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람 더 달라" "너무 빼가 업무지장" 신경전 조선비즈2012.02.04 03:03 수정 2012.02.04 10:17 백강녕 기자 입력
글로벌 기업들이 내부 전산망에 올리는 문서에는 보통 영어·스페인어·중국어 버전이 있다.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가 많은 세 언어들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에는 하나가 더 있다. 한국어가 사내 문서의 공식 언어 가운데 하나다. 이베이의 아시아 비즈니스의 중심은 중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이다. 또 이베이 중국·대만·호주·싱가포르·필리핀 지사장은 매년 10월 한국으로 온다.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가 한국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베이 아태지역 총괄인 이재현 대표에게 다음해 사업 계획을 보고하고 예산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글로벌 기업 "한국 사람을 더 달라"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업체인 퀄컴의 글로벌 세일총괄 겸 아시아총괄을 맡고 있는 퀄컴코리아 도진명 지사장은 미국 퀄컴 본사와 수시로 신경전을 벌인다. 한국 직원을 더 보내달라는 본사의 요구를 적절히 방어하기 위해서다. 전에는 한국 직원을 본사로 보내겠다고 해도 "비용이 많이 든다" "리스크가 크다"며 마뜩잖은 반응이었으나, 2~3년 전부터는 거꾸로 본사에서 한국인 직원을 많이 빼가는 바람에 퀄컴 코리아가 업무에 지장을 받을 지경이다. 현재 한국지사 출신으로 퀄컴 본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약 30여명. 이 가운데 2명은 본사 임원으로 승진했다. 도 사장은 "예전엔 본사가 원하는 한국인 직원은 주로 엔지니어에 국한됐지만, 최근엔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한국인을 주요 포스트에 뽑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국적 제약업체인 GSK 아태총괄본부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한국인 직원이 7명이나 된다. 몸은 한국지사에 있지만 아태 총괄 업무를 보는 사람까지 합치면 50여명에 달한다. 한국 인재들이 그만큼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한국 인재의 인기는 BMW 인도지사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안드레아스 샤아프 인도 지사장은 한국지사 부사장으로 있다가 인도 지사장으로 영전해 옮겨갔다. 그는 6개월간 인도에서 일한 뒤 상사로 모셨던 김효준 BMW 코리아 지사장에게 간청을 했다. 김 사장은 아시아인 최초의 BMW 본사 임원이다. 샤아프는 "한국 직원들과 일하다 이곳 직원들과 일하려니 너무 힘들다"며 한국지사 직원을 보내달라고 해 데리고 갔다.
◇글로벌 아태총괄 장악한 한국인들
글로벌 기업 내에서 한국 인재들이 실력을 발휘하면서 고위직까지 초고속 승진하며 승승장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우선 아시아·태평양 사업을 총괄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구글코리아 이원진 전 대표는 작년 말부터 본사 부사장을 맡아 아태지역 세일즈를 총괄하고 있다. 이베이 이재현 대표를 포함해 HP 전인호 부사장(아시아·태평양·일본 비즈니스크리티컬시스템 사업 총괄)과 아서디리틀 이석근 아태총괄사장이 그런 예다. 명품과 화장품업계에서는 구찌 그룹의 윌리엄 윤 사장, 티파니 김미셸 사장, 펜디 김정훈 사장, 바비 브라운 장재영 사장이 아태본부 사장이다.
한국인들이 글로벌 기업에서 약진하는 이유는 미국 등 해외에서 유학을 하거나 글로벌 경험을 쌓은 인재의 풀(pool)이 풍부해진 것이 일차적인 이유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 유학생이 중국(15만899명)에 이어 두 번째(10만1652명)로 많은 나라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에서 활약하는 한국 인재들이 모두 해외파인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교육을 받은 '토종'도 적지 않다. SAS 한국지사 정미교 상무는 지난달 북아시아 마케팅총괄 책임자로 임명됐다. 그는 유학 경험이 전무하다. 정 상무는 "미국인처럼 영어를 하지는 못하지만 일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콘텐츠"라고 말했다. 지난달 존슨앤드존슨 북아시아 총괄 사장으로 승진한 한국존슨앤드존슨 최승은 사장도 어렸을 때 해외에 있긴 했지만 학교는 모두 한국에서 마친 국내파다.
