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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방송 타면 대박 --> 트루맛쇼

손경형 2011. 6. 22. 14:26

"맛집 방송 타면 대박" 환상 산산히 깨다 머니위크 | 이정흔 기자 |

[[머니위크]다큐멘터리 영화 < 트루맛쇼 > 그 후]

먼저 식당을 차린다. 그 다음 주인은 TV 홍보 대행사를 부른다. 1000만원 정도의 돈이 오가고, 머지않아 출연 날짜가 잡힌다. 이후는 일사천리다. 방송 작가가 전화를 걸어와 식당 인테리어부터 요리법까지 하나하나 코치해 준다. 홍보 대행사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청양 고추를 잔뜩 뿌린 돈까스를 처음으로 만들어 봤다는 요리사는 "이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물론 이 '가짜' 맛집 방송은 얼마 뒤 '진짜로' 방송을 탔다.

이 모든 과정을 영화로 찍어 세상에 내놓은 < 트루맛쇼 > . 업계에서는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적나라한 고발에 모두가 놀랐다. 맛집 방송이 폐지되는 등 후폭풍이 만만찮다. 외식업계 내에서도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트루맛쇼 그 후' 외식업계의 변화와 목소리를 들어봤다.

◆ < 트루맛쇼 > , 이게 다 진짜일까?

지난 6월9일 MBC 생방송 < 오늘 아침 > 의 맛집 코너인 < 오!식객로드 > 폐지설이 흘러나왔다. 담당 PD가 경질됐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이미 SBS < 생방송 투데이 > 의 맛집 코너를 비롯해 몇몇 프로그램들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 트루맛쇼 > 의 여파는 이토록 컸다.

"아무래도 영화니까 과장된 측면이 있어요. 저도 맛집 출연 여러 번 했지만, 돈 내고 진행한 경우 없었거든요."

경기도에서 외식업을 운영하는 이모 사장의 목소리는 풀이 죽어 있었다. 지금까지 10여차례 맛집 출연을 해 본 경험이 있다는 그는 "물론 PD가 촬영을 오면 어느 정도 연출을 하기도 하고, 음식을 맛보라고 권하는 경우도 있지만 바쁘다고 거절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 트루맛쇼 > 에서 보여지는 사실들은 어떻게 된 걸까. 사장님은 '극히 일부의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식당들로서는 홍보를 할 수 있는 통로가 점차 줄어들게 됐다"며 " < 트루맛쇼 > 는 영웅이 됐지만, 나머지 맛집들은 다 사기꾼이 됐다"고 토로했다.

◆광고용 맛집 방송, "얼마나 심각했길래?"

그러나 대부분의 외식업 관계자들은 < 트루맛쇼 > 의 고발을 상당부분 인정하는 분위기다. 심상훈 작은가게연구소장은 "물론 모든 맛집 방송이 다 가짜는 아니지만, 보통 세꼭지 맛집으로 구성되는 방송이라면 그 중 한꼭지는 방송용 광고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며 "그 일부의 광고용 방송 때문에, 진짜 맛집들은 물론 업계 전반적으로 폐해가 적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음식점 사장들은, < 트루맛쇼 > 전만 하더라도 지상파뿐 아니라 케이블 방송까지 더하면, 하루에 두세번 정도의 '방송 출연 권유'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당연한 듯 출연 대가로 투자비를 요구한다.

거듭된 전화홍보에 대부분은 거절을 하지만 문제는 신규음식점을 개업한 초보 사장들. "방송 출연 한번하면 대박"이라는 유혹에 한번에 500만원을 웃도는 거금을 투자한다. 그나마 최근 맛집 방송의 신뢰도 추락과 함께 떨어진 가격이 이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방송비용 외에 따로 돈을 들여, 일부러 방송국 근처에 가게를 하나 더 오픈하는 경우도 봤다"며 "그래야 방송작가들 눈에 띄기 쉽고, 출연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판 치던 브로커 "요즘 잠잠하지만…"

그렇다면 < 트루맛쇼 > 이후, 실제로 업계에서 이와 같은 폐해는 줄었을까? 이태원에서 퓨전 포장마차를 운영 중인 문모 사장은 "그러고 보니 요즘엔 브로커들의 전화도 뜸해지고, 업계에서도 소식이 잠잠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존폐 기로에 놓인 맛집 방송 만큼, 브로커들의 입지도 좁아진 셈이다.

그러나, 이들이 시장에서 아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지금은 논란이 불거지며 잠시 숨을 죽이고 있지만 언제 다시금 활개를 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단지 브로커들의 활동 영역이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방송에서 인터넷이나 블로그 등으로 옮겨간 것뿐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 소장은 "방송사-외주제작사-브로커로 이어지는 커넥션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방송 등을 통해 손쉽게 홍보를 하려는 음식점 사장들도 문제다"며 "맛에 대한 자신감도 없이 무조건 방송 출연=대박이라는 환상이 깨져야 한다. 그래야 방송이든 블로그든 맛집 매체들이 건전한 홍보 채널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뇌물과 홍보로 큰 음식점은 분명 망한다"

< 트루맛쇼 > 김재환 감독 인터뷰

- < 트루맛쇼 > 상영 이후 맛집 방송이 폐지되는 등 후 폭풍이 심상치 않다. 이 영화로 어느 만큼 기획의도가 실현됐다고 보고 있나?

▶ < 트루맛쇼 > 를 통해 맛 산업과 미디어 산업을 '한 큐'에 견제하고 타락을 더디게 하길 원했다. 특히 프랜차이즈의 광고방송으로 전락한 맛집 코너들은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 트루맛쇼 > 는 진짜 맛집들이 가짜들과 구분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나는 다양한 거짓의 패턴을 보여줬고, 시민단체들로부터 방송에 분명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들었다.

-트루맛쇼의 영향으로 실제 맛집 브로커 역시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미디어의 상업화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소비자가 변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어 보인다. 캐비어 삼겹살이란 말도 안되는 메뉴가 서른 번 이상 방송을 탈 동안 시청자들의 항의는 없었다. 이런 환경에선 뇌물과 가짜들이 개입할 여지가 많아진다. 돈 내고 출연한 맛집과 진짜 훌륭해서 출연한 맛집은 가보면 안다. 맛과 정성 대신 뇌물과 홍보로 큰 음식점들은 망하는 게 공정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 < 트루맛쇼 > 에 대해 극히 일부를 지나치게 과장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맛집 방송의 폐지로 외식업체들로서는 홍보 채널을 잃게 됐다는 푸념도 들었다
.

▶ < 트루맛쇼 > 는 모든 맛집이 다 돈 내고 출연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TV에 많이 출연해오신 진정한 맛집 사장님들도 나온다. 한 식당이 돈 내고 출연하면 그 코너의 나머지 식당들은 돈 안내고 출연하는 좋은 식당들로 채워질 수 있다. 그래도 업계에 이런 어두운 관행이 계속돼 왔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거다. 진짜 맛집들은 < 트루맛쇼 > 가 아니라 방송사에 항의해야 한다. 왜 수많은 가짜들을 방송해서 우리 식당도 의심 받게 하느냐고 말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이제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들이 신뢰를 되찾으려면?

▶촬영을 진행하면서 느낀 건, 맛에 대한 본질적 경쟁력이 아니라 방송을 통해 대박을 낸 식당들이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는 것이다. 진정 훌륭한 맛을 내는 식당이라면 신뢰 위기의 시대가 오히려 기회가 될 거다. 진짜들이 돈 버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