 여기에는 1979년 서울예고 강당에서 공연되었던 허튼춤(공옥진), 도살풀이춤(김숙자), 모방구춤(박관용), 법고(임준동), 북춤·양반춤(하보경), 태평무(이동안), 구음(이용배) 등이 수록되어있다. 그 다음으로 1931년에 제작된 <무동정재>(1931년, 8회, 3위)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순종황제 50수 기념잔치에서 춤을 추었다 하여 조선시대 마지막 무동으로 알려진 심소 김천흥의 향령무와 처용무를 이 자료를 통해 볼 수 있다. 그중 처용무는 1972년 현대문화영화공사에서 제작한 <처용무>(1972년, 6회, 5위)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10위권 안에 있는 전통무용 관련 자료로 <신무용 60년 재현무대 2-2>(1982, 5회, 9위)가 있다.
외에 케네스 맥밀런(Kenneth MacMillan)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7회, 4위), 앙줄랭 프렐조카주(Angelin Preljocaj)가 파리오페라발레단을 위해 안무한 <싯다르타>(Siddharta, 2011년, 6회, 5위), 마를렌 이오네스코(Marlene Ionesco)가 메가폰을 잡아 파리 오페라발레단최고의 에뜨왈 아녜스 르테스튀의 활약을 렌즈에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파리오페라 발레의 별, 아녜스>(Agnes Letestu - A Shining Star, 2015년, 6회 5위), 마린스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2007년, 6회, 5위)가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무용관련 영상 중 올해 5회 이상 이용된 자료는 총 18편으로 이중에는 전통무용이 5편, 창작을 포함한 발레가 7편, 현대무용이 4편, 그리고 다큐멘터리 영화가 2편 포함되어 있었다. 그중 두 편 이상이 등록된 안무가는 현대무용의 전설 피나 바우쉬다. 그의 작품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Orpheus und Eurydike, 2009년, 5회, 9위)와 빔 벤더스가 제작한 영화 <피나>(Pina : dance, dance, otherwise, we are lost, 2013년, 5회, 9위)로 확인되었다.
위에 언급한 일부 수치는 학업이나 기타 행사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이용빈도가 높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무엇보다 이 결과를 가지고 계량화해 분석하기에는 여기 집계된 표본 집단의 수치가 불충분하다. 그러므로 이 수치를 통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안무가라거나 작품을 꼽는 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한계다. 그러나 이 한계가 무용의 한계라거나 퍼포먼스 무용 영상의 한계로 읽혀서는 곤란할 것이다. 그럼에도 퍼포먼스 관련 영상을 계속 진화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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