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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면 다돼"…재소자에 놀아난 교도관

손경형 2012. 9. 17. 15:51

<"돈이면 다돼"…재소자에 놀아난 교도관>

교도관들이 5억대 사기피해·돈받고 담배제공 연합뉴스 | 입력 2012.09.17 13:07

교도관들이 5억대 사기피해·돈받고 담배제공

(무안=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교도소 재소자가 자신을 감시, 감독하는 교도관을 상대로 수억대 사기를 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교도관들은 재소자를 사이에 두고 돈을 매개로 먹이사슬까지 만들었다.

17일 전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의해 구속된 박모(36)씨가 전남 한 교도소로 옮겨 온 것은 2007년 1월.

사기죄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박씨에게 교도관은 '봉'이었다.

박씨는 자신을 대기업 사주의 친척이라고 속여 교도관 정모(49)씨에게 접근했다.

일간지를 펼쳐들며 '주식의 달인' 행세를 한 박씨는 대기업 정보를 미리 빼낼 수 있다고 정씨를 꼬드겼다.

이 말에 그대로 속은 정씨는 2007년 5월부터 박씨가 가석방으로 출소한 2009년 5월까지 친척들의 돈까지 끌어들여 한 차례 수백만 원씩 박씨의 계좌에 입금했다.

정씨는 박씨가 출소하고 나서도 활동비로 쓰라며 자신의 명의로 산 제네시스 승용차와 신용카드 5장을 줬다.

그 사이 박씨는 배당금 명목으로 일부 투자금을 정씨에게 줬지만 그 돈마저 투자금으로 다시 돌아왔다.

정씨가 박씨에게 준 돈은 모두 5억6천여만 원.

뒤늦게 사기 사실을 알고 땅을 쳤지만 정씨가 회수한 것은 제네시스 차량 뿐이었다.

정씨가 고스란히 속아서 박씨에게 갖다 바친 돈 가운데 일부는 또 다른 교도관에게 흘러갔다.

박씨는 외부농장 노역 근무를 감독하는 또 다른 교도관 정모(45.구속)씨에게 950만원의 뒷돈을 줬다.

박씨는 이 대가로 하루 한두 차례 담배를 피우고 점심에는 고기를 먹었다.

PMP로 영화를 보는가 하면 공중전화도 제한을 넘어 사용하는 '호사'를 누린 것으로 알려져 재소자 관리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이 교도소에는 내부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징계를 받은 교도관들이 일부 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명의 교도관 모두 비슷한 경우였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교도소에서 담배가 유통된다는 첩보를 입수해 계좌추적을 하다가 수억대 돈거래 사실까지 적발했다"며 "외부와 차단된 시설인 만큼 뇌물수수 등의 유혹이 있을 수 있어 불법행위가 더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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