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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테우스 효과

손경형 2011. 5. 5. 17:58

[여적]세대 갈등 

유병선 논설위원
‘프로테우스 효과’(Proteus Effect)란 말이 있다. 자신의 외모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외부로 드러나는 행동에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행동과학 연구진이 가상현실의 아바타에 따라 실제 일상생활의 행동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을 확인하고,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변신의 귀재이자 바다의 신인 프로테우스를 끌어다 붙인 이름이다. 프로테우스 효과는 행동과학자들이 가상현실의 아바타를 통해 사람들의 실제 행동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다양한 실험에 활용되고 있다.

 
스탠퍼드대 가상현실연구소에는 특별한 거울이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26일자)에 따르면 누군가 이 거울 앞에 서면 거울은 현재가 아닌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예컨대 20살 여대생이 이 거울 앞에서 이런저런 표정을 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면, 거울에는 표정과 동작은 같지만 얼굴은 50년 뒤의 할머니 모습이 비춰진다는 것이다. 괴짜 과학자들이 대학생들을 골탕먹이려는 수작이 아니다. 미래의 모습을 보여줘 고령화 시대를 좀 더 잘 준비할 수 있게 하기 위한 프로테우스 효과 실험이다. 낯선 노인이 지금의 자신임을 확인한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30% 저축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인구학)가 인구변화에 따른 50년 뒤 한국의 사회상을 논문으로 그려냈다. 조 교수는 고령화에 따른 부정적 결과로 ‘세대간 갈등 심화’를 꼽았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현재의 40대인 이른바 ‘386세대’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시절 정치 참여 경험을 지닌 1960년대 출생자들이 나이 들어서도 노인의 정치적 이익집단화를 주도하며 자녀·손자 세대와 밥그릇 싸움을 벌일 것이란 예측이다.

장기예측은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그럴 수 있다는 것이지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예측의 기능은 주체들이 부정적인 미래로 가지 않게 현실을 바꿀 것인가를 묻는 데 있다. 틀리는 예측이 좋은 예측이란 역설이 가능한 이유다. 세대 갈등에 대한 예측이 미래의 현실이 될지, ‘좋은 예측’이 될지는 이젠 ‘486’으로 불리는 지금의 40대들에게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조 교수의 예측을 ‘프로테우스 효과’의 가상현실에 빗댄다면 486의 미래 아바타는 손자세대와 다투는 그악스러운 노인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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