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탑역 우산 할아버지 지난 30년 참 고마웠어요
야탑역 우산 할아버지 지난 30년 참 고마웠어요 중앙일보 유길용 입력 2012.02.29 00:45 수정 2012.02.29 00:59성남시 분당구 야탑역광장의 환승주차장 입구 옆에는 3.3㎡(한 평) 남짓한 컨테이너가 있다. 이곳은 '우산 병원'이었다. 우산을 고쳐주는 곳이란 뜻이다. '병원'은 광장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있었다. 이 병원의 '의사'는 김성남 할아버지. 경력 30년이 넘는 우산 전문가다. 그의 손을 거치면 헌 우산도 새것이 된다. 그런데 28일 찾아간 병원의 문은 닫혀 있었다.
컨테이너 앞에 우산을 펼쳐놓고 매만지던 김 할아버지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김 할아버지는 지난 27일 오후 82세로 삶을 마쳤다. 10년 전 첫 암 판정을 받은 뒤 세 번째 찾아온 암 때문이었다. 할아버지가 모습을 감춘 건 2010년 가을부터였다. 당시 컨테이너에는 '입원 중'이라고 쓴 흰 종이가 붙어 있었다. 시민들은 종이 여백에 쾌유를 비는 글을 남기며 할아버지를 응원했다. 그러나 이후로 컨테이너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김 할아버지와 우산의 인연이 시작된 건 1980년 3월이었다. 그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성내역 앞 시영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했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준비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행인들이 안쓰러웠다. 당시 130원씩 하는 비닐우산 300개를 사서 빌려주기 시작했다. 매번 비닐우산을 사서 빌려주기엔 주머니 사정이 부담스러웠다. 살 하나가 빠지거나 조금만 고장 나면 버려지는 우산이 할아버지의 눈에 띄었다. 고장 난 우산을 주워다 고쳐서 빌려주기 시작했다. 1994년 성남으로 이사온 뒤부터 우산 대여·수선 봉사가 할아버지의 전업이 됐다.
태평역과 야탑역에 공간을 마련해 동네를 돌며 망가진 우산을 모아 수리했다. 비가 오면 누구에게나 우산을 나눠줬다. 입소문이 나면서 고장 난 우산을 수리해 달라고 가져오는 이들이 많아졌다. 2004년에는 서울 서초구청이 김 할아버지를 초청해 우산수리센터를 열었다. 늘 즐겁기만 한 건 아니었다. 외제 명품 우산을 맡겼는데 잃어버렸다며 물어내라는 이들도 있었다. 싸구려 우산을 맡기고 비싼 것이라며 생떼를 쓰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래도 할아버지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암이 그 열정을 꺾기 전까지 60만 개의 우산이 그의 손을 거쳤다.
부인 명효순(78)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 7시 반에 나가 저녁 7시에 돌아와서도 우산을 고치느라 밤잠을 설치곤 했다. 반평생을 우산에 바친 양반…"이라며 울먹였다. 할아버지의 작업장에는 새 주인을 기다리는 우산이 아직도 쌓여 있다. 성남시는 김 할아버지의 대를 이을 '의사'가 나타날 때까지 당분간 야탑역 광장의 '우산 병원'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유길용 기자 <y2k7531joongang.co.kr>
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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