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국제표준 콤플렉스
세계화’ 깃발이 한창 펄럭이던 1990년대 중반 무렵 얘기다. 기사와 관련해 당시 외무부 고위당국자로부터 심한 항의를 받았다. 아마 당시 통상 현안이던 쌀 아니면 금융시장 개방 문제가 항의의 주제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감각 유지를 위해’ 대화 중 영어를 자주 사용한다는 그는 ‘글로벌 스탠더드’(국제표준)를 거론하며 시장 개방을 거부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행위로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러야 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후 국제표준이라는 단어는 한동안 기자에게 콤플렉스(자격지심)를 불러일으켰다.

도대체 3색 신호등의 장점이 무엇일까. 경찰은 국제표준과 함께 신호 대기시간 단축을 거론한다. 글쎄다. 3색 신호등은 운전자들이 익숙해질 때까지 혼란만 야기하고 신호등 교체에 따른 국민 세금만 축내지 않을까 싶다. 전국 교차로 2만여개의 신호등을 교체하는 데 드는 예산은 총 340억원. 홍보예산까지 합하면 그 액수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이 국제표준에 대한 콤플렉스 탓에 나랏돈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기억이 난다. 광화문 교차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덕수궁 돌담길에 1990년대까지만 해도 동전을 넣어 사용하는 외제 자동주차료 징수기가 등장했다가 사라지곤 했다. 당시에도 선진국과 국제표준이라는 논리가 동원됐다. 그때마다 징수기 한 대당 가격이 얼마라느니 수입업자들이 큰돈을 챙겼다느니 하는 소문과 함께 고위공직자들과의 뒷거래설도 파다했다. 3색 신호등에서 지금 어딘가에서 뒹굴고 있을지 모를 자동주차료 징수기의 환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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