◇한국 IT·유통 경쟁력이 인재 경쟁력으로 연결
글로벌 기업, 특히 아태본부에서 한국 인재들이 약진하는 이유는 한국 경제가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IT와 유통 등 일부 산업 부문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 분야에서 한국 시장은 글로벌기업이 내놓는 최첨단 제품과 서비스의 '테스트 베드(시험대)' 역할을 하기도 한다. 헤드헌팅 업체인 KES의 양영호 대표는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인만큼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재도 드물다"며 "시장의 변화가 빠르고 까다로운 소비자가 많은 한국 시장에서 단련된 인재는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글로벌 기업들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과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요인도 한국 인재들이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서 활약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양 대표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하는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인보다는 글로벌 역량이 검증된 한국 인재를 찾는 기업들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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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재가 글로벌 기업 본사와 아태본부의 핵심 보직으로 대거 진출하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기업의 경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한국의 인재 경쟁력과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한국 사람을 더 달라"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업체인 퀄컴의 글로벌 세일총괄 겸 아시아총괄을 맡고 있는 퀄컴코리아 도진명 지사장은 미국 퀄컴 본사와 수시로 신경전을 벌인다. 한국 직원을 더 보내달라는 본사의 요구를 적절히 방어하기 위해서다. 전에는 한국 직원을 본사로 보내겠다고 해도 "비용이 많이 든다" "리스크가 크다"며 마뜩잖은 반응이었으나, 2~3년 전부터는 거꾸로 본사에서 한국인 직원을 많이 빼가는 바람에 퀄컴 코리아가 업무에 지장을 받을 지경이다. 현재 한국지사 출신으로 퀄컴 본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약 30여명. 이 가운데 2명은 본사 임원으로 승진했다. 도 사장은 "예전엔 본사가 원하는 한국인 직원은 주로 엔지니어에 국한됐지만, 최근엔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한국인을 주요 포스트에 뽑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국적 제약업체인 GSK 아태총괄본부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한국인 직원이 7명이나 된다. 몸은 한국지사에 있지만 아태 총괄 업무를 보는 사람까지 합치면 50여명에 달한다. 한국 인재들이 그만큼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한국 인재의 인기는 BMW 인도지사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안드레아스 샤아프 인도 지사장은 한국지사 부사장으로 있다가 인도 지사장으로 영전해 옮겨갔다. 그는 6개월간 인도에서 일한 뒤 상사로 모셨던 김효준 BMW 코리아 지사장에게 간청을 했다. 김 사장은 아시아인 최초의 BMW 본사 임원이다. 샤아프는 "한국 직원들과 일하다 이곳 직원들과 일하려니 너무 힘들다"며 한국지사 직원을 보내달라고 해 데리고 갔다.
◇글로벌 아태총괄 장악한 한국인들
글로벌 기업 내에서 한국 인재들이 실력을 발휘하면서 고위직까지 초고속 승진하며 승승장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우선 아시아·태평양 사업을 총괄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구글코리아 이원진 전 대표는 작년 말부터 본사 부사장을 맡아 아태지역 세일즈를 총괄하고 있다. 이베이 이재현 대표를 포함해 HP 전인호 부사장(아시아·태평양·일본 비즈니스크리티컬시스템 사업 총괄)과 아서디리틀 이석근 아태총괄사장이 그런 예다. 명품과 화장품업계에서는 구찌 그룹의 윌리엄 윤 사장, 티파니 김미셸 사장, 펜디 김정훈 사장, 바비 브라운 장재영 사장이 아태본부 사장이다.
