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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오류

손경형 2011. 5. 5. 17:47

[여적]번역 오류

김태관 논설위원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지나는 것보다 어렵다.” 일점 일획도 틀림이 없다는 성경 구절이다. 하지만 예수의 이 유명한 말은 잘못됐다는 설이 있다. 원래는 밧줄인데 성경 필사자가 낙타로 오기했다는 것이다. 아람어 원어로 밧줄(gamta)과 낙타(gamla)는 한 끝 차이니 오자라는 심증을 가질 만도 하다. 표현상으로도 낙타보다는 밧줄이 자연스럽지만 의미에는 큰 차이가 없다. 이에 못잖은 사례가 또 있다. 바로 동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가 그것이다.

신데렐라가 무도회에 참석했다가 구두 한 짝을 잃어버린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런데 ‘유리구두’에 대해서는 누구도 별 말이 없다. 유리구두를 신고 과연 춤을 출 수 있을까? 정색할 필요는 없다. ‘유리구두’는 실은 ‘털가죽구두’의 오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말로는 딴판이지만 작가 페로의 프랑스어 판본에서는 ‘유리(verre)’와 ‘털가죽(vair)’이 발음상 헷갈릴 수도 있다. 되레 동화에서는 ‘유리구두’가 더 그럴 듯하니, 이런 오류는 웃어넘길 만하다. 하지만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오역들도 있다.

 
 
다음은 우리말로 어떻게 옮겨야 할까. “He fired his Luger.” 작가 이윤기는 어느 번역책에서 “그는 자기의 루거를 불태웠다”는 문장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한다. ‘루거’는 독일제 9㎜ 권총의 상표명이다. 따라서 “그는 권총을 쏘았다”고 해야 올바르다. 과거에는 이런 오역이 드물지 않았다.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술잔을 들고 말한다. “나는 너의 눈을 들여다본다.” 뭔 말일까. “Here’s looking at you, kid!”라는 이 대사는 “자, 건배” 정도의 뜻이지만, 어원을 모르면 이렇게 수수께끼 같은 말이 된다. 옛날 영국 선술집에는 소매치기가 많았다고 한다. 특히 술잔을 들 때가 위험하기 때문에 맥주잔을 들고선 이렇게 외쳤다. “내가 널 지켜보고 있어! (그러니까 서툰 짓 마라!)”

한국과 유럽연합의 FTA 협정문 한글본에 207건의 번역 오류가 있음을 정부가 공식 확인했다고 한다. ‘올란드제도’를 ‘아랜드섬’으로, ‘광택재’를 ‘고아택재’로 옮기는 식이었으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이러고도 정부는 ‘다시 낼 테니 이달 안에 국회에서 비준해 달라’고 여전히 서두른다. 정부가 말귀를 알아듣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지나는 것보다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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