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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도청 파문 확산

손경형 2011. 7. 15. 18:37

 

< Global Focus >흔들리는 미디어 황제 ‘위기탈출의 황제’ 될까

전화도청 파문 확산… 벼랑 끝의 머독 문화일보 | 고서정기자 | 입력 2011.07.15

영국 최대 일요 타블로이드 신문 뉴스오브더월드(NoW)의 전화도청 파문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언론재벌 루퍼드 머독의 미디어 제국이 위기에 처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도청 스캔들을 '워터게이트' 급으로 비유하고 가디언은 머독을 아랍 민주화로 사퇴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에 빗대 '머독의 제국이 녹아내리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파문이 확대되면서 오랫동안 추진해온 위성방송 스카이(BSkyB) 인수를 포기하고, 영국 의회에 출석해 도청사건을 해명해야 하는 머독의 미디어 제국은 실제로 녹아내릴 것인가.

 

일단 그의 미디어 제국이 넓고 탄탄한 만큼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이다. 미국, 유럽, 호주,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 걸쳐 있는 머독의 미디어 그룹 뉴스코퍼레이션은 시가총액상 세계 최대의 미디어 복합 기업이다.

뉴스코퍼레이션은 20세기폭스, 폭스 TV,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포스트, 내셔널지오그래픽인터내셔널, 호주의 146개 신문과 미국의 대형 출판사인 하퍼콜린스 출판사 등을 소유하고 있다. 연간 수익은 327억달러(약 34조5100억원)로 영화부문 수익은 76억달러(약 8조200억원), 케이블 수익 70억달러(약 7조3900억원), 신문 수익 61억달러(약 6조4400억원), TV 수익 42억달러(약 4조4300억원), 위성 TV수익 38억달러(약 4조100억원), 출판 수익 13억달러(약 1조3700억원), 그외 27억달러(약 2조8500억원)이다. 이에 밥 브라운 호주 상원의원은 "당신이 호주에서 신문을 사려고 하면 머독 소유 신문을 피할 수 없다"고 발언할 정도이다.

1931년 호주의 멜버른에서 태어난 머독은 뛰어난 신문경영자였던 케이스 머독의 아들로 아버지가 사망한 1952년 22살의 나이로 지방지 아델라이드 신문을 물려받아 경영을 시작해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는 처음부터 스포츠와 섹스, 범죄 등 선정적인 주제에 집중했고 이를 통해 신문 부수를 늘렸다. 이 때문에 대중들의 요구에 영합해 저널리즘의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위험을 무릅쓰는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의지력이 높다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1969년 NOW를 인수하며 영국 신문 시장에 진입한 뒤 더선을 손에 넣었고 1981년 더타임스와 선데이타임스를 인수하며 영국 언론시장을 장악했다. 1970년대에 미국시장에 진출해 1976년 뉴욕포스트를 인수했고, 미국에 자신의 미디어 제국을 만들기 위해 1985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어 1986년 폭스브로드캐스팅컴퍼니를 창설해 미국 방송을 본격 공략하기 시작해 1996년에는 폭스TV를 출범시켜 막강한 CNN의 아성을 깼다. 2007년에는 머독 언론제국에서 가장 고급지로 꼽히는 월스트리트저널을 인수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위기의 순간에 모험과 투자로 새 출구를 열어왔다. 예를 들어 머독은 1980년대 빚이 80억달러에 달해 위기에 처했지만 1993년 홍콩의 위성방송 스타 TV를 10억달러에 인수, 아시아로 사업을 확장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이와 함께 그는 거물급 정치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에 포린폴리시는 머독이 보수적인 정치적 성향과 미디어 제국의 영향력을 결합해 일명 '머독크라시'라는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머독 정치'의 최우선은 역시 '비즈니스와 이익'으로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데올로기를 넘나들어왔다. 예를 들어 1980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지지했지만 대처가 물러난 뒤에는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을 지지했다.

하지만 이 같은 머독 제국도 이번 도청 파문으로 휘청거린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현재 나온 사실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영국 경찰이 진행 중인 조사 대상자는 피해자 수천명으로, 앞으로 어떤 돌발적이고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날지 알 수 없는 상태이다.

이와 함께 만약 이 같은 비윤리적인 취재 관행이 영국 이외의 나라, 특히 미국에서 확인될 경우 그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영국의 언론 스태프가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포스트 등과 상시적으로 교류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도 상당수이다. 이에 머독의 전기 'The Man Who Owns the News'의 저자인 마이클 울프는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에 이번 사태를 가톨릭의 성추행 사건에 비유했다. 갈수록 사건이 커지면서 신뢰성에 먹칠을 하고, 이 같은 신뢰의 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서정기자 himsgo@munhwa.com

 

휴대전화 해킹 수사가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확산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지난 10일 폐간된 뉴스오브더월드(NoW)를 수사할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oW는 9·11테러 당시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정치권과 9·11테러 유가족들이 연일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피터 킹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은 전날 로버트 뮐러 FBI 국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해킹 사건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이는 중범죄에 해당하며 유죄로 판명된 이들은 모두 법의 테두리에서 가장 혹독한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AFP통신은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이 뉴스 코퍼레이션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홀더 장관은 15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서방 5개국 법무장관회의에서 기자들에게 “휴대전화 해킹 사건에 대해 법무부에 수사를 요청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머독 회장은 “뉴스코프가 입은 타격은 극복하지 못할 위기상황은 아니며 아들 제임스와 함께 오는 19일 영국의회 청문회에 출석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