한국인들이 글로벌 기업에서 약진하는 이유는 미국 등 해외에서 유학을 하거나 글로벌 경험을 쌓은 인재의 풀(pool)이 풍부해진 것이 일차적인 이유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 유학생이 중국(15만899명)에 이어 두 번째(10만1652명)로 많은 나라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에서 활약하는 한국 인재들이 모두 해외파인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교육을 받은 '토종'도 적지 않다. SAS 한국지사 정미교 상무는 지난달 북아시아 마케팅총괄 책임자로 임명됐다. 그는 유학 경험이 전무하다. 정 상무는 "미국인처럼 영어를 하지는 못하지만 일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콘텐츠"라고 말했다. 지난달 존슨앤드존슨 북아시아 총괄 사장으로 승진한 한국존슨앤드존슨 최승은 사장도 어렸을 때 해외에 있긴 했지만 학교는 모두 한국에서 마친 국내파다.
◇한국 IT·유통 경쟁력이 인재 경쟁력으로 연결
글로벌 기업, 특히 아태본부에서 한국 인재들이 약진하는 이유는 한국 경제가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IT와 유통 등 일부 산업 부문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 분야에서 한국 시장은 글로벌기업이 내놓는 최첨단 제품과 서비스의 '테스트 베드(시험대)' 역할을 하기도 한다. 헤드헌팅 업체인 KES의 양영호 대표는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인만큼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재도 드물다"며 "시장의 변화가 빠르고 까다로운 소비자가 많은 한국 시장에서 단련된 인재는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글로벌 기업들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과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요인도 한국 인재들이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서 활약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양 대표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하는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인보다는 글로벌 역량이 검증된 한국 인재를 찾는 기업들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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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가전 몰락… 이 정도일 줄이야"
한국일보 | 입력 2012.02.04 02:35
소니·파나소닉·샤프 등 줄줄이 대규모 적자
엔고 등 외부요인보다 기술경쟁력 약화가 더 문제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 제조업을 견인해온 전자업체들이 줄줄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일본 열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도호쿠(東北) 대지진에 이어 고공행진하고 있는 엔고와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적자가 어느 정도 예상은 됐지만 그 같은 우려가 실적 또는 실적예상치로 확인되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난 것이다.
산케이(産經)신문은 3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트리 니트론의 아름다운 이미지로 세계를 매료시킨 소니의 TV사업이 8분기 연속적자를 기록했다"며 "소니는 워크맨과 같은 선진기술을 가진 상품을 만들어내는 능력도 없고 아이폰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애플에도 한참 뒤졌다"고 지적했다.
소니의 추락은 경영실적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소니는 2011년 2~4분기 결산에서 2,200억엔의 적자(순손익 기준)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1994회계연도(2,933억엔)와 2010회계년도(2,599억엔)에 맞먹는 규모다. 분기별로는 8연속, 연도별로는 4연속 적자행진이다.
소니의 대규모 적자는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와의 TV 사업에서 패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소니는 2년 전 한국 전자업계와 전쟁을 선언하고 기존 고급형 이미지에서 과감히 탈피, 보급형 TV 양산에 나서기로 했다. 2015년 4,000만대 생산 목표도 내세웠다. 하지만 세계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삼성전자와 손잡고 만든 TV용 액정디스플레이(LCD) 패널 합작공장에서 철수했고 2,300억엔의 손실을 냈다.
새로 취임한 히라이 가즈오 사장은 "TV 사업에서 양보다 수익을 우선하겠다"며 생산목표를 2,000만대로 낮춰 잡았다.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TV 개발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사람들의 관심은 소니보다 삼성과 LG에 쏠렸다.
파나소닉의 실적은 더 충격적이다. 지난해 적자가 7,800억엔으로 예상됐는데 이는 정보통신(IT)업계의 거품이 붕괴하던 2002년의 적자 4,277억엔을 훌쩍 넘는 사상 최고치다. 지난해 태국에서 발생한 홍수의 피해가 큰데다 자회사 산요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환차손을 본 탓이다.
이밖에 샤프 2,900억엔, NEC 1,000억엔의 적자가 예상되며 1981년 기업공개 후 단 한번도 적자를 보지 않았던 게임기업체 닌텐도도 650억엔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제조업계의 적자행진이 지진, 엔고, 유럽 재정위기 등 외부 요인에만 있지 않다는 데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한국의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5조2,000억원대의 사상 최대 규모 영업이익을 내는 등 한국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큰 폭의 흑자를 낸 것을 두고 결국 일본 기업이 경쟁에서 뒤졌기 때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적자 현상을 극복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공장폐쇄, 고용축소가 이어지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
히라이 가즈오 소니 사장은 "비상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며 "힘을 결집해 난국을 타개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전자업계가 총붕괴 상태"라며 전자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언론들도 "세계를 매혹시켰던 일본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물건 만들기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삼성·LG와 승부서 패배… 소니 4년 연속 적자
엔고 등 외부요인보다 기술경쟁력 약화가 더 문제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 제조업을 견인해온 전자업체들이 줄줄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일본 열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도호쿠(東北) 대지진에 이어 고공행진하고 있는 엔고와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적자가 어느 정도 예상은 됐지만 그 같은 우려가 실적 또는 실적예상치로 확인되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난 것이다.
산케이(産經)신문은 3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트리 니트론의 아름다운 이미지로 세계를 매료시킨 소니의 TV사업이 8분기 연속적자를 기록했다"며 "소니는 워크맨과 같은 선진기술을 가진 상품을 만들어내는 능력도 없고 아이폰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애플에도 한참 뒤졌다"고 지적했다.
소니의 추락은 경영실적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소니는 2011년 2~4분기 결산에서 2,200억엔의 적자(순손익 기준)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1994회계연도(2,933억엔)와 2010회계년도(2,599억엔)에 맞먹는 규모다. 분기별로는 8연속, 연도별로는 4연속 적자행진이다.
소니의 대규모 적자는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와의 TV 사업에서 패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소니는 2년 전 한국 전자업계와 전쟁을 선언하고 기존 고급형 이미지에서 과감히 탈피, 보급형 TV 양산에 나서기로 했다. 2015년 4,000만대 생산 목표도 내세웠다. 하지만 세계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삼성전자와 손잡고 만든 TV용 액정디스플레이(LCD) 패널 합작공장에서 철수했고 2,300억엔의 손실을 냈다.
새로 취임한 히라이 가즈오 사장은 "TV 사업에서 양보다 수익을 우선하겠다"며 생산목표를 2,000만대로 낮춰 잡았다.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TV 개발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사람들의 관심은 소니보다 삼성과 LG에 쏠렸다.
파나소닉의 실적은 더 충격적이다. 지난해 적자가 7,800억엔으로 예상됐는데 이는 정보통신(IT)업계의 거품이 붕괴하던 2002년의 적자 4,277억엔을 훌쩍 넘는 사상 최고치다. 지난해 태국에서 발생한 홍수의 피해가 큰데다 자회사 산요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환차손을 본 탓이다.
이밖에 샤프 2,900억엔, NEC 1,000억엔의 적자가 예상되며 1981년 기업공개 후 단 한번도 적자를 보지 않았던 게임기업체 닌텐도도 650억엔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제조업계의 적자행진이 지진, 엔고, 유럽 재정위기 등 외부 요인에만 있지 않다는 데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한국의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5조2,000억원대의 사상 최대 규모 영업이익을 내는 등 한국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큰 폭의 흑자를 낸 것을 두고 결국 일본 기업이 경쟁에서 뒤졌기 때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적자 현상을 극복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공장폐쇄, 고용축소가 이어지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
히라이 가즈오 소니 사장은 "비상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며 "힘을 결집해 난국을 타개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전자업계가 총붕괴 상태"라며 전자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언론들도 "세계를 매혹시켰던 일본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물건 만들기